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는 영광,
땅에서는 평화...
교회에서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아직도 밝은 빛을 발하고 있고
길거리에는 성탄캐롤이 울려 퍼집니다.
새벽 기도회를 다녀 오는 성도들이
총총 걸음으로 거리를 오갔고
목도리를 두르고 이 사회의 온갖 허물을 쓸어 내는
환경미화요원들의 손놀림이 아침을 깨웠습니다.
거리를 밝히던 가로등이 하나 둘 꺼지면서
남고산성 뒤에서는 오늘 하루를 환하게 밝힐
시뻘건 태양이 용솟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성탄절 이브가 이렇게 열렸습니다.
이제 구세군의 자선냄비도 펄펄 끓겠지요.
울릉도에는 하얀 눈까지 내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선물로 받았네요.
낮고 천한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각종 행사가
교회를 중심으로 오늘도 열립니다.
지금으로부터 삼년전 성탄절 전날의 일입니다.
몇몇 옷가지를 챙겨서
아버지는 당신이 1년여동안 사시던 아파트 집을 나섰습니다.
서울로 가시던 길에 우리집에 잠깐 들러
허리에 파스를 붙이시고
어머님과 전주 동생 세가족과 함께 서울로 향했지요.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아픔을 홀로 참아 내신 아버님.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늦어 버린 상황,
너무나도 다급해 아버님을 서울 삼성병원으로 모시고 가는 길,
성탄절 전야를 멋있게 보내려는 사람들속에
우리 형제들은 효도하지 못한 죄스러운 가슴을 안고
서울로 서울로 달려만 갔습니다.
수원에 사는 막내동생집에 정성껏 준비한 저녁도
평소 좋아하시던 홍시감도 드시질 못하셨지요.
자꾸만 허리가 아프시다고 하셔서
가까운 신경외과병원에 모시고 갔었습니다.
제가 아버지를 등에 업었습니다.
등에 업힐만큼 나약한 모습을 한번도 보여주지 않으셨던
아버님이셨는데도 너무 고통스러운 당신이기에 등에 업히십니다.
우리에게 그렇게 크셨고 위엄스러웠던 아버지셨는데
제가 거뜬하게 아버님을 업을 수 있었습니다.
어렸을때 볼을 문질러 주시면 수염때문에 아팠어도
아버님은 항상 7남매를 그렇게 이뻐해 주셨지요.
그리고 힘들게 농사일을 하고 돌아 오셔서도
우리들을 잘 업어 주시던 넓은 아버님의 가슴...
아버지를 업고 병원을 들어 서면서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픔을 자녀들에게 속이시고
생명이 다하는 것도 감추시던 아버님께서
이제는 홀로 걸으실 수 없으셔서
그 당당함 다 버리시고 자식등에 업히셨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너무 서글퍼 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그 많은 농사를 지으셔서
자녀들을 가르치신 부모님,
한꺼번에 책가방이 예닐곱개일때는
잠을 이루지 못하셨다던 부모님,
알을 낳고 죽어버리는 연어처럼
가까워진 아버님과의 이별앞에
울던 때가 3년전 바로 성탄절 이브였습니다.
그날처럼 오늘도 하늘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고
구름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자꾸 토해내고 있습니다.
정말 보고 싶은 아버님,
성탄절 무렵이 되면 더욱 더 그리워지는 아버님,
병원으로 빨리 모시고 갔으면 좀 더 사셨을텐데
그러지 못해 가슴 태우며
죄스럽게 살아가는 아들이 오늘도 아버님을 그립니다.
편히 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