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마음이 늘 가는 사람이 있듯이
지역도 마찬가지로 마음이 가는 곳이 있다.
2년전 평창을 처음 접했을때 느낌은
노후에 남은 여생을 보내고 싶을 정도로
평창은 내게 매력적인 정서로 내마음의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게 했다.
평창 장에서 메밀 부침의 맛과
평창장에 모처럼 나들이 나온 노 부부의
푸근함과 소탈함이 있어 평창을 좋아 하는지도 모르겠다.
2년후 .
지난 겨울 평창을 찾아 갔다.
남편의 동행 하에 ..
언니 내외랑
여동생과 여동생의 아이 둘과.시집간 조카의 열달된 아이와
평창 깊숙한 곳 산골 마을이란 통나무 산장에 짐을 풀었다.
산장 초입에 들어서니
지붕을 기와로 올린 통나무 산장이 추위속에 도도히 서있었고
산장 뒤로는 높은 산들이 병풍을 치고 통나무 산장을 품고 있었다.
군데군데 흰눈이 쌓인 작은 도랑을 지나 안채에 들어서니
안채옆 정자 에서는 사십대 중반에 여인이 창 을 하고 있었다.
제자인 듯한 어린 소녀는 아궁이 앞에서 장작불을 때며
스승 인듯한 여인네가 부르는 춘향가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모습을 접하니 마치 드라마 셑트장에 온 기분이 들었다.
도심생활을 뒤로 하고 평창으로 들어온 산장 부부가 갓 지어내온
맛깔스런 저녁밥을 장작 난로옆 은은한 촛불 아래에서 먹고나니
포만감에 잠이 몰려왔다.
산장 부부가 특별히 내온 옥수수 술을 마져 마시고
나무계단을 지나 안채 정원 나무 의자에 앉아서
올려다본 평창 겨울 하늘은
별들의 향연속에 화려하게 은빛 축제가 펼쳐지고 있었다
은빛 축제가 끝난후 ...어쩌면.
주먹 만한 별들이 한아가득 쏟아져 내릴것 같아
입고간 코트의 단추를 풀면서.
\'\"야...별이 별이 쏟아 질것 같아..별이 떨어지면 코트로 받아야지..\"\"
코트을 넓게 펼치니 별이 곧 떨어 질것 같은 동화 나라 같았다.
어둠의 커텐이 스르르 쳐진 평창 산골 산장은
장작불 때는 뿌연 연기와 함께 겨울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우리 일행들은 아랫목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어릴적 육남애가 오글 거리던 과거를 회상 했다.
오골오골 6남매가 한방에서 지내던 그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니.
연신 곧은 손을 호호 불며 뜨개질 하시던 8년전 고인이 되신 내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사무쳐 세자매의 눈가가 발개져왔으니...
엉덩이는 뜨겁고
우풍으로인해 얼굴은 춥고 손은 곧고..
그 곧은 손으로 준비해간 백김치 메밀전을 손으로 찢어 먹으면서.
동치미에 말은 잔치국수가 간절해
주위 막국수 집을 산장 부부한테 물어보니 근처에는 없단다.
아랫목 쟁탈전에 승리한 나는 아랫목을 차지하고
조카 들과 3.6.9.를 하며 평창의 밤을 보내다
중앙 고속도로를 타기위해 새벽에 차의 시동을 걸었다.
매력적인 평창을 떠나 세시간후의 강구 바닷길.
내가 사는 제2의고향 포항 바다는
도도한 겨울 바다 모습을 드러내며
아침 햇살이 바다 군데군데 은빛 가루 뿌린듯이..
바다는 그렇게 그 자리에 있었다.
낮이 익다.
바닷길도 낮이 익고
간판들도 낮이 익고.
경북 차들도 반갑고
어디어디 무인 카메라가 있는지 훤히 아는 강구 도로가 반갑다.
집에 도착해 초인종 소리에 덜깬 목소리로
\'\"누구세요..\'\"
아들의 목소리도 반갑고 며칠 맡아 키우는 강아지 별이의 짖는 소리도 반가웠다.
여행의 뒤끝은 평범한 일상들을 귀히 여기게 하는
마력이 있다면 나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