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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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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BY 플라타너스 2004-12-17

얼마 만에 바다를 본 건지 되짚어 볼 만큼 오래오래 된 이야기 같았다.

에메랄드 빛의 바다였다. 봄날 처럼 훈훈한 날씨 탓일까.

바다는 부드러운 해풍을 머풀러처럼 날리며 시원스레 뻗어있었다.

 아, 너구나, 너였구나,

무심코 군중사이를 돌아 나오다 언뜻 사람들 틈새에서 너를 만났구나.

낯익은 너의 얼굴을 가슴으로 와락 안으며 시간과 공간사이 어느 한 점에서 멈추어 선다.

너를 소리내어 불러보고 싶었다.

그러나 너와 나 사이엔 흘러간 시간만큼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또 다가왔다.

나는 다만 멀어져가는 너를 향해 손을 내 저을 뿐이구나. 그랬다.

그곳의 바다는 내게 그렇게 왔다가 사라졌다.

 양남바다였다. 예쁜 바다였다.

투명한 피부처럼 맑고 고운 겨울 바다였다.

밀려오는 해풍에 나는 눈처럼 녹아 흐르고 싶었다.

그 곳을 떠나 온 후로 처음 보는 바다였다. 그래서 나의 감회가 더 새로왔을까.

숨가쁘게 달려 온 시간들의 급류속으로 나는 바다를 떠나 보냈었다.

허겁지겁한 생속에서 나는 더 이상 그리움을 누릴 자유조차도 없었기에

그들의 얼굴도 날개를 달아 주던 바다도  그저 섬처럼 떼어 놓았다.

그랬는데 언뜻 너를 만나다니.

너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 같은 건 하지 않았다

한 짐 가득 일거리를 메고 찾아 간 그 곳이 다만 나에게는

숨가쁘게 내 돌아칠 일터일 뿐이었다.

이렇게 가끔 그리운 얼굴이  삶의 오르막에 신기루처럼 나타나

나를 향해 웃어 준다면 얼마나 고마운 일일까.

스쳐간 거리의  풍경처럼 잠시였지만

그러나 나에게 바다는 하느님의 인사였다.

표지였다, 나를 향해 내 민 하느님의 기꺼운 표지였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