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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


BY 낸시 2005-02-28

"난 아들에게 말하지요. 너희 둘이는 어떻게 하건 내 앞에서 아이 안고 다니는 것은 하지 말라고... 그러면 며느리를 쫓아낼테니 알아서 하라고..."
"정말 보기 싫다니까요. 속상해 죽겠어요.  며느리는 가만히 서 있는데 아들이 아이들 신발 신겨주고 끈 매주고 하는 것을 보면... 딸 셋에 마지막으로 아들 하나 얻었다고 나는 얼마나 귀하게 기른 아들인데... 시어머니가 되면 입장이 달라지나 봐요."
"호호호, 시어머니 잘 보고 딸 시집을 보내야 한다니까요..."
"맞아요. 시어머니도 나름이지요. 저희 시어머니는  남편이 아이들 돌보고 집안일을 나보다 더 많이 해도 남편보고 잘한다고 더 잘 하라고 하던데요."
"전 아들보고 사랑 받는 남편이 되려면 집안 일을 잘 도와줘야 한다고 지금부터 설겆이 청소 빨래도 미리 가르치는 걸요."
나이 지긋한 여자  몇이 앉아서 나눈 대화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어떤 관계여야 할까?


우리 시어머니는 남아선호 사상이 엄청 강한 사람이다.
아들이 넷이고 딸이 하나지만 네번째로 딸을 낳을 때 섭섭했었다고 한다.
아들들은 왕자처럼 받들어 키우고 딸은 하녀 부리듯 키운 사람이다.
오죽하면 울시누는 어려서 자기만 부려먹은 생각하면 친정어머니가 싫단다.
남들이 친정어머니가 좋다고 하지만 자기는 별 정이 없다고 한다.
그런 시어머니는 아들을 결혼시켜 놓고 말했다.
"이제 너도 집안 일도 돕고 그러거라."
우리집 며느리들은 남편을 떠 받들고 사는 여자들이 아니다.
시어머니 보기에 불만이 없을 리가 없다.
하지만 단 한번도 며느리에게 싫은 소리를 하거나 며느리 흉을 다른 사람에게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
"우리 며느리들은 다 착해서 흉 볼 것이 없다."

 

친정어머니는 딸도 아들 못지 않게 귀하게 기른 사람이다.
바쁜 농사 일에도 다 큰 딸 양말까지 빨아 대령하곤 하였다.
딸년들을 그리 키워 어찌할 것이냐는 주위 비난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 어머니가 며느리를 얻더니 달라졌다.
어머니는 호된 시집살이를 했다고 한다.
며느리가 시어미 되면 시어미 티가 더 난다고 하지만  자기는 결코 그런 시어미가 되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하였다고 하였다.
직장에 다니는 며느리 대신 부엌에 들어가 밥을 했다.
하지만 밥상은 꼭 며느리를 불러 들고 가라고 하였다.
며느리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것이었다.
당신 며느리 흉을 보는 딸에게 말했다.
"그런 소리 듣기 싫으니 당장 그만 둬라. 그리고 그런 소리 하려거든 아예 오지도 마라."
당신은 금이야 옥이야 기른 딸에게 며느리 대신 부엌에 들어가 밥하라는 말도 서슴치 않았다.
올케가 생긴 후 우리는 친정 나들이가 조심스럽기만 했다.

 

울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가 아들을 결혼시킨 후 달라진 이유가 뭘까?
아들의 행복을 위해서?...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며느리 눈치를 보느라고?... 아니면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서?...
그 분들의 생각을 나는 모른다.
하지만 참 현명한 시어머니였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아들이 자라 며느리를 곧 보게 될 지도 모른다.
어떤 시어머니가 되어야할까?
아들에게 여자친구가 생기면 사촌이 되고 결혼하면 육촌이 된다는 우스개도, 결혼시킨 아들은 이민 간 셈 치라는 말도 생각해 본다.
아들이 결혼하면 며느리와 나는 어떤 관계가 될까?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하면 안된다는 말도 있다.
딸 같기를  기대하면 실망하게 된다고... 너무 흉 허물이 없어도 인간관계는 말썽이 생긴다고 한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그 중의 가장 어려운 관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어머니랑 친정어머니 생각도 하면서, 나는 어떤 시어머니가 되어야하나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