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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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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의 밥그릇


BY 수 홍 수 2005-02-06

추석은 열두남매네 막네처럼 춧석 거리고 찾아와서 추석 이고

설은 언제 오는지 모르게  설 설 와서 설 이라고 한다는군요

?p년 전만 해도 부모님 다 생존 해 계시니 명절에 큰댁에 안간다는 것은

남편과 오판 오승  완승을 해도 어림없는 일이었습니다

티비에서 귀성객 열차 예매를 방송 하는 아홉시 뉴스를 보실 때부터

자손들을 기다리시는 어머님은

 큰며느리에게 속이 다 보이는 시침을 뚝 떼시면서

"너 힘드니까 음식장만 많이 하지마라" 하십니다

타지에 살다 명절에 당신들을 찾아  들어오는 자손들이

 믿음직스럽고 한복을 곱게 차린 손녀가 더 없이 예쁘지만

"왔냐 힘들 게 뭐하러 왔어!  이쁘네 차멀미 안하고 잘 왔냐!

 한마디 하시던 아버님

시어머니 생신이 친정 아버지 생신 이랑 같은 날인데

 시어머니는  당신 생신에 참석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고

남편은 장인의 생신을 말로만 챙겨서  나를 마음 아프게 했습니다

시골의 초여름 새벽은  상큼했지만

 어머님 생신에 오신 동네 손님들과

 내가 누구인지 알겠냐고 물으시는

집안 어르신들.호칭 때문에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분명 작년에  어떤 촌수 라고 알았는데 올해는 그분이 그분같고

촌수도 모두 잃어 버렸으니 호칭은 무조건  생략하고 오시는 분마다

"안녕하세요?"   하다보니 00새댁은 안녕하세요야 하고 놀리는 분도 계셨습니다

 하루종일 부엌에서 이것저것 먹다보니

 저녁 밥상의  내 밥그릇에 적은양의 밥을 퍼놓았습니다

손녀 젖을 먹이는 며느리 밥그릇의 밥이 너무 적어 보였는지

아버님은 잡수시던 밥 한쪽을 덜어서 내 밥그릇에  얹어주시며

"에미가 밥을 잘 먹어야 애가 건강한거다"

하시고 나가셨습니다

밥상머리 식구들은 모두 모르는체 했지만 어머니는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친정에선 " 이것 맛있다 많이 먹어라" 하고 반찬을

밥수저에 놓아주는 것은 예삿일이어서

그날 아버님이 내게 주신 밥 한덩이는 그냥 밥 한덩이었습니다

아버님은 항상 무뚝뚝하시고 어머니는 항상 호랑이 시어머니일 것만 같았는데

세월을 못이기고 가셨습니다

내 대신 마당도 한번 쓸어주시고  내가 빨래 다 널 때 까지 다른일 하면서

기다리셨다가 빨랫줄 바지랑대도 높이 올려주시던 아버님

생일날이 같다고  사돈 에게 격식을 차리다 보면 남은 세며느리 사돈 들에게도

 격식을 차려야하는데 그렇게되면 큰며느리가 사돈댁 격식차리느라 힘들어서

 안된다고 내게 몰인정 하신 어머님

세월이 지날수록 어머님의 몰인정 사랑과 아버님의  밥한덩이가 자꾸 커져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