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석인지, 곰탱인지, 내숭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재미라곤 없는 남편과 살다보니 별별 재주를 다 부리며 산다.
오늘 아침 남편이 차려주는 아침 식사를 했다.
첫아이 입덪할 때, 몸무게가 9킬로가 줄어도 남편 아침 식사를 꼬박꼬박 차려 준 공이 어디로 간 게 아니다.
남편은 그 공을 두고두고 갚느라 빨래 청소는 당연히 자기 일이요, 가끔 설겆이와 밥 차려 주는 일까지 한다.
나는 수학선생 출신이라 계산이 분명한 사람이다.
주면 받드시 받아낸다.
이자는 몇곱으로 받아내기도 하고, 남편이 하기 따라 기분이 좋으면 탕감해 주기도 한다.
오늘 아침은 시리얼에 건포도, 붉은 피망, 바나나를 넣고 우유를 부은 것이다.
청국장과 요구르트, 사과 두 개는 후식으로 준비되어 있다.
참, 우리집 청국장은 남편이 만든다.
콩을 사는 것, 불리는 것, 만드는 것 모두 남편의 일이다.
처음엔 냄새가 고약해서 싫다고 투정을 부리던 나도 요즘엔 잘 먹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입에서 나던 고약한 냄새가 청국장과 요구르트를 먹으면서 사라진 때문이다.
남편이 차려 준 아침을 잘 먹고 후식까지 다 먹고 나니 행복하다.
이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뭐니뭐니해도 역시 남편이 차려 준 음식이다.
이민의 나라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는 세계 각국의 요리 맛을 볼 수가 있다.
그 중의 잘한다는 집을 차례 차례 다녀보고 내가 내린 결론이다.
잠이 덜 깬 눈 부비고 앉아 응석부리며 남편이 차려 준 아침식사를 하는 기분은 정말 최고다.
여왕이 부럽지 않다.
내가 식사할 동안 시중드느라 남편은 식사가 나보다 늦었다.
이 세상 최고의 식사를 끝낸 나는 응석겸, 고마움의 표시겸... 사과를 먹고 있는 남편의 입에 뽀뽀를 한다.
거부의 뜻으로 남편의 고개가 돌아간다.
그러거나 말거나 억지로 붙들고 쪽~한 다음 샐샐 웃으며 묻는다.
"사과가 달콤해? 키스가 달콤해?"
"그걸 말이라고 묻냐?"
남편이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에구, 물어 본 내가 그렇지...
아무러나 사과보다 달콤하다고 하려구...ㅉㅉㅉ
벤댕이 속알딱지가 아침을 차려주지 않았다고 화가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멋대가리 멋는 남편에게 화가 나려구 한다.
빈말이라도 키스가 더 달콤하다고 말해주면 최고의 식사가 더욱 빛이 날텐데...
돈드는 것도 아닌데 말로 인심쓰는 일에 뭐 그리 인색한 것인지...
평소 무뚝뚝한 말투까지 생각나 남편이 밉다.
저절로 눈꼬리가 올라간다.
"그러면 그렇지..."
한바탕 불평를 쏟아내려고 하는 찰나 남편이 느릿한 목소리로 말한다.
"어떻게 사과하고 키스를 비교하냐?"
또 무슨 소리를 해서 내 속을 뒤집으려나 싶어 기다려본다.
"......"
"당연히... 천배나 만배나 키스가 더 달코옴 하지이..."
오래 살더니 눈치가 좀 늘었나보다.
내 속이 슬슬 꼬이는 것을 짐작했나보다.
하지만 이렇게 슬쩍 넘어가면 내가 봐 줄 줄 알고?...
어림없다.
목소리에 날을 세워 날카롭게 묻는다.
"뭐야? 그런데 내가 입 좀 맞추려고 하면 하구헌날 왜 피하는데?..."
남편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여전히 느릿하게 말한다.
"아, 그거야, 너무 달코~옴하니까 살이 찔까봐서 그러는 거지이~..."
"......"
여우랑 살면 곰도 가끔 이렇게 재주를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