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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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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숙에서의 첫 날밤


BY 로맨티스트 2005-01-02

    도심 뒷골목
    어슴푸레한 가로등 불빛곁으로 후미진곳
    광안리 해변 여인숙

    반항기에 접어들었던 그 시절
    가출후 3일째 추운겨울날 마지막 남은 재산인
    손목시계를 풀어
    주춤거리다 용길내어 삐거덕 거리는 대문을 열었다

    반쯤자다 입에흐르는 침닦으며
    게슴츠레하게 실눈떠던 여인숙 주인아줌마
    말없이 고개돌리며 건너방을 가리킨다

    여인숙 맨끝방 미닫이 문을열어보니
    조그마한 붉은 알전구 희뿌옇게 방을 밝히고
    옷걸이 대용으루 박혀있던 대못 서너개
    먼지낀 흑백TV..
    때가찌든 베개..
    얇은 누비이불..
    반창고 테이프로 얼룩진 깨진 유리창
    쾌쾌허구 꾸리꾸리한 내음새

    주인아줌마가 말없이 놓고간
    학교출석부 반만큼한 까아만 숙박부
    글구 고무줄달린 모나미 볼펜한자루
    찌그러진 노란 양은물주전자..
    수건하나..

    천정에 메달린 조그마한 붉은 알전구를 보면서
    담배연기로 만든 동그랑땡 도너츠를
    연신 뿜어대며 하룻밤을 지샜던 옛여인숙 풍경...

    오늘같이 추운 겨울밤 까마득한 그때 그시절의
    뜨끈뜨끈했던 아랫목이 생각납니다.


    배경음악 : 조영남 - 불꺼진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