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아래 가랑비님의 글을 보니
저도 생각나는 추억?이 하나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고향이 시골이라
직장 다니는 사촌언니랑 같이
시내에서 자취를 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었죠.
어느 날 저녁,
좁은 부엌에서
지지고 볶고 저녁을 준비하던 언니가
갑자기 하이소프라노로 나를 부릅니다.
"야, 야, 단샘아! 니한테 쪽지 날라왔다."
"먼 소린데?"
"니한테 쪽지가 날라왔다카이.
오징어 뽁고 있는데 창문에서 뭐가 날아오디만
요 속에 빠져뿌랬다."
그러면서
노트를 한장 찢어서 쓴 쪽지를 건네주었지요.
이미 오징어 양념이 발갛게 물들어버린 쪽지를.
'교복을 입고 지나다니는 너를
오랫동안 유심히 지켜봤다.
니가 참 마음에 든다.'
뭐, 그런 내용과 함께 그 아래
간단한 자기 소개를 적었더군요.
제 경험에 의하면
대체로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맞춤법에 더 약한 것 같더라구요.
그 아이 역시 맞춤법이 엉망인 편지를 썼더군요.
그런데 결정적인 부분이 있었지요.
결국 그 쪽지를 쓰레기통에 던져넣게 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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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미:낙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