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미국 사이에 사우전아일랜드라는 관광지가 있다.
호수 속에 섬들이 천 개가 넘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곳이다.
"저기, 저 집 좀 봐!"
"어머머, 저 집은 더 이쁘다!"
"......"
아름다운 집과 나무와 꽃이 있는 섬들이 호수 위에 여기저기 둥둥 떠 있다.
섬 하나에 집 하나, 아니면 두 셋이 모여 있기도 하다.
자동차 대신 집집마다 배가 있다.
바다와 달리 파도가 없는 호수 위의 섬이기에 가능한 신기한 풍경이다.
그림같은 경치에 취해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정말 이쁘다는 생각을 했다.
남이 가진 것이 그토록 부러?m던 적이 없었다.
세상에 나와서 처음으로, 나도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욕심이 없다고 하였고, 스스로도 욕심을 버리고 살려 애쓰며 살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살 수 있다면, 욕심이 없는 체 하는 우아함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은 이래서 악마에게 영혼을 팔기도 하는 지 모른다.
엄마의 그런 속마음이 다섯 살 짜리 옆에 있던 아들에게 전달된 모양이다.
"엄마, 염려마! 내가 나중에 커서 저 집 사줄께."
"정말?"
속도 없이 아들의 말에 반색을 했다.
"그럼, 정말이야! 내가 꼭 사줄께!"
아들은 철썩같이 약속했다.
"여보, 저 집 사진에 담아 두세요."
남편은 그 집 사진을 찍었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철이 들기 시작했다.
엄마는 앨범을 들여다보길 좋아했다.
앨범 속 사진 중에, 엄마는 호수 위에 떠 있는 그림같은 집을 가장 좋아하였다.
그 집 사진 아래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아들이 커서 사 주기로 약속한 집'
아들은 그런 엄마를 구박했다.
"엄마는 철딱서니 없이... 나중에 커서 나도 집사고 우리 식구 먹여 살리려면 무척 힘들텐데... 날더러 집을 사달라고 하고..."
엄마는 그런 아들에게 타협안을 내놓았다.
"아들아, 그럼 그 집은 너무 비싸니까 내가 포기할께.
그 대신 엄마는 꽃이랑 나무를 좋아하니까 마당이 넓은 집 하나만 사 주라.
아빠는 공무원이라서 엄마에게 그런 집을 사줄 만큼 돈을 벌 것 같지 않으니까 네가 그렇게 해 줄래?"
"엄마아~!... 엄마, 정말 계속 그렇게 철없이 굴래?
안된다고 했잖아!
나도 우리 식구 벌어 먹이려면 힘들어서 안된다고 했는데 엄마는 왜 자꾸 이러는 거야?"
엄마의 억지에 아들은 울상이 되었다.
엄마는 그런 아들이 귀여웠다.
'아고, 아고, 이쁜 내 새끼, 벌써부터 제 가족 먹여 살릴 생각을 하다니. 기특하기도 하지...'
하지만 그것은 엄마의 속마음이고 겉으로는 계속 아들에게 집을 사달라고 졸랐다.
"아들아, 엄마는 말이야. 마당이 넓은 집......"
아들은 엄마의 말을 중간에서 잘랐다.
"안돼, 엄마! 몇 번 말해야 알아 듣겠어?"
아들이 아무리 철없다고 구박해도 엄마는 마당이 넓은 집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들이 자라서 사춘기를 겪으면서 학교도 다니지 않고 엄마 속을 썩였다.
아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엄마는 여전히 마당이 딸린 집 타령을 하였다.
"아들아, 엄마는 마당이 넓은 집..."
하도 많이 들어서 다 듣지 않아도 아들은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안다.
"알았어. 내가 하나 사줄께. 내가 내 것으로 조그만 아파트 하나만 사고 나면, 바로 엄마 마당있는 집 사줄께."
어느 날 아들은 선선히 엄마에게 집을 사 주겠다고 하였다.
엄마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정말? 그런데 왜 마음을 바꿨지?
너 살기도 힘들다고 엄마보고 철없다고 했었잖아."
"응, 그랬었는데 내가 엄마를 너무 힘들게 한 것 같아서 집 하나 사주기로 했어."
"......"
'아니, 이럴 수가... 드디어 아들이 방황을 끝내기로 했나보다...'
엄마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 후 아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더니 검정고시를 보고 제법 좋은 대학에도 들어갔다.
아들 못지 않게 엄마를 힘들게 하는 딸에게 엄마가 물었다.
"딸아, 오빠가 엄마에게 마당이 넓은 집을 사준다고 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해?"
"알써, 엄마. 나는 일곱 개 사줄께..."
딸은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대답이다.
"아니, 왜?"
이번에도 딸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나는 오빠보다 일곱 배 쯤 엄마를 힘들게 했으니까..."
"......"
엄마는 감격해서 말문이 막혔다.
나이가 들면서 엄마의 건망증이 늘었다.
그래도 엄마가 절대 잊지 않는 것이 있다.
'마당이 넓은 집이 여덟 채, 아들이 하나, 딸이 일곱...'
남편은?
날 힘들게 한 것으로 치면 딸의 일곱 배는 받아 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