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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마무리했던 오지산행


BY 동해바다 2005-01-02


    삼척시 하장면사무소(8:30) - 삼거리(09;00) 출발 - 멍에산 (950m 12:00) - 하산

    

    몸 안 흐르는 냉기에 한겨울의 써늘함까지 가세하였지만 그저 무감각하기만 한
    체감온도이다. 차가운 밤 보내고 집을 나섰다.

    2004년 끄트머리에 있는 마지막 이틀중 하루를 산행으로 채운다.
    힘들었지만 미묘한 맛을 들인 첫번째 오지산행 덕에 며칠전 걸려온 전화에 냉큼 
    가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이미 떠오른 해를 뒤로하고 댓재 지나 하장면 어느 마을에 주차하니 낯가림 없는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 흔들며 우리를 반긴다.(09:00)
    흰서리 머리에 이고 있는 밭작물과 꽁꽁 얼어붙은 개울가의 물이 햇살에 비추어 
    반짝거린다. 그 풍광이 따뜻한 손난로처럼 느껴져 점점 온 몸으로 퍼져 써늘한 가슴 
    안을 녹여주고 있다.
    기온 뚝 떨어져 얼어붙어 있는 도로 위를 삼삼오오 나누어 걷기 시작하는 산악인 
    14명, 마른 풀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산 들머리에 들어서며 낙타등처럼 굽어진 
    능선을 바라다 본다.

    


    소의 멍에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950m 높이의 삼척시 하장면 멍에산..
    능선 아래 암회색의 나무들이 열지어 서 있어 마치 얼룩말 무늬를 연상케 한다. 
    그 밑으로 빨간칠한 대나무 가지들이 화살처럼 꽂혀 새로 심은 묘목을 표시하고 
    있었다. 산불이 나 휑하니 비어있는 산을 채우려는 이 묘목은 몇십년이 지나야 
    울창한 숲을 이룰수 있을 것이다. 

    


    서너명의 산꾼 대열에 진일보하려는 새내기 산악인들...
    그들은 늘 활기찼으며 기대에 부풀어있고 호기심 또한 대단했다.
    사진촬영과 산야의 볼것들로 설명하는 시간이 있다보니 쉬엄쉬엄 걷는 산행이 
    되었고 그러다 보니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쉽게쉽게만 오르는 산이 되었던 멍에산..
    빛나는 회색피를 두른 박달나무와 참나무류들이 옷벗은 채 스산한 바람과 맞서 
    싸우고 있었으며 나무 꼭대기에 서식하는 겨우살이는 우리 일행들에게 가는 길 멈추게 
    하는 멈춤표시와도 같은 휴식이 되었다.


    
 

    겨우살이...
    여러 산을 다니며 고개들어 바라만 보았을 뿐 우리들의 눈높이에 달려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나무 높이 서식하는 기생목 겨우살이는 스틱으로 톡 치면 우두둑 
    떨어졌다.
    귀한 약초를 이렇게 손쉽게 채취할 수 있다니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우리들을 지휘
    하던 분들은 여기여기 있다고 일러줄 뿐 채취하지는 않았다. 수년을 오지산행하면서
    보고 거두어 들였을 약초였을 것이다. 민간요법으로 많이 알려져 수많은 질환에 
    효능이 있다는 겨우살이를 너도나도 할것없이 봉지 하나 가득 채취한다. 

    참나무와 그외 수많은 나무들에 기생하며 영양분을 빼앗아 먹으며 자라고 있는 겨우
    살이에는 구슬처럼 투명하고 동그란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수확한 겨우살이를 배낭 속에 꼭꼭 챙겨 넣으니 보약같은 산삼을 얻은 듯 부자가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순간만은...

    얼마 가지않아 하늘을 펄럭이며 깃발이 눈 앞에 보였다.
    그 아래 정상임을 알려주는 삼각점이 움푹패인 흙밑에 얌전히 추위 피하며 들어앉아
    있었다.(12:00)
    다녀감과 산신에 대한 예를 올리면서 적당한 자리잡아 점심시간을 맞는다.

    


    하루 전날 내렸던 눈에 내심 걱정되었던 날씨는 산 전체를 골고루 감싸주고 있는
    햇살 덕에 추위는 전혀 느낄수 없었다.
    산의 날씨는 그때그때 달라 예보만을 믿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무시할 수도 없는
    기상은 완벽한 등반준비만 된다면 전천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차츰 배우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터를 포근히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강산..
    산세 험하지만 수려한 풍광에 푹 빠지고 마는 강원의 산 속에 점점 매료당한다.  
    높지않은 멍에산과 여타 산으로 둘러쌓인 마을이 한 눈에 보이면서 곧바로 하산길로
    접어든다.(12:45)

    어느 곳이 길이겠는가. 선두가 정하는 길이 길인 것이다.
    마른 솔잎으로 덮인 산길을 내 딛으며 여담과 농이 하산길 우리의 발걸음을 더욱
    쉽게 만들어준다.

    기자와 태백산악회원 3명, 그리고 우리일행 10명은 한시간 후 닦여진 도로 위로
    발 딛으며 오지산행을 끝마친다.(13:45)

    길없는 길을 찾아가며 장장 10시간여를 행보했던 지난 번의 산행에 비하면
    그야말로 동네 얕으막한 산에 소풍나온 것 처럼 쉬웠던 오지산행..
    절대 산을 얕보지 않을거라고 다짐하면서도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을 다녀온 다음
    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처음부터 6~7시간의 강행군이 몸에 베어서인가보다.
    하지만 내년을 위한 오늘의 여백이 보다 쉽게 오를수 있는 산행이 되리라 예측해
    본다.

    2004년을 보내며 마무리하는 산행이라 가볍게 했다는 오늘 산행은 우리 산악대장의
    송년의 의미와 100회 산행 자축 턱을 감지덕지 받으며 따뜻한 온돌방에서 자글자글
    익어가는 삼겹살로 부른 배 또 채우곤 태백팀과 안녕을 고했다.(15:00)

    * 월간 <사람과 산> 2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지난 오지산행은 1월호에 실려있답니다....

    
    깨끗이 씻어 말리고 있는 겨우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