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친정에서는 막내, 시집에서는 맏며눌이지요.
제 머리속에는 맏며눌의 도리, 아랫사람에게 어떻게 해야할까?, 아내의 도리, 엄마의 도리, 이런 것은 아예 들어 있지 않아요.
나도 사람, 그들도 사람, 그냥 서로 사람 사는 도리만 하고 사는 것이지요.
제 주변 사람들은 이런 나를 좋아한답니다.
편안해서 좋대요.
처음에는 지나치게 개인주의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나랑 같이 지내는 것이 편안한 것을 발견한다고 하네요.
아랫 사람의 도리, 윗 사람의 도리, 며느리의 도리,....이런 것 너무 따지는 사람 피곤해요.
자신만 피곤한 것이 아니고 주위까지 피곤해지지요.
울남편 그런 스타일이라 걱정을 달고 사는데 정말 밉지요.
혼자서 잘 난 체 하고 뭐든 잘 하는 줄 알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아요.
걱정에 치여서 정작 주위사람에게 잘 하지도 못하거든요.
울 시집에 잘하는 것은 남편이 아니라 사실은 제가 먼저 챙긴답니다.
내가 즐겁게 사니까 주위 사람도 이뻐보이고 뭔가 해주게 되기도 하더라구요.
남편은 괜히 걱정만 하고 그 걱정 때문에 자기 식구들을 부담스러워하고 자기는 잘 하지도 못하면서 괜히 날 들볶기도 하고 그래요.
편안해지는 방법이요?
좋은 사람, 착한 사람, 바른 사람, 남에게 칭찬 받는 사람,...이런 것 되려는 욕심을 버리세요.
그냥 님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고 사세요.
내 마음이 즐거워야 주위 사람에게 말 한마디라도 듣기 좋게 할 수가 있답니다.
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베풀어야 받는 사람도 고마워 하구요.
내 마음이 편안하지 않고, 부담으로 베푸는 것이라면 받는 사람에게 그 마음이 전달되어 받아도 고마워하지도 않아요.
그런 베품이라면 하지 않는 것이 낫지요.
주어서 불편하고 받아서 불편한 것이니까요.
행복과 불행은 정말 마음 먹기인데 사람들이 쓸데없는 욕심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고 주위 사람도 괴롭히지요.
내가 한 집안의 맏며눌이다 이런 생각부터 지우세요.
맏며눌이기 전에 한 인간이면 되지요.
아랫사람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냐구요?
인간이 위 아래가 어디 있답니까?
모든 사람을 똑같이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저 모든 인간을 존중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글을 읽은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시했다.
"맞아, 그렇게 살면 되는 것이지. 괜히 힘들게 살 것 뭐 있어."
거기에 한마디 덧붙였다.
"바보같이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니까..."
여편은 글을 읽고 있는 남편의 목을 등 뒤에서 안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그래, 여보, 정말 그렇지?"
오늘은 남편과 여편의 맘이 이상하리 만큼 잘 맞는 날이다.
남편이 여편의 팔을 자기 손으로 감싸 안으며 말했다.
"그러엄..."
이쯤에서 여편은 남편에게 사실을 고백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그런데, 여보오, 이 글 말이야. 사실은 내가 썼거든..."
여편의 말에 남편은 여편의 팔을 뿌리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그래, 자알 한다. 어디 니 마아암 내키는 대로 하고 살아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