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이른 아침 절에가서 간단하게 기도를하고 서둘러 집안살림 대충 정리하고 긴 탁자위에
화선지를 펼쳤지요.
몇일전까지 제법 "간"에 색감이 괜찮았는데 웬일인지 맥이 딱 끝어져 버렸지 뭐에요.
에라 그냥 먹물을 가지고 논다는데 의미를 두자꾸나.
하면서 조금 위로를 해봤지만 역시 씁쓸하기만 합니다.
그림을 시작한지도 벌써 4년째 들어섰답니다.
이제 먹물과 놀만할때가 되기도 했는데 복잡한 가정사에 밀려 아직도 헤메고 있는중이랍니다.
우리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
"장수가 창을 휘두르듯 그렇게 대를 치거라."
헌데 장수의 창은 어디가고 여인에 복잡한 손길로 재주를 부리려하니 제대로 될리가 있나.
지난번엔 찬빛으로 색감을 내라 하셨는데 찬빛은 고사하고 특특한 먹물이 내 기분을 상하게 만 합니다.
두어시간 작업을 했나.
그러나 조금도 진전이 없답니다.
하긴 네 다섯시간은 해야 조금 기별이 오기도 하니까.
이럴땐 실랄하게 부부싸움을 할까?
그러면 내 마음에 비수가 설까?
찬빛으로 가슴이 냉냉하게 "간"을 그려놓고
맑고 고요한 빛으로 잔 잎을 그리고 활발한 장수의 숨결로 굵고 긴 잎을 그려내고 싶은데
장수도 비수도 다 어디가고 거무 죽죽한 먹물이 나를 올려다 보고 있습니다.
젠장할~
재 작년에 충남도전에 입선을하고
작년에 잘난 우리 딸 병원생활하는 바람에 꽝 나버리고
이번에 또 다시 충남 도전 출품 준비를하고 있다.
이렇게 헤메다가 또 꽝하는건 아닌지.
옳다.
오늘은 우리 선생님하고 한판 할까보다.
그러면 비수에 날을 세울수 있겠지.
그런데 웬일인지 요즘에는 우리 선생님 마음에도 비수가 없지 뭡니까.
예전에 난을 칠때는 비수대신 도끼를 들려 주셨는데.
와 무식해라.아주 무식하죠.
그러나 그것은 우리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공부를 시킬때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듯이 공부를 하라고 하셨기 때문이랍니다.
맨 처음 붓을 들때가 그립기도 하구요.
얼마나 많이 꾸중을 들었던지.
작품을 출품하기 직전에는 선생님도 우리도 청심환을 먹을 지경이었거든요.
그리고 나는 그때 눈만뜨면 아무대나 "난"을 쳤거든요.
남편이오면 남편 얼굴에다
남편 메리야스에 난을 치고
눈밭에 "난"을 칠땐 정말 정말 휼룽한 화선지가 되지요.
그야말로 붓이 쫙 쫙 나가는게 ...........
그래 처음으로 돌아가야지.
다시 마음을 다잡고 처음처럼 시작해야지.
맨 처음처럼 마음을 다져 먹으면 안되는게 없겠지.
난, 난 말이죠. 그냥 평범한 아줌마는 싫어요.
생활고에 아무리 끄들려도
우리 딸이 나를 아무리 거세게 부려먹어도
그리고 우리 남편이 나를 사납게 닥아 세워도 나는 나는 그냥 아줌마는 싫답니다.
그래서 제 노년을 아주 아주 맑은 먹빛으로 그려내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