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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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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 냄비


BY 오월 2005-02-26

주부란 것이 시장에 나가 떨이라 목청높이는

인정도 사고 기웃기웃 사람많은곳에

고개도 디밀며 더불어 더불어 사는 것이련만

시장에 가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없고

이젠 깍아달란 말도 못하는 바보가 됐다.

 

오늘도 퇴근길에 마트에 들려 필요한 물건들을

사다 발길을붙드는 노란 양은냄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마트에서 양은 냄비도 파는구나.

반짝이는 샛노란 냄비가 대,중,소 가지런하게

쌓여 있는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

 

고향에서 대구로 이사와 식구가 많다는 이유로

창고를 얻어 방처럼 만들고 살때 늘 우리곁에 있던

양은냄비.

한참을 서서 옛추억에 잠겨있다 우리 네식구 꼭,맞을

중자냄비하나 사서 집에왔다.

아이들이 물건들을 꺼내보다 엄마 이거 진땡이 라면

끓이는 건데 텔레비젼 라면 맛있게 끓이는 집에서

봤는데......한다.

그래 엄마는 우리가족 행복 끓이는 냄비 하려고

샀는데.....

그런 날보며 남편이 의미있게 씩 웃는다.

 

내 마음을 안다는 뜻일까.

하지만 자랑스럽게 사온 냄비가 부엌에 가져가니

뭔지 영 어색하다.

남의옷 빌려입은냥 제자리가 아닌양.

 

치워 버릴까.괜히 샀네 하다가 다시 한번 만져보며

내 눈가에 슬쩍 맺히는 눈물 누가알겠어.

우리 엄마 눈물 뚝뚝 떨어졌을 양은냄비.

시커먼 된장찌개가 끓고.

벌건 두부찌개 가 끓고

내 엄마의 고단했을 삶이 지지직 지지직 아픈

소리를 질러대며 끓어넘쳤을 양은냄비.

 

이제 나는 이 냄비에 행복도 끓이고 희망도 끓이고

내 앞날의 소중한 삶들을 뽀글뽀글 맛있게 끓여 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