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전..
오늘은 그의 생일..
여기는 서울 남자친구의 방..
그의 퇴근시간을 기다리며 혼자 무료해진 난
남자친구의 방에서 마치 가택 수사나온 형사처럼
문득 모종의 증거물(?)이.. 찾고 싶어진다..
책상위..서랍.. 책갈피....흠..
(자쉭..치밀하게 증거를 소멸시켰군..쩝@@..)
문득 창밖을 바라보다..
침대 머리판과 벽사이에 왠 하얀종이가...
허걱@@ 이기 뭐래..
왠 엽서??
엥@ 여자한테 온 엽서 아닌감..
옳타쿠나!!! 드뎌 증거물 포착..(역쉬 난 선수야..ㅋㅋㅋ)
그런데 그 엽서엔 내 기대와는 달리
별 다른 내용없이 그저..시..만 곱게 써져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인은 잊혀진 여인이라나~ 뭐라나..
잔뜩 기대했던 야시~꼬리한 내용은 전혀 없고..실망이다...
성인(?)남녀가 이기 뭐여~ 성인이면 성인다운 글을 써야쥐
애덜마냥 유치하게 이런 시나 쓰고 말야..에이~
기본이 안 돼있어 기본이...쩝..(나 고수..ㅋㅋ)
흠...이걸 어찌해야 쓸꺼나..
따져...말어..날짜를 보니 오래된 일이긴 한데..
일단 증거물을 압수했으니 조사는 들어가 봐야 되겠쥐?
그리해서 알게된 사실은 예전에 여름휴가 가서 첨 만났고..
서로 연락처 주고받고.. 한두번 만나고 헤어진 사이였었는데
그녀 혼자 저렇게 몇통의 편지를 보내 왔었다는 것 이었다..
(구래..너 인기 좋았다 이거지..자쉭..나도 왕년에 한 인기해썸마..)
사실 넘어가도 될 일이었다..
그런데 난 왠지 그런 마음과 달리 자꾸만
심통이 나서리 그의 말 꼬투리마다 계속 시비를 걸자
그만 이 남자..인내의 한계를 느꼈던지 휘리릭~
열받아서는 급기야 서로 둘다 삐져 버리고 말았다..
"흥!! 나 집에 갈래.."(←나..간다면 간다..꼴에 한 고집한다..)
16년전 내가 올라와서 본 서울은 참으로 빠르고 넓은곳이었다.
서울에 올라오면 난 그이 없으면 거의 움직이질 못했다...
삐져서 나가는 나와.. 따라온 그와.. 전철역으로 향했다..
서울오면 처음 접하는 전철.. 엄청 빠르고 마냥
복잡하기만한 그 전철을 타고 강남 터미널로 향했다.
말없이 화난 그가 앞서고..난 뒤에서 길 잃을까봐 쫄랑쫄랑
뒤 따라 가야만 하는 내 모습에 점점 더 나를 화나게 하고 있었다.
우쉬..택시를 타?
이렇게 낯선 곳에서 여자 혼자 택시를 타자니
눈뜨고도 코 베어 간다는 서울서 누굴믿고 혼자 택시를 탄담..
글구..택시비도 만만치 않을테고 확~ 맘 같아선
폼나게 택시잡고 터미널로 휑 하니 가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
전철안에서도 우린 서로 아무 말없이
그렇게 떨어져서 가고 있었다.
"내려.."
전철을 갈아 탈때마다 그가 목소리 깔며 건네는 말이다..
(우쉬..증말..@@)
또 다시 갈아탄 전철..
이번엔.. 서로 등을 마주데고 멀찌감치 서 있었다..
창밖 유리에 비쳐 보이는 남자 친구의 뒷통수..
너도 지금 전철 유리로 날 보고 있는거 다 알엄마..
내가 삐졌다고 같이 삐지냐..흥..
벤댕이같은 자쉭..@#$#$@#$(←욕이다)
드뎌 터미널 도착..휴~~(여기서부터는 길 잘안다)
난 이때부터 혼자 앞만보며 걷기 시작했다..
아니 거의 달리듯 걸었다. 따라오거나 말거나..
그간 참았던 화가 점점 설움으로 바뀌어지기 시작했다.
이젠 화가 머리꼭데기까지 치밀어 오른난
길을 걸으면서..결심했다..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나쁜*
난 이미 헤어질 각오까지 하며 그렇게 버스표를 끊고 있는데
한참동안 보이지 않던 그가 나타나 할말 있다며 나를 잡아끈다..
"왜그래? 난 할말 없어."
"야..너 왜 그렇게 이기적이냐.."
"구래! 나 이기적인거..이제 알았어?"
"너.. 그렇게 잘났냐 왜케 사람을 피곤하게 구냐?"
"구래.. 그러니까 우리 그만 만나.."
"뭐라구? 너 말 다 했어.."
"구래..말 다했다왜.."
이렇게 거센 말들이 끝나자 화가 난 그는 좀전에
내가 준 생일선물을 꺼내더니 내 코트주머니에 집어 넣는게 아닌가..
(어쮸~~구래..정리하자 이거쥐)
난 주머니에 넣은 선물을 마치 벌레라도 되는냥
재빠르게 꺼내서 보란듯히 대합실에 있는 큰 쓰레기통에다
팍소리 내며 냅다 던져 버리고는 다시 보란듯히 돌아서 버렸다..
괘씸한놈...♨
증말 끝이담마..이러며 버스에 올라타자
간줄 알았던 남자친구가 버스에 올라와 또 나를 잡아 내린다..
그는 타협의 실마리를 잡으려고 애 쓰고 있었지만
난 전혀 그러고 싶지 않았고 그러기엔
이미 난 너무 화가 나 있었다...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휑하니 난 다시 버스에 그렇게 올라 탔다..
버스안에서 난 서글프기도하고 괘씸하기도한
그런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다..그래 이젠 끝이다...
집으로 오자 다소 진정된 난.. 그날 밤..
오늘 싸운 원인이 뭐였지..하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실 그 엽서는 별게 아니었다..
어쩌다 시작한 말싸움과 전철을 갈아타는 과정에서..
그렇게 아마 더 화가 났었던 것 같았다..
핑계를 애써 하나 만들어야 했다..
헤어지는데 그럴듯한 명목이라도 있어야 되겠기에..^^
"속좁은 녀석..포용력도 없고..차가운남자.."
그전엔
"마음넓고..포용력있고..따뜻한 남자.."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
거의 날마다 걸려오던 전화가 오지 않자
괜히.. 전화기만 노려본다.(습관이 무섭다..쩝-.-)
이틀이 지나자 내 감정도 좀 추스리면서 그렇게 마음이
정리되어 가고 있던 사흘째 되는날...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세여.."
"지영아..나야.."(어??..이상타..왜케 반갑쥐?ㅋㅋ)
"........."(속으로 반가웠지만 말을 아껴야 되느니..흠..)
"ㅎㅎ야 너 아직도 화났냐??" (어쮸꾸리~~놀고있네..)
"..왜...전화했어?.."(목소리 최대한 저음으로 좌~악 깐다..)
"에이~~왜 그러냐..별것도 아닌거 가지고..그날 잘 들어갔냐.ㅋㅋ."
(엥..지금 장난하냐..참내..자쉭~ 화해하자 이거쥐? )
으이그...증말@@.(더러븐게 정이라고..ㅎㅎ).
"한번만 나 열받게 하면 증말 끝인줄 알어..알써??"
"ㅋㅋ알써..미안혀~~"(흠..실은 나도 잘한건 없쥐뭐..ㅋㅋ)
하마터면 그날 헤어져서 못 만날뻔 했던 인연..
부부는 전생의 웬수가 만난다는데
이 남자.. 정말 전생에 웬수는 웬수인가보다...으이그~~~~
그날 쓰레기통에 버린 생일 선물..
환경 미화원 아저씨께 좋은 선물한셈 치자고 서로 위로 했지만..
거참...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거 무쟈게 아깝네그려..
(으이그~ 승질머리하고는..하필 그때 쓰레기통이 눈에 뜨일게 뭐람..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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