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에 묻어만 두면 아픔도 아픔 아닌것처럼, 그리
움도 그리움 아닌걸로 결단 나고 말텐데 나는 요즘 자꾸
그것들을 꺼집어 내고 싶어집니다.
아프다고 말하고 싶고 아파서 죽을것 같다고도 말하고
싶어서 나는 사람들을 찿습니다.
내 얘기 들어 줄 사람, 들어도 못들은척 해 줄 사람을 찿
아 여기로 자꾸 오게 됩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잘 산다 싶으면서도 문제를 한
아름 안고 살아가는 조용해서 되려 이상한 날들입니다.
지쳐서 내 스스로에게 지쳐 더이상 어쩌지 못할 것 같을
때가 올까봐 나는 항상 그것이 두려웠습니다.
잔소리하고 간섭하는 건 내가 지치지 않았다는 증거인데
나는 요즘 잔소리하기가 귀찮습니다.
귀찮고 싫어서 간섭하기도 싫어집니다.
이러다 어느날 갑자기 예전처럼 다시 잔소리하고, 내 목
소리가 담장을 넘나 드는 우악스런 여자로 돌아가 있었
으면 참 좋겠습니다.
쫑긋쫑긋 돋아나는 쑥을 뜯어다 된장국도 끓이고, 쑥전
을 부쳐 아이들에게 멕이고 있는 억척스런 엄마로 돌아
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퇴근을 하면 부엌가기가 싫어집니다.
때늦은 결혼식하는 내게 큰언니가 해준 솜이불이 큰 언
니 품같아 그 속으로 파고 들어 잠이 들었습니다.
잠에서 깼을때 편하게 자라고 애들은 불까지 꺼주고 지
들 방으로 피신을 가버렸습니다.
캄캄한 방에서 눈을 뜨고 그렇게 한참을 있었습니다.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한 줄기 불빛과 흘러 들어오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반갑습니다.
나는 가끔 이렇게 어둠속에서 희망을 보곤 합니다.
그러면서 나는 다시 힘이 생기고 용기가 생깁니다.
배가 고팠습니다.
아이들 이름 하나씩 크게 부르며 방문을 여는 내 목소리
는 어느새 커져 있었습니다.
"밥 먹자!" 김장 김치에 밥 한 그릇을 비우고 차를 마십니
다. 포만감에서 오는 편안함이 행복인냥 애들과 웃고 있
습니다. 큰 소리로 웃으며 나는 다시 아픔을 가슴 속에
묻습니다. 그랬다가 다시 꺼내 보고......
나는 잠시 봄을 탔습니다.
그냥 지나가면 너무 재미 없어 나름의 봄맞이 행사를 치
루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