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에 빈 좌석이 없었다.
매달린 고리를 붙들고 서 있는데
가운데 통로를 모두 슬슬 피해 걷는다.
통로에 하얀 티슈 두 장이 엎어져 있었다.
누군가의 오물이 쏟아졌겠거니 짐작했다.
어떤 남자가 휙 지나가는 바람에
네모난 하얀 티슈가 바지 바람에 펄럭거렸다.
누리끼리한 얼룩이 여기저기 묻어있었다.
올망졸망한 세 자매가 나들이 나온 모양이다.
이리저리 기웃대는 모습들이 앙징스럽다.
장난끼가 발동했는지 좌석에 앉은 아저씨가
[똥 니가 쌌지?]
[아니에요.아까부터 있었어요.이구` 냄시야~]
하면서 코를 쥐고 맹맹이 소리를 한다.
서로 모르는 얼굴들끼리 쳐다보면서
아저씨도 아이도 잠깐씩 웃었다.
나도 웃었다.
잠시 후에 덩치는 컸지만 얼굴은 소년기가 역력한 아이가 탔다.
바닥에 흘린 종이를 주우려고 허리를 숙이는 순간
앙징맞은 소녀가 말한다.
[오빠~똥이야 더러워]
그러자 그 소년이 주위를 휙 둘러보더니
그 문제의 자리 바로 앞에 앉은 아줌마한테
[아줌마~아줌마가 쌌지?
이런데서 똥을 싸면 되나..이러면 안되지]
아줌마 당황하고
소년은 당당하고
사람들은 웃었다.
사람이 쏟은 오물은 아닌듯 싶었다.
애완견의 짓이라고 옆에 할머니는 중얼거리신다.
소년은 덩치에 비해 사고는 조금 늦은 아이같았다.
그 아이가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우리 모두 그 아줌마가 했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겠지만
공공장소에 그런 흉한 모습을 남기면 안된다고 말하는 이
아무도 없고,그걸 치우려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그러나 소년은 당당하게(비록 한 사람을 찍었지만)
이러면 안된다고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는 훈계로 들렸다.
소년..용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