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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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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를 바꿔! 바꿔!....


BY 낸시 2005-01-23

여행기념품으로  조그만 티스푼을 사 모으는 사람들이 있다.

그 밖에도 이런 저런 것들을 사람들은 여행기념품으로 사서 진열해 놓길 좋아한다.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남편은 그런 것들이 보기 좋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도 뭔가 기념이 될 만한 것을 모으고 싶었다.

같은 것을 보고도 사람은 생각이 각기 다르다.

여편을 그런 것을 보면서 때로 먼지를 털고 닦아주는 수고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생각을 먼저했다.

인생은 심플할 수록 좋은데 왜 사서 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도 했다.

 

남편이 여행을 가서 기념품으로 예쁜 종를 골랐다.

두번째 여행지에서도 종 하나를 샀다.

세번째 종을 고르는 남편에게 여편이 물었다.

"왜 종은 자꾸 사?"

"으음, 나도 여행할 때마다 종을 하나씩 사서 모으고 싶어. 좋잖아, 기념도 되고 ... 그리 비싼 것도 아니고..."

어깨를 으쓱하고 여편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것을 사다 모으기만 하면 안되잖아. 예쁘게 진열도 해야지. 가끔 먼지도 털고 닦고 해야 될텐데 난 그런 것 싫거든..., 그것 사서 모으고 싶거든 각시를 먼저 바꿔..."

남편은 계산대로 들고 가려던 종을 제자리에 가져다 두었다.

 

남편은 여행가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 후 남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사진이다.

여편은 여행가서 사진 찍히는 것이 싫다.

오는이, 가는이, 길을 막고 포즈를 취하는 것이 얼마나 미안하고 민망한 일인지 모른다.

조금 옆으로 서라, 뒤로 서라, 한발 앞으로 와라, 남편이 이런 주문을 할라치면 남편을 때려주고 싶기까지 하다.

하지만 사진을 찍은 남편은 이왕이면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에 이런 주문을 아니할 수가 없다.

 

남편은 카메라에 대한 욕심도 많다.

해외 출장길에 망원렌즈가 딸린 카메라를 사오는 것을 잊지 않는다.

벌써 몇개 째인지 모른다.

여편은 그런 것도 싫다.

남편이 보기엔 사진이 다르다고 하지만 여편이 보기엔 값싼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나 비싼 카메라도 찍은 사진이나 별 차이도 없다.

혼자 속으로 생각한다.

'옛날 흑백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고도 추억을 살려내는 일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 칼라면 되었지. 무슨...ㅉㅉㅉ'

그뿐인가, 툭하면 비싼 카메라 둘러메고 나서길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여편은 굳게 믿는다.

그 때 도둑이 가져갈 것이라곤 카메라 밖에 없었다.

괜히 카메라 때문에 아이들 돼지 저금통까지 뜯긴 것이 억울하기만 하다.

그까짓 카메라야 없어진 것이 시원하지만...

 

남편은 새로 나왔다는 무비카메라가 사고 싶었다.

여편은 그 카메라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도둑사건이 있고 난 후 값비싼 카메라라면 신물이 난다.

은근히 그것을 빗대 남편을 비난한 것도 여러번이었다.

사진 한번 찍으려면 아이들이나 여편이 포즈를 취해주는 일에 인색한 판에 남편은 그들의 눈치를 아니 볼 수도 없다.

풍경사진만 찍어보니 그래도 역시 사진은 인물이 들어가야 추억거리가 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여보, 나 그 카메라 사면 안될까?"

"하고 싶은 대로 해...

하지만 순서는 지키라고...

먼저 각시를 무비스타로 바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