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나절, 한국식품을 지나다 보니 하얀 작은 박스에 담긴 오이가 “이것이 마지막 박스입니다”라는 쪽지와 함께 가게밖에 나와 있었다. 어쩐지 홀로 나와 있는것과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외로워보여 사갖고 왔다. 자잘한 것들은 뜨거운 소금물을 끊여 부어 오이지 담아두고 조금 큰 것은 오이 소배기를 만들려고 부추를 씻고 있는데 느닺없이 벨소리가 울렀다. 이웃에 사시는 이번주 까지 휴가이신 구역식구가 지나가다 차가 있어 오후에 근처 공원에 가서 고기나 구워먹자며 들린것이다. 마침 더운 날일 것 같아 시내지나 조금먼 일식집 (아주 오래된 집인데 가격은 싸고 양은 많은)에 가서 우동먹고 근처 바닷가에 갈까 생각하고 있던 차에 잘되었다 싶었다. 그저께도 바닷가에 갔는데 혼자 파도타는 것이 재미없었는지 파도가 너무 세어 못 타겠다고 금방 나오고 어제도 남편이 가고 싶어 드라이브 간곳에 별로 가고 싶지 않아 억지로 따라갔다 온것이 조금 미안하여 남편을 위해 같이 가자고 제의했다. 간혹 생각나지만 쉽게 갈수 없어 1년에 한번 정도가는 오래된 일식집의 맛있는 우동을 소개하여 줄수 있어 즐거웠다. “본다이 비치”는 시드니에 있는 비치중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고 넓은 곳이기도 하다. 또한 그 앞에는 호텔과 상점들이 즐비하여 한국 혹은 외국에서 온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 호텔을 이용하기도 하고 시내가 가깝고 경치가 좋아 부자 유학생들이 많이 살고 있기도 한곳이다. 그곳 옆에 전에는 작은 비치가 있던 것이 기억나 그곳으로 가자고 제의하였다. 막상 가보니 그곳도 오래 전과는 너무 많이 달라져 있었지만 모래사장 바로 가까이 움푹파인 커다란 바위아래 그늘에 자리 깔고 앉아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 벗은 차림의 사람들과 날아다니는 갈매기 무리들을 보는것도 재미있었다. 바다에 들어가는 사람보다 모래사장에서 썬탠을 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은 이곳. 특히 날씬한 젊은 아가씨들,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여준다. 한참 파도 타던 남편이 또 파도가 세다면서 물에서 나왔다. 아무도 물에 안들어가고 혼자만 노니 재미가 없기도 하고 파도가 거세기도 하여 모랫바닥에 곤두박질 하는 것을 보는 것은 재미있기는 한데. 정신이 아찔하여 지기도 한다고. 먼곳에다 차를 세웠는지 다 함께 가기에는 힘들다고 혼자 가서 차를 갖고왔다. 그런데 왠 노란 봉투? 열어보니 티켓을 받은 것이다. 주차티켓, 다른 차들이 줄줄이 서있는 곳에 자리가 나서 세웠는데 아마도 2시간 팍킹 자리였든지 아니면 거주자만 세울수 있는 곳이였던지 둘중에 하나일거다. 똑바로 잘 세울것이지 남들 주차하였다고 따라할 것은 뭐람. 어쩔수 없는 새해들어 수업료 내고 공부 시작이네 생각되었지만 사실 딱지 띠는 것 처럼 아까운 것은 없다 말이사 올림픽이후 돈맛을 알아 어느 곳이든 입장료 받고 할당량이 있어 열심으로 딱지띠는 검사원이 다닌다고 하였지만. 앞으로 조심하라는 경고를 주었다 싶었다. 이왕 나온 것 바다를 끼고 드라이브 하였다. 시드니에 손님이 오면 빠지지 않고 관광코스가 되는 “빠삐용” 영화를 촬영하였다는 높고 경사가 가파른 바다위 절벽 시드니가 3대 미항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질 정도로 초록수풀 속의 집들과 넓고 넓은 대서양 물이 안으로 길게 들어와 초록 사이로 흐르는 바다줄기. 정말 감탄이 나올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 멜보런 시내를 보고 왔기에 그럴것이다. 퇴근시간과 공사하는 구간들이 있어 시내를 빠져 나오느라 한참의 시간은 걸렸지만 전에 보지 못하던 우뚝우뚝 솟은 높은 건물들과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시드니에 가니 복잡한 것이 뉴욕 같았어요” 멜보런에서 함께 기타를 타셨던 어른의 말씀이 생각난다. “남들이 한다고 따라하지 말고, 남들을 별로 의식하지도 말고 앞뒤 잘 살펴서 내 소견대로 소신껏, 내 그릇만치 주어진 대로 생각하며, 행동하며 살아라, 또한 내게 주어진 것은 결코 좋지 않은 일이라 하여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받아드려라. 항상 좋은일이라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고 또 좋지 않은 일이라고 다 안좋은 것만은 아니니까". 비싼 수업료내고 한 오늘의 공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