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산불 후유증으로 시달리는 코알라 살처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58

어머니, 아버지가 들려주던 옛날 이야기...


BY 낸시 2004-12-17

어렸을적 어머니,  아버지는 옛날 이야기를 잘 하였다.

그때는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지금 돌아보니 울부모는 그 이야기들을 그냥 재미로 들려준 것이 아니었다.

부모 말을 잔소리로 듣기 쉬운 아이들에게 거부감을 줄이면서 삶에 필요한 지혜를 가르치기 위한 수단이었다.

 

남편의 직업 특성상 손님 접대할 일이 많았다.

적게는 한 둘,  많이는 스무 명, 서른 명...

힘들 때도 있고, 지치기도 하고, 불평스런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어머니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떤 여자가 있었단다.

노냥 집안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 것에 불만인 여자였다.

어느날 스님에게 시주를 하면서 어찌하면 손님 치닥거리를 적게 할 수 있는지 방법을 물었다.

스님이 방법을 일러 주었다.

날마다 해질녁이면 머리를 감아 빗으라고, 삼 년만 그리하면 집안에 손님이 끊길 것이라고...

스님 말대로 하였더니 정말로 집안에 손님이 끊겼다.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았다.

이유는 그 집안이 망해버렸기 때문이란다.

그 이야기를 해주면서 어머니는 그랬다.

손님 대접을 할 일이 있거든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해야 되는 것이라고...

내집에 손님이 오는 것은 내가 그들에게 베풀고 줄 것이 있어서이니 그것을 고마워해야 한다고...

 

작은집이며 고모네 식구들이  너무 자주 온다고 불평하는 내게 어머니가 들려 준 이야기다.

야단치는 대신 옛날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다.

우리집에는 그야말로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다섯이나 되는 고모네 식구들, 두 작은 집 식구들....

우리 식구들끼리 조용하고 오붓하게 식사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고모 다섯은 하나만 빼고, 몇 년씩, 혹은 몇 달씩 친정살이를 하였다.

작은아버지 하나는 평생 날건달이어서 울부모가 새로 살림을 내 준 것만 세번이었다.

그래도 어머니가 불평하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불평하는 내게 그런 옛날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아마 어머니는 그 이야기를 외할머니에게 들었을 것이다.

외할머니는 어머니보다 옛날이야기를 더 많이 알고 있었으니까...

 

손님 치르는 일이 힘겹게 느껴질 때 어머니가 들려주던 옛날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러면 즐겁게 일할 수가 있었다.

'맞아, 고맙고 감사해야지...'하면서...

 

오남매 맏이인 남편이 부탁했다.

결혼하고 오년 동안만 동생들 학비를 도와주기 위해 맞벌이를 해달라고...

가난한 자기 부모를 돕고 싶다고...

선뜻 그러마고 했지만 연년생으로 태어난 아이들을 키우면서 직장생활 하는 것이 힘들 때가 많았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들을 떼놓고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출근해야 할 때도 많았다.

그때도 어머니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가 떠올랐다.

 

가난한 효자 부부가 있었다.

간신히 부모에게 줄 음식을 마련해서 상에 올리면 부모님은 배고픈 손자를 먼저 생각했다.

철없이 배고프다고 우는 손자를 먹이느라 당신들은 차마 먹지를 못했다.

그래서 효자부부는 부모의 음식을 뺏아먹는 자식을 땅에 묻기로 하고 산 속으로 들어갔다.

산속 깊이 들어간 부부는 자식을 묻기 위해 땅을 파다가 귀한 보물을 얻었단다.

자식을 버릴 만큼 지극한 효성에 하늘이 복을 내린 것이다.

 

울다가 그 이야기가 생각나 다시 용기가 났다.

겸손한 마음도 들었다.

'그래, 난 그 효자부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이런 이야기도 들려 주었다.

 

우애가 좋아 남들의 칭찬이 자자한 형제가 있었다.

칭찬에 우쭐해진  형제들, 자기들이 잘나서인 줄 알았다.

그것을 보고 있던 두 동서가 마주 보고 웃었다.

그 다음 날부터 두 동서는 자기들이 같이 살고 있는 형제들의 귀에 이간질을 시작했다.

며칠이 못 가 두 형제는 티각태각 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동네가 들썩하도록 싸우고 서로 왕래를 끊고 말았다.

그제서야 두 동서가 남편들에게 자기들의 장난이었음을 알렸다.

그 후 우애좋기로 소문난 형제는 남의 칭찬에 우쭐해 하는 일이 없어졌단다.

 

살면서 시집 식구들에 대한 불만이 일 때도 있었다.

남편에게 그 일로 불평도 하고 싶고, 원망을 하고 싶기도 하였다.

하지만 울부모가 들려 준 옛날 이야기 생각이 나서 참았다.

남편은 형제들과 우애가 돈독하다.

조금이라도 서로에게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돕고 산다.

좋은 본보기가 되어서인지 내 아이들도 서로 돕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모두가 울부모가 들려준 옛날이야기 덕이다.

 

부모님이 들려주던 수 많은 옛날이야기, 까맣게 잊고 있던 옛날이야기, 삶의 중간 중간 필요할 때 떠올라 내게 용기와 힘을 준다.

울부모는 돌아가시고 없어도 옛날이야기는 남아서 나를 가르친다.

'옛날에, 옛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