십년에 한번도 오지않는 눈이 주말인 어제 포항땅에 펑펑 쏟아졌다.
온통 세상은 은빛 세상으로 반짝거렸고
춘 삼월에 내린 함박눈은 나를 소녀 처럼 설레게 했다.
마음 설레며 커텐과 로만 쉐이드를 올리고
창밖에 순백의 세상을.. 팔짱을 끼고 바라보는데
아줌마닷컴에서 만난 바늘님의 뜻밖에 전화 한통을 받았다
해병대에 입대해 포항에서 군복무를 하는 아드님을 만나러
오셨다는 바늘님은 내게 전해줄게 있다며 전화를 하였으니.
전해줄께 있든 없든 그건 뒷전이고 ..
사각의상자 에서 수년동안 서로의 글들에 공감을 하며
지냈는데 나의 무대인 포항땅에서 바늘님의 전화가
어찌 반갑지 않으리..
허나 어쩌나..
수십년만에 폭설로 버스도 택시도 두절되어
읍에사는 나는 고립된 처지라 나갈수가 없었다.
남편 역시 초상집 간다고 현관을 나가더니 삼십분만에
포기를 하고 돌아온지라 내일 눈이 그치면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내심 걱정이 앞섰다.
바늘님 모녀가 있는곳은 내가 사는 곳과 극과극인데다가.
그쪽은 마땅한 잠자리가 없을텐데 헤매는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이튼날 아침 다행히 날씨가 포근해 눈이 녹기 시작 했다.
어제 폭설로 남편은 사무실에 차를 두고 온 까닭에
바늘님을 만나려 버스를 탔는데 어제의 폭설로
차가 느리게 움직였다.
답답함을 느끼며 앉아 있자니 바늘님 전화다.
차시간 십분 남았다나..
어제도 내게 부담 안주려고 식사시간 지나서 전화를 하드만.
오늘 역시 깔끔한 성격이 엿보였다.
반강제로 다음 버스로 표를 바꾸라 하고 버스에서 내려 택시로 바꿔타고 터미날에 도착 하니 간간히 글속에 등장 하는
예쁜 따님과 나를 반겨주는데. 따님이 어찌나 이쁘던지...
출발 시간 20분전이라 시간이 촉박해
어디 가지도 못하고 옆 다방에 들어갔다.
유자차를 주문하고 있으니
바늘님 따님이 내게 뭔가를 수줍게 내민다.
분홍색 쇼핑빽에 분홍색 선물이 들어 있었는데..
분홍색 예쁜 포장지에서 상큼한 봄향이 가득 밀려왔다
20여분의 아쉬운 해후를 하고
모녀를 배웅하고 집에와서 생전 처음본 ..아가씨에게 받은 분홍색 포장지를 풀어보니.어머나...어쩜..
상자안에는 봄을 연상케하는 분홍색 지갑과 연분홍빛 도는
스카프가 들어 있었다.
그 아이는 내 지갑이 낡아 바꿀때가 된것을 어찌알았을까.
그 아이는 내가 봄 청바바리에 잘어울리는 봄향 가득한 연분홍색 스카프를
가지고 싶어 했던걸 어떻게 알았을까..
나는 내 낡은 지갑속에 카드와 신분증을
분홍색 지갑에 옮겨 꼿고는 ...
연분홍색 스카프를 목에 휘휘감고 거울을 바라보니
화사한 봄여인네가 거울속에 서있었다.
오랫만에 가슴이 그득 해지며 세상때가 묻지않은 청순한 그아이를 생각 했다.
생전 처음 보는 엄마의 글친구인 아줌마를 위해
고심을 하며 선물을 골랐을 봄나무에 새순 같던 그아이.
그아이는 내게 봄을 가져다준 첫번째 봄손님 이였고 그아이는 내게 뇌물과 선물의 차이점을 알게해준 아이 였다
최고의 봄선물을 받은 나는 가장 먼저 싱싱한 봄을 맞이 한건 아닐까..
훗날 ..해마다 봄이오면 마흔다섯 되던 해에 따사로운 기억으로 남겠지..
사이버에 세상은 아름다웠노라고..
바늘님과 따님으로 인해 절로 미소가 입가에 머무른 3월 일요일 이였다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