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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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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


BY 그러게... 2004-12-24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바다'는 언제나 늘 그리운 존재다.

늘 켵에 있어주는 산과는 또 다르게 언제든 볼 수 없기에 더 그리운 존재다.

나는 바다라면 탁~ 트인 시원함과 함께 야릇한 쓸쓸함과

우수어린 분위기가 연상되고 이는 나의 감성이 마치

연보라빛 실크 스카프를 두르는 듯 포근히 낭만에 젖어들게 한다.

 

이런 바다를 오랜만에 실로 오랜만에 볼 기회가 왔다.

여고 동창 5명이 모여 의기투합 조직(?)된 '등산계' 모임에서

이번엔 특별식인 바다로 가기로 합의를 했다.

 

주 메뉴 산에서 바다로 가게된 사연은 다름아닌

대구 포항간 고속도로가 뜷렸기 때문이다.

이 고속도로 개통전엔 2시간은 족히 걸리는 시간을 절반이나 단축된

1시간만에 갈 수 있기때문 이기도 하지만 이 핑계로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풀어보자는 열망이 사실은 더 큰 이유다.

여기에다 싱싱한 회 먹은 즐거움도 누리자는 것도 한 몫을 했다.

 

회원 중 1명은 못내 아쉬워 하면서도 시어머니 방광암 수발을 이유로 

 빠지고 4명이 승용차에 몸을 싣고 출발했다.

운전이 가능한 3명이 돌아가며 그 당일 운전사 노릇을 한다.

오늘은 우리계 살림을 맏은 외숙이가 오늘의 운전사다.

적극적이면서도 시원시원하고 괄괄한 성격인 외숙이는 운전으로는

초행길이 평소의 그녀 답잖게 몹시 소심한 모습을 보였다.

경력이 더 많은 나에게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운전을 부탁하는 것을 이번 기회에  경험을 늘려보라는 말로 입막음하고

운전대를 맡겼다.

 이정표를 읽어주고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니 자신이 붙고 슬슬 긴장이 풀렸나 보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포항시내 쪽으로 진입, 4차선 도로 편도 2차선 도로에서 우회전 하니

편도 1차선으로 줄어드는 도로가 나왔다.

노란 중앙선이 2줄이나 쫙쫙ㅡ 그인 것도 당황한 그녀 눈엔 보이지 않았나 보다.

계속 2차선인 것으로 착각 중안선을 넘어 역행하고 있었다.

"아~앗!"

맞은편 50m 전방에서 경고성 전조등을 무섭게 깜박이며 달려오고 있었다.

"으악~~!!"

우리는 혼비백산하여 옆차선으로 유도했다.

"휴~" 하마터면 모두 저승길로 갈 뻔 했다.

곧 포항 시내에 접어 들고 우리는 이정표를 읽어주기에 바빴다.

앞 조수석에 앉은 명희가 느닷없이

"영미야! 너 전에 나하고 같이 포항에 원정와서 미팅했잖아?"

아니!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란 말인가?

"얘, 너 어디가서 바람피고 와서 날 끌어들이는 거냥? 난 그런 적 절대 없어"

"어~ 너 맞는데~"

순간 뭔가 번쩍 스치고 지나갔다.

아!~그게 언제 적 이었던가?  20 여년 전 학창시절,

신랑감이 나타나면 콱~물고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는 불독기인  4년 때,

포스코 직원인 설총각들과 만남을 가진 적이 있었다.

햐~ 그 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니~ 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얘! 그때 친구 누구 누구랑 했잖아?"  "구래?"

난 친구들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그 때 내 파트너 얼굴만 동그랗게

또렷이 떠오른다. 훤칠한 키에 핸섬한 외모 세련된 매너

캬~ 그 때 내 파트너가 킹카였었지 아마

아~ 아깝다 . 그때 그 남자를 콱~ 물어야 했었는데.....

날 역력히 마음에 있어하는 눈치였는데 흠흠.....

아련하게 그 시절 필름이 스르르 돌아갔다.

"하하 호호~~"

40대 아짐들의 어설픈 추억과 소탈한 웃음소리는 달리는 차창밖으로 흘러나갔다.

 

이내, 시내 죽도시장에 다다렀고 바닷가 수산시장답게 싱싱한 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감칠맛 나는 생선회 그리고 소주 한 잔에 알딸딸~ 취기가 오르고

40대 아짐들은 늘어지게 수다를 떨어댔다.

부른 배에 취기에 질펀한 수다로 인해 나른한 몸을 일으켜 우리들은 바다로 향했다.

 

인적 없는 겨울바다 , 차가운 바람 ,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소리,

아~~~ 40대 아짐들이 낭만적 사치를 부리기에 충분했다.

우리들은 아득한 수평선을 바라보며 마음껏 바다 공기를 들여 마셨다.

 

아!! 그대  겨울바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