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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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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


BY 예운 2005-02-01

  하루 내 눈송이가 먼지처럼 날리더이다.

후훅. 입김으로 날려버리고 싶어 창문을 열고 입을 오무리니 금새 얼얼해지고 말더이다.

그리운 사람.

내 뒤에 꼭꼭 숨어서 보고프단 말도 안녕이란 말도 섣불리 꺼낼수 없어하던 당신이 생각나더이다.

사랑이란 말이 허영처럼 느껴져 가슴 저 밑바닥에 깔아 놓은지 오래인데 오늘은 자꾸만 명치끝으로 치밀고 올라오더이다.

더는 어쩌지 못하고 끝내 내뱉으며 밤바람을 피우니 금방이라도 아!하는 속시원한 소리가 나더이다.

뒤안 무화과 나무에 먼지처럼 쌓인 눈이 우리방 책상모서리며 장롱뒤의 먼지와 닮아서 손가락으로 쓰윽 한번

문질렀더이다.

흔적이. 아주 선명한 흔적이 내 가슴에 난 흔적처럼 뚜렷이 남더이다.

그리운 사람.

죽어도 사랑이란 말은 입 밖으로 못내고 만 지난날이 싫더이다. 죽어도 당신 사람으로 살아야겠노란 말 못하고 만것이 영 싫더이다.

치가 떨리게 외로운 열여덟살 여자아이의 장난에 상처투성이가 되어서도 아프다 말 못하던 당신께 지은 죄값.

지금 톡톡히 치런다 생각하면 그나마 견디겠더이다.

좀 더 일찍 내마음에 솔직했으면, 당신께서 좀더 가까이 내게 다가와 주었으면, 내가 아무리 아니라 해도 한번더

같이 살자 해주었으면, 스물다섯까지 기다림 조금만 더

내 옆에서 서성거려 주었으면, 당신 사람으로 살고프단 말 그때 했을지도 모르는데.....

외로움을 옷처럼, 한겨울 나를 추위에서 보호해줄 외투처럼 걸쳐입고 목까지 차오르게 단추를 채우고 당신향한 마음 보이는게 싫더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끄럽고, 면목없고, 염치없어 차마 말못하는 내게 당신께서 먹기 싫고 남주기도 싫은 떡이냐 묻는 바람에 더는 어쩌지 못하겠더이다.

야속한 당신께 나는 또 얼마나 속절없는 여자아이였더이까.

당신한테 시집가려고 이 고생을 하며 악착같이 사는줄 아냐는 내게 멀건 웃음 보이던 당신은 그때 얼마나 허망한 꼴을 당하셨더이까.

"나보다 더 나를 사랑했던 그대가 왜 나를 ..."

이 노랫말만 들으면 나는 왜 당신 생각이 나는지,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그대 등뒤에 서면 내눈은 젖어 ...."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수는 없어도 항상 나를 보고 있는것 같더이다.

이제 더는 당신 그늘을 그리워 말아야지 수십번 다짐해도 나는 어느새 그때로 돌아가 웃고 있더이다.

내가 준 상처가 지금 나처럼 회한으로 남는건 아닌지,

지까짓게 감히 깜냥도 못되면서 당신을 기 죽게 한 내가

지금 이렇게 회한에 잠기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