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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실종


BY 모퉁이 2005-02-09

운전을 하다보면 본의든 아니든 이런저런 위반을 하거나

상식을 벗어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급하게 오다가 정지선을 넘어선다거나

얌체같이 끼어들기를 한다거나

초행일 경우에는 급차선 변경을 하게 되어

뒷차에 경고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내 잘못을 인정하므로

그 경고를 받아 들인다.

경고를 받아 보았거나 경고를 던져 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

큰댁에서 설 세배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3차선 도로가 꽉 막혀 미리 각오하고 마음 느긋하게 먹기로 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3차선 중에 2차선로를 타고 갔다.

 

얼마나 갔을까.

3차선로를 달리던 차에서 갑자기 담배꽁초를

길바닥에 휙 내던지는 것이었다.

저런저런..하던 남편이 주의성 크락숀을 눌렀다.

그것이 사건의 전조곡이란 것을 안 것은 잠시 후였다.

 

한 때 어느 개그맨이 폭주족의 오토바이 소리를

흉내내어 유행어가 되어 버린 소리 바라바라바라밤~~

하는 굉음을 내며 한 승용차가 바짝 다가왔다.

마치 우리 차를 들이 받을 듯한 기세로 난폭 운전을 하며

위협을 하는데 창문 밖으로 내민 얼굴을 보니

우리동네에서는 본 적이 없는 헤어스타일을 한 젊은이가

삿대질을 해대며 뭐라고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었다.

승용차를 경주용 자동차로 개조를 했는지 보통 자동차와는

소리가 달랐다.

 

꽁초를 버린 차였고 남편이 누른 크락숀 소리에

보복을 하려는 듯 했다.

처음엔 남편도 차 안에서 한마디 했었다.

[뭘 잘했다고 그러냐?]

물론 그 청년은 듣지 못했지.

 

우리가 가는 2차선은 차가 밀리는 반면

그 청년이 가던 3차선은 차가 잘 빠졌다.

그러나 이 청년은 우리와 속도를 맞추기 위해

앞차간의 간격을 벌려 놓은채 계속 우리차 오른쪽에서

끼어들것 처럼 불쑥 들어오는 시늉을 하다가

뿌아앙~~하며 굉음을 내었다가 무언가 끝장을

보려는 계산인지 행동이 심상찮았다.

 

아이들은 헤어스타일부터 예사롭지 않고

날카롭게 생긴 청년들이 무섭다며 웅크리고

나는 남편에게 그냥 아무 대꾸말고 무시하자고 했다.

잠시 비겁해 지는 것 같았지만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은 사람같아 눈길을 주지 않기도 했다.

 

남편보다 내가 앉은 자리가 그 청년의 모습이 잘 보였다.

우리가 자기를 상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는지

이번엔 협박 수준이 높아지고 눈만 마주치면

 쏟아낼 욕설이 준비된 양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입을 실룩대는 모습이 내 오른쪽 옆 실눈에 잡혔다.

비열하게 빙글대며 웃는 모습도 잡혔는데 그땐 정말 나도 무서웠다.

 

[여보! 아무 소리 하지 말고 그냥 가~]

뿌아앙~ 거리며 차를 옆으로 바짝 붙어 들이대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다.

얼른 교통 흐름이 좋아져서 차들이 뒤섞여 버렸으면.. 싶었다.

다른 차로로 차선을 바꾸었으면 좋겠구만

남편도 곳곳하게 제 길로만 갔다.

그러기를 얼마나 더 갔을까.

 

다시 창 밖으로 내민 손가락에는 담배가 꽂혀 있었고

담뱃불을 붙이더니 두어모금 빨아들이고는

휙~하니 또 한 번 반토막 남은 담배를 우리차 쪽으로

내던지고는 예의 그 뿌아앙  하는 소리를 내며 제 갈 길을 가버렸다.

뭐라고 하면서 갔을까.

'에라이~재수 옴 붙었어??'

'니나 잘 해라??'

'짜씩 잘 났다 꼴값 떨지마??'

아니면

'그래 내가 졌다.다음부터 조심하마..??'

 

운전 미숙이거나 아차 하는 순간 실수도 아니고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차창 밖으로 내던지는 것은

실수가 아닌 순전히 고의성이다.

양심의 문제다.

그런 비양심을 두드려주면 도리어 불쾌해 하거나

어거지 보복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실종된 양심은 어디에서 찾는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