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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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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삼년고개


BY 석수니 2004-12-18

옛 어른들로부터 시집살이할때의

삼년고개라고 들어보셨나요?

 

그거 있잖아요~~ 벙어리 삼년, 귀머거리 삼년, 봉사삼년이라고....

알고도 모른척, 듣고도 못들은척, 보고도 안보척~~~!!

그렇게 9년의 세월을 견디고나면.... 고된 시집살이가 끝난다고...

 

제게있어 10여년의 시집살이는 실감나게 고된 시집살이였죠~~~!!

쌔카맣게 젊고 어린것이 무슨 그런소릴 하냐고.. 웃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제 딴에는... 무척 고되고 힘들었거든요..

 

돌이켜봄 이렇게 웃으며 살날도 있거늘... 어찌 그리 힘들게 살았는지..

바보이고 미련퉁이이고....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시댁식구들은 모두가 형님마저도 오리지날 서울 사람들이고...

전 충남의 산골 청양에서 시집온 촌뜨기였지요~~시댁식구들이 볼적에...

 

게다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한답시고...2년여를 다니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고, 저에게는 위로 언니와 오빠가 있었기에...

혼인신고만을 한채로 시댁에 들어가 살게 되었지요~~ 그러니..

그 어정쩡한 상태의 시집살이가 얼마나... 힘들었던지....

 

시댁식구들이 모두 말로만 듣던 서울 깍쟁이들이다보니..

잔뜩 주눅들고 디립따 착하기만한 제가 얼마나 만만해 보였겠는지요~~

 

사사껀껀 다른집 며느리들과의 비교에.... 잘하니 못하니... 말들도 많고 탈도 많았지요~~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아침준비에 식구들 출근준비를 도와야했고,  썰물처럼 모두가

빠져나간후... 어머님은 친구집에 놀러 가시고나면..... 그제서야 제 시간이 되었지요~~

천천히 밥을먹고, 설거지에 청소에 빨래에... 혼자서 집안일을 하다보면 점심때가 되어도

집안일이 다끝나지가 않았지요~~

빨래를 할때는 흰옷은 흰옷대로... 색갈옷은 색갈옷대로 세탁을 해야했고,

그것도 손으로 빨아서 두세번 헹군후에 세탁기로 빨아야했고,

속옷들은 항상 삶아야했고, 집안에는 어느구석에도 먼지가 있어서는 안되었지요~~

시어머님께서 워낙이 깔끔한 분이었기에.....

그래도 처음에는 시댁식구들 눈에 들어야했기에....

신이나서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내 평생의 발목잡는일이 될줄

누가 알았겠는지요~~~ 잘하면 더잘해야 하는거 있잖아요~~ 힘들고 피곤해서

좀 덜하면... 금새 불호령이 떨어졌고,,,,, 시집살이 하는 내내 긴장감을 늦춘적이

없었답니다......

하지도 않은일, 하지도 않은말들로 늘 덤터기를 써야했고,

행여 말대꾸라도 하면 큰일나기에.....

첨이자 마지막으로 그런일이 있었습니다.

신혼에... 우리방에 티브이를 샀습니다.

그랬더니 시어머니께서 자기아들 돈으로 티비를 샀다고 등골 빼먹는다고

야단을 하시길래... 친정아버지께서 돈을 부쳐주셔서 샀다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안 믿으시기에... 돈을 부쳐온 통장을 보여드렸더니....

그날밤 새벽녁에.... 일이 벌어졌답니다...

시부모님 방에서 난리가 나면서 부르시기에 달려갔더니.....

시어머니께서 뒤로 넘어가셔서 거품까지 물면서 옷을 쥐어뜯으시고 숨을 헐떡이며

감히 저년이 나한테 말대꾸하고 덤빈다며 분에 못이겨 뒤로 넘어가셨던 겁니다.

우리 시어머님은 자신이 한번 뱉은말은 절대로 바꾸는법이 없는 그런분이거든요~~

아들돈으로 산것인데.... 친정아버지가 보내온것으로 샀다고 증명을 했으니,

지금생각해도 제생각으론 그렇게까지 분이복받칠 일일까 싶습니다만...

그일이 있은후론... 시아버님께서 제게 말씀하시길.... 조용히 살자고,,,

시어머님말에 토를 달지말라고... 당부하시더군요~~

그후론... 절대로 지금까지도 시어머님께  말대꾸는 절대로 없답니다.

 

그리고...

돈관리..... 함께 사는데도 저에게는 항상 돈이 없었습니다.

시장보러 갈일도 없었답니다.    모든 돈관리를 시어머님께서 하셨기에...

일주일 내내 집안에서 밖에 한번도 안나가고 산적도 있답니다.

시골 촌뜨기라서 미덥지가 않으셨겠지요~~

"어머니 쌀이 떨어졌어요~~" 이말 하기가 제일로 어려웠답니다.

항상 말씀하시길.. 왜 벌써 떨어졌냐고... 누가 그렇게 밥을 많이 먹냐고...

제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그리고 이런일도 있었지요~~

시어머니께서는 저녁에 일을 하셨기에 밤늦게 오시곤 하셨지요~~

하루는 밤늦게 찹쌀떡을 사오셨던가봐요~~

아버님과 두개를 드시고 4개가 남은걸 냉장고에 두셨는데..

그 다음날 낮에 내가  떡을 좋아하기에 한개를 먹었지요~~

그랫더니... 한개가 없어졌다고..... 누가 먹었냐고 야단을 치시는 거있죠~~

제가 먹었다고 하면서 또 얼마나 혼났던지...........

 

그런저런 시집살이는 그런대로 참으며 살수있었지요~~

그보다 더 참기 힘들었던것은.......

남편의 바람이었답니다.

 

남편은 키도 크고 잘생긴 외모탓에 따르는 여자들이 많았지요~~

항상 토요일은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에서 놀다  다음날이 되어서야 돌아왔지요~~

남편이 그랬지요~~ 잡아논 고기한테 먹이주는거 봤냐구....

그런데도... 모든걸 참고 살은 이유는 뭔지 아세요~~??

신랑과 함께 살기전,,, 친정집에서 반대가 극심했었지요~~

부모형제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무릅쓰고 시작한 결혼생활이었기에....

특히 친정엄마께서 반대가 제일 심했었기에...

시집살이 힘들다고 못살겠다고.... 말할 처지가 못되어었지요

열심히 잘 살아보이겠다고 큰소리 뻥뻥치고 시작한 시집살이었으니까....

제일로 친정 엄마께 너무 죄스러워서 더욱 참을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렇게 참고 산다는게.... 어디 사는것이었겠는지요~~

해골에 가까울정도로 말라갔고... 정신은 지쳐 두통에 시달리고...

급기야는 심한 스트레스로 정신병원에까지 가서 치료를 받아야햇지요~~휴~~!!

그러고나니.... 그때서야 조금씩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엇지요~~~

나혼자 참아내고,,, 나혼자 속 끓인다고.... 아무도 그누구도 알아주는사람은 없고 남는것은 보기흉한 내 몰골과 상하는 내 속뿐이라는걸 느꼈고,,,,, 아무소용없는 부질없는 짓이란걸 알았지요.. 

그래서 그후부터는 내 자신을 위해서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바꾸기 시작햇지요~~

그때 한참 유행했던말중에.. "마음을 비워라"는 말이 있었지요~~

시어머니의 꾸중에도... 그러려니.... 속상해하지 않고.... 남편의 늦은 귀가에도

신경 안쓰려 노력하며 책읽기, 수놓기등의 수련을 쌓았지요~~~ㅎㅎㅎ

그러다보니... 조금씩 내 자신으로부터 내 스스로가 안정을 찾아가더군요~~~

 

그렇게.....

저에게 지금의 첫아이가 생기기전까지 삼년이 걸렸지요~~

그 삼년이 제겐 잊을수없는.... 기억하고 싶지않은 악몽과도 같은 세월이었지요~~

나에게 미래는 없을거라고,,,, 웃으며 살날은 없을거라고....

내 삶은 눈물로 끝이 날꺼라고... 희망이 없었던 암흑과도 같은 삶이었답니다.

 

드디어 아이가 생기고.... 입덧을 지독히도 하고...워낙 몸이 허약해져있다보니..

입덧을 지독하게 심하게 하더군요~~ 하루하루를 링겔맞으며 살았을 정도...

지금 생각해봄.... 어떻게 견디고 살았는지... 제 자신이 기특하기도 해요~~~ㅎㅎㅎ

그렇게 첫아이 출산후 백일이 좀 안되어서 결혼식을 오렸고....

 

아이가 생긴후로 식구들 모두 조금씩 변하긴 했지만... 그 심성 어디가겠는지요~~

 

그래도... 시댁식구에 대한 기대와.. 남편에 대한 기대와.... 내가 결혼전 "난 결혼하면 이렇게 이렇게 예쁘게 살아야지~~"했던 기대들을 모두 버리고 살다보니....

그럭저럭 살아지더군요~~~ 그 모두 비웠던 마음속들이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했지요~~

 

둘째아이가 생기고는....... 식구들이 모두.... 변해있더라구요~~

모두 내편으로........................................... 길고 긴 터널속을 빠져나온듯이.....

그동안의 고생이 보람으로 바뀌고.... 지금은 식구들 모두... 저 아니면 못살것같이..

변해버렸답니다.......

 

그 모질고 힘들었던 시집살이 할때도... 한번도 시부모님께 잘못하거나... 못된마음을

먹은적도 없고... 한점이라도 친정부모님께 누가되는일을 하지 않으려고....

늘 배운대로.. 윗어른 공경했고.. 성심을 다해서...

그런 바람둥이 남편이었지만... 시부모님과 함께 살았기에 부부싸움한번 크게 안하고

묵묵히 내조에 충실했기에... 오늘의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나다...

 

시부모님과 함께 살아온 12년의 세월동안  벙어리삼년, 귀머거리삼년, 봉사삼년이란 글귀를 가슴에 새겨며 살아왔기에 그 시련을 견뎌내고 살지 않았나싶습니다.

 

지금은 둘째아들이기에 분가한지 삼년째로 접어들어 살고있습니다..

그 힘들었던 시절에는 웃으며 살날이 없을줄 알았는데.... 이렇게 행복하게 웃으며

살고 있으니........ 삶이란게 그런거 같습니다..

내리막이 있으면 반드시 오르막도 있다는거~~!!

 

다만... 좀더 현명하게... 약삭빠르게... 처사를 했더라면.....

그렇게 힘들게 살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부모님이 길러주시길..  이렇게 키워주신 심성인데.....어쩌겠습니까??

요즘같이 삭막한 세상에  바보미련퉁이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런 심성을 심어주신... 친정부모님께 늘 감사하고... 고맙고.....

존경하는 마음 가득하답니다..... 친정부모님이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