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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18

봄을 탔나 봅니다.


BY 예운 2005-02-21

 

  가슴 속에 묻어만 두면 아픔도 아픔 아닌것처럼, 그리

움도 그리움 아닌걸로 결단 나고 말텐데 나는 요즘 자꾸

그것들을 꺼집어 내고 싶어집니다.

아프다고 말하고 싶고 아파서 죽을것 같다고도 말하고

싶어서 나는 사람들을 찿습니다.

내 얘기 들어 줄 사람, 들어도 못들은척 해 줄 사람을 찿

아 여기로 자꾸 오게 됩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잘 산다 싶으면서도 문제를 한

아름 안고 살아가는 조용해서 되려 이상한 날들입니다.

지쳐서 내 스스로에게 지쳐 더이상 어쩌지 못할 것 같을

때가 올까봐 나는 항상 그것이 두려웠습니다.

잔소리하고 간섭하는 건 내가 지치지 않았다는 증거인데

나는 요즘 잔소리하기가 귀찮습니다.

귀찮고 싫어서 간섭하기도 싫어집니다.

이러다 어느날 갑자기 예전처럼 다시 잔소리하고, 내 목

소리가 담장을 넘나 드는 우악스런 여자로 돌아가 있었

으면 참 좋겠습니다.

쫑긋쫑긋 돋아나는 쑥을 뜯어다 된장국도 끓이고, 쑥전

을 부쳐 아이들에게 멕이고 있는 억척스런 엄마로 돌아

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퇴근을 하면 부엌가기가 싫어집니다.

때늦은 결혼식하는 내게 큰언니가 해준 솜이불이 큰 언

니 품같아 그 속으로 파고 들어 잠이 들었습니다.

잠에서 깼을때 편하게 자라고 애들은 불까지 꺼주고 지

들 방으로 피신을 가버렸습니다.

캄캄한 방에서 눈을 뜨고 그렇게 한참을 있었습니다.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한 줄기 불빛과 흘러 들어오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반갑습니다.

나는 가끔 이렇게 어둠속에서 희망을 보곤 합니다.

그러면서 나는 다시 힘이 생기고 용기가 생깁니다.

배가 고팠습니다.

아이들 이름 하나씩 크게 부르며 방문을 여는 내 목소리

는 어느새 커져 있었습니다.

"밥 먹자!" 김장 김치에 밥 한 그릇을 비우고 차를 마십니

다. 포만감에서 오는 편안함이 행복인냥 애들과 웃고 있

습니다. 큰 소리로 웃으며 나는 다시 아픔을 가슴 속에

묻습니다. 그랬다가 다시 꺼내 보고......

나는 잠시 봄을 탔습니다.

그냥 지나가면 너무 재미 없어 나름의 봄맞이 행사를 치

루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