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어려서 이쁘다는 소리를 별로 듣지 못했다.
시할머니는 그랬다.
"애를 업고 나가면 아무도 이쁘다는 소리를 안하고, 아기가 뒷통수가 나왔네요... 이렇게만 말하더라..."
시할머니는 뒷통수가 나온 것이 이쁘지 않은 이유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면 누굴 닮았나를 찾기 마련이다.
외가 친가 식구들을 모두 떠올려 비교해보고 내가 내린 결론은 친할머니를 닮았다는 것이었다.
친할머니가 어려서 달리기를 잘했다는데 딸은 조그만 것이 얼마나 야무지고 달리기를 잘하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나는 여러모로 딸이 할머니를 닮았나보다 생각했고, 시골에 가서도 내놓고 그리 말했다.
모두들 내가 내린 결론에 동의했다.
그 만큼 외모가 할머니와 흡사한 구석이 많은 아이였다.
이래서 우리딸은 공식적으로 할머니를 닮은 아이가 되었다.
어른들은 아이가 자기를 닮았다고 하면 좋아하기 마련이다.
나도 시어머니가 손녀딸이 자기를 닮았다는 말에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시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왜 그 애를 못생겼다, 못생겼다, 하면서 날 닮았다고 하냐?..."
못생긴 손녀딸이 자기를 닮았다는 말에 불만이었던 모양이다.
모두들 하하거리고 웃었다.
웃는 사람들과 같이 웃었지만 시어머니에게 미안했다.
못생겼다는 말과 시어머니를 닮았다는 말을 동시에 한 것이 커다란 실수였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딸은 자라면서 이뻐졌다.
모두들 어렸을 적 못난이가 많이 이뻐졌다고 인정했다.
시어머니도 말했다.
"우리 @@가 갈 수록 이뻐진다."
덧붙여 말했다.
"@@가 커가면서 엄마를 많이 닮아가나 보다..."
이 말을 듣고 몇 년 전 시어머니 말이 생각났다.
시어머니의 너그러움이 고맙기도 하였다.
아무도 딸이 날 닮았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직 시어머니만 그렇게 말해 주었다.
어쩌면 시어머니는 못생긴 딸은 낳고선 자기 닮았다고 책임 전가하는 며느리에게 말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본을 보이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이제 다 자란 딸은 누구나 보면 이쁘다고 하는 처녀가 되었다.
다음에 만나면 시어머니에게 말해야겠다.
"우리 @@보고 다들 이쁘다고 해요. 어머니 닮았다고 했는데 좋으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