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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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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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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행복한거 맞죠


BY 명교 2005-02-25

그게 뭐꼬?  시집에 갈라면 잘 좀 하고 가지.  남 부끄러서 어떻게 갔노.  시집 어른들 아무 말씀 업든나 어른들이 부끄러워겠다

 설 저녁에 친정에 온 나를 보고 엄마는 나의 탐탁치 못한 모습에  질책을 하는 말씀입니다.

 

그날 저녁 잠 들기 까지 엄마에게 얼마나 많은 핀잔과 훈화를 들었는지 모른다.

나중에는 서울에서 온 동생도 한 마디 거들고 괜히 조카들까지 한 마디 거들어서 부아가 치밀어 올라  난 잘란다 하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엄마는 새벽부터 일라 얼른 일라서 닦고 전화 좀 해봐라 오늘 한다고 한것 같다며 나를 깨우신다.

엄마가 사시는 동네 근처에 마트가 있는데 오늘은 영업을 한다고 했단다.

마트가 영업을 하면  마트 안에 있는 미용실도 오늘 영업을 할 거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 보는 데서 머리를 해야 한다는것이 엄마가 밤새 내린 생각이신 것이다.

 

설 명절에  "누가 머리를 해?"  마트는 해도 미용실은 안 할꺼야 하며 뺀돌거리는 내 모습에 니가 전화 좀 해 봐라 하며 동생을 닥달하셨다.

 동생은 "언니 내가 이래야 겠어?  엄마가 언니 예뻐지는거 보고 싶은가봐 언니 오늘 머리 하고  가" 하며 동생까지 가세해서 전화로 연락을 해 보았다.

오늘 정상 영업합니다. 하는 아가씨의 전화에 으~~~하며 화장실로 향했다.

 

같이 미용실에 간 엄마는 우리 딸 머리 하러 왔는데요 아주 예쁘고 세련되게 해 주세요 하며 특별 주문을 했다.

그러자 원장 선생님의 손길이 아주 정성스럽게 내 머리를 커트 하기 시작했다.

정성스럽다 못해 조심스러움에 괜히 내가 미안했다.

사십먹은 딸의 머리가 혹여 밉게 잘라질가 아픈 다리를 끌고 미용실에 가서도 원장님이 놓칠세라 옆에서 지켜 서 계시는 엄마를 거울 통해서 쳐다 보다 눈물이 핑 돌았다.

 

사십 먹은 딸은 너무 행복했다.  이 나이에 아직도 엄마가  미용실에 데려와서 예쁘게 해달고 특별 주문을 하고 옆에서 눈을 반짝이면서 나를 지켜 보고 있다는 사실에 난  너무 행복하다 못해 눈물이 맺혔다.  원장선생님은 "참 보기 좋네요 제가 아주 특별한 고객을 만났네요" 하며 정성스럽게 커트를 하고 파마를 예쁘게 해 주셨다.

 

예쁜 내 모습에 엄마는 만족스러워 하셨고 가시나 진작 좀 하지 하며  추울까봐 당신 주머니에 내 손을 덥석 잡아 넣으셨다.

언제  이런 일이 또 있거나 ? 하시며 엄마는 세월의 안타까움과 이 시간의 소중함에 어쩔줄 몰라  하시다 나의 손등에 당신의 사랑 만큼 뜨거운 입김을 부신다.

그 입김의 온도는 키스와 비교 할 것이 못 된다. 

그 키스는 나의 딸과 하는 진득이 뽀뽀 보다 아직도 돌아서면 보고 싶은 내 신랑과 나누는 키스하고는 사뭇 다른 키스였다.

 

정말 언제 또 이래보나? 하는 생각에 얼른 약속 아닌 투정을 부립니다.

엄마 다음에 파마 하러 갈때 같이 가 줘?  그래야 원장 선생님이 신경 더 써 줄것 같아 하며 예순일곱 먹은 엄마에게 사십 먹은 딸이 엄마에게 다음에도 같이 가자고 투정 부립니다.

 

엄마는 뭐 똑같겠지 하시면서도 좋은가 봅니다. 다음에도 울 엄마랑 미용실에 갈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