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한다발 준비하려다 기암하고 말았다.
제일 후질건한게 이만오천원이란다. 딸아이와 협상을 시
도했다."너 꽃다발 받아야 겠니?" "응! 난 받아야겠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해버리는 딸을 야속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내가 왜 이러나 그까짓 돈 있어도 없어도 사
는데 큰 지장 없겠구만 이런 모습을 보이는 한심한 모습
이 딸아이에게 어떤 상처가 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서도 결국 나는 시외삼촌 아들 중학교 졸업식이라
받은 꽃다발 하나를 챙겨 물뿌리고 손질하고 다듬었다.
숙모님의 애처로운 눈길 외면하며 애써 씩씩한척 이쁘네
하는 나를 숙모님 "아이구 너도 징하다"하신다.
선걸음에 방에 들어오시지도 않고 나가시는 외삼촌과 숙
모님께 남편한테는 비밀인지 아시죠?.
"너 제발 이렇게 살지 말어야. 화장도 좀 하고, 멋도 부리
고, 모임에도 다니고, 술도 한잔씩하고 노래방도 다니고
너는 신랑이 그렇게 무섭냐? 너보면 내가 답답하다" 늘
보기 짠한 조카며느리인 나에게 충고를 하시는 숙모님이
있어 그래도 나는 살맛이 난다.
정작 본인은 힘이 들어 죽을 지경이면서도 항상 웃으며
나를 짠해 하시고,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삼촌과 사느라
온갖 어려움 겪으면서도 정작은 "너가 짠하다"시는 숙모
님 가까이 살아서 내가 좋다. 제삿날이고 명절이 되어 가
지 않으면 가고 싶은 시외갓집과 가라고 하면 화나고 싫
은 시댁 큰집.
숙모님 자꾸만 뒤돌아보며 내게 무슨 말씀인가 하고 싶
으신가 보다. 나는 일부러 큰소리로 인사를 한다.
졸업선물로 봉투를 주고 가시니 딸아이는 싱글벙글이다.
귀에 걸린 입. 표정관리에 서툰 열네살짜리 딸아이의 즐
거움을 보며 저렇게 좋아하는데 왜 나는 자꾸 궁상떠는
모습을 보이는지 그러지 말아야지 해보지만.
바람에 덜커덩거리는 창문을 닫고 이불 속에 발을 밀어
넣으며 중얼거린다. "적어도 니가 중학교 졸업할때는 이
렇게 살지 않으마"
아자! 아자!
놀란 애들이 고개를 내밀고 "어째 그라요" 하며 웃는다.
왜? 그냥.
남편은 오늘 삼일째 양식장 지키느라 관리사에서 잔다.
참 편하다. 반찬투정하는 큰아들 없으니 밥차리는게 성
가시지 않고 이것 줘 저것 가져와 심부름 시키는 밉상 없
으니 그 짓거리 내가 해서 좋고(?)
이맛이구나! 이 재미난 짓을 여태 혼자 해왔으니....
재미있어 재미삼아 심부름을 시킨다.
"차 한잔 마시고 싶다. 과일 먹자. 빨래 개자"
나는 이렇게 오늘도 궁상을 재미로 승화시키며 내가 허
영하고 사는 그날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날!
내가 망설임 없이 허영하며 살 수 있는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