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참으로 많이 다른 사람이다.
어쩌다 둘의 의견이 일치하기라도 하면 남편이 의기양양하게 나를 보면서 말한다.
"것 봐! 우리도 의견이 일치할 때가 가끔 있다니까..."
그 만큼 우리 두 사람의 생각이 달라서 의견의 일치를 보기가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남편은 골프를 좋아한다.
세상에 운동은 그것 뿐인 줄 안다.
난 골프는 시간 낭비, 돈 낭비라고 생각한다.
남에게 과시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운동이라고 속으로 은근히 경시하기까지 한다.
남편은 넓고 천정이 높은 집을 좋아한다.
가구도 윤이 자르르 흐르는 중후한 느낌이 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천정이 나즈막하고 아담한 집이 좋다.
청소하기 쉽고 아늑한 느낌이 들테니까...
가구도 엔틱 비슷한 약간 낡은 듯한 느낌의 것이 좋다.
사용하면서 행여 흠집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는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될테니까...
남편은 우리 아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도, 아내인 나도, 자기 부모도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자랑스럽고 좋다.
나 자신도 사랑하고 내가 하는 일도 마음에 든다.
내 부모도, 그런 부모를 만난 것이 커다란 축복이었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하고 싶은 것이 없다고 한다.
먹고 살기 위해 마지 못해 일은 하는 것이지, 좋아서 일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한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이 일도 재미있을 것 같고, 저 일도 재미있을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은 것이 안타까울 뿐...
남편은 우리에게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날마다 돈 걱정에 화도 나고 우울하다.
나는 우리에게 필요한 돈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일 년은 수입이 없어도 살 수 있고 그 다음은 벌어서 쓰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하다.
남편은 교회 가는 것을 싫다고 한다.
건축 헌금이니, 십일조니, 돈 이야기 하는 것도 싫고, 믿는다는 사람들의 위선을 보는 것도 싫단다.
나는 교회를 가고 싶어한다.
헌금이야 내가 내고 싶으면 내는 것이고 내기 싫으면 목사가 뭐라건 안내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한다.
믿는다는 사람들의 위선을 보는 것도, 사람은 다 그런 것이지, 그래서 신이 필요하고 교회도 필요한 것이고... 이리 생각한다.
.......
.......
외에도 생각하고 사는 것이 너무 달라서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
자연 우리 두 사람은 싸울 일이 많다.
우리 둘의 드문 공통점 중의 하나가 양보하기 싫어하고 잘 난 체 하는 것이니 정말 잘 싸운다.
별거하기로 하고 보따리를 싸고 남편이 집을 나가기도 한다.
이혼하기로 하고 변호사에게 전화를 해서 이혼 절차를 알아보기도 한다.
이렇게 이십오년을 한집에서 아웅다웅하면서 산다.
그래도 남들은 우리를 사이좋은 부부로 안다.
찰떡궁합이라는 사람도 있고 신혼부부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싸울 때도 많지만 하하호호 웃고 살 때도 많다.
누가 봐도 다정하고 사이좋게 보일 만큼 서로를 아껴주기도 한다.
누가 날더러 남편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남편이 싫은 점을 열거하라고 하면 나는 사흘 밤 낮을 쉬지 않고 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편이 미우냐고 물으면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다.
남편이 가방을 꾸려 집을 나서는 순간 나는 마음이 아프기 시작한다.
운전은 제대로 하는지, 밥은 제대로 챙겨 먹는지, 잠자리가 불편하지나 않을런지, 마음이 얼마나 스산할 것인지...
그리고선 남편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 금방 후회한다.
좀 더 양보할 것을, 좀 더 참을 것을, 좀 더 너그러울 것을... 하면서 자신을 책망하기 시작한다.
참으로 모순된 마음이다.
싫다고 소리지르고 나가버리라고 하고선 금방 돌아서 마음이 아프니 말이다.
나는 좋아한다는 감정과 사랑한다는 감정이 같은 것이거나 적어도 비슷한 것인 줄 알았다.
좋아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도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살아보니 그게 아니다.
좋아한다고 다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싫어한다고 다 미워하는 것도 아니다.
난 분명 남편을 좋아한다기 보다 싫어할 때가 더 많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화가 날 때도 많다.
그런데도 남편을 미워할 수가 없다.
그가 옆에 없으면 불안하다.
웃기 좋아하고 장난을 좋아하는 내가 웃을 수도 농담을 할 수도 없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다.
나는 남편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남편을 위해서라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도 양보할 수가 있다.
때로는 양보하는 것이 기쁨이 되기도 한다.
남편이 좋아하는 것이면 내가 싫은 것이라도 할 수가 있다.
싫은 것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남편을 위해 뭔가 한다는 이유로 참을 수는 있다.
나는 그다지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내 것을 양보하고 참는 사람이 아니다.
내 것을 확실히 주장하는 사람이다.
내 영역을 누가 침범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런 내가 참고 양보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사랑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