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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사랑 진한감동(34)깃털보다 가볍다


BY 남상순 2004-11-30

내가 무척 사랑하던 젊은이가 있었다.
그런데 한순간에 나는 그에게 마음을 닫아 걸었다.
이유인즉은 너무도 간단한 한순간의 사건 때문이었다.
내가 변태적이고 까다로운건지도 모르겠다.
이 사건을 통해 이런저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그 젊은이는 자기가 하던 일의 후임자를 소개해 주었다.
소개한 그 젊은이를 생각해서 후임자도 여일하게 아끼고 관심있게 대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소개되어 일을 잘하던 그가 중병에 걸렸다.
사경을 헤메는 거금이 드는 수술을 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속에 기도하며 치료비로 보내는 등
힘겨운 일들이 진행되었다.
한사람의 기도라도 더 필요하고 갈급할 즈음
그를 소개한 사람에게 당신이 소개한 사람이 사경을 헤멘다고 알려주었다.  
기도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의 대답은 나를 너무 충격에 몰아넣었다.
자기가 그 사람을 소개했을 뿐 친한 사람은 아니었으며 아는사이 정도라는 말
그리고 그가 사경을 헤메는 것에 담담한 표현
내가 예상했던 놀라움, 애석함, 기도약속, 이런것이 전혀 없었다.
나는 놀랐다. 그리고는 그 젊은이에 대한 마음을 접어버렸다.

아무리 낯모르는 이웃이라도 사람이 사경을 헤맨다면
안쓰럽고 안타깝다는 표현이 있어야 할것이다.
뿐만아니라 그와 어떤 관계이던 자기가 소개한 사람일때는
친하거나 말거나 일말의 책임감 때문에라도 안타까움이 표현되었어야 한다.
내가 원한 것은 단순히 기도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병들 사람을 소개했느냐고 추궁하는 내용이 손톱만큼도 없었는데
그런데...
염려 한마디 없이 책임회피도 아니고 무슨 사람의 情理가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내겐 감래하기 힘든 큰 충격이었다.

그 젊은이가 훨씬 더 성장해서 만물의 이치와
인간의 도리를 더 배운 후에 가까이 닥아오면 몰라도
내가 그때까지 애정을 갖고 접근했던 그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사람다운 싹이 보이는 젊은이를 만나고 싶다.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못한다고 했다.
사람은 열두번 된다는데 너무 쉽게 사람에게 포기하는 나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사람에게 실망하고 관계가 벗어나는 것은
참으로 사소한 한 순간의 사건으로 가름 될 수 있다는 무서운 생각을 했다.

그의 삶의 행동양식과 마음자리가 그 사람의 언어와 삶의 표현을 집약한다고 생각할때
내가 그 많은 날들 실족시키고 내게서 인간 감정의 단절을 경험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까?
두고 두고 찾아낼 수도 없는 나의 상실! 그것이 두렵다

회복의 기회가 없이 절망하게 만든 순간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그래서 사람은 죽도록 돌아보며 회개할 것과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이웃을 끝없이 관용해야 하고
한순간의 사건이 사람을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한순간도 방심하고 흩으러짐으로 산다는 것이 두렵다.

배신하고 돌아선 마가를 칼로 베이듯 잘라버리고 그리 아끼고 존경했던 바나바와
2차 선교여행길을 달리했던 바울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바울의 위대함은 그의 옥중생활 말기에 그 곁에 신실한 일군으로
요한마가가 함께 하고 있다. 배신자 마가가 그 배신의 길을 회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도 괄목할만한 사실이지만 정떨어진 그 마가를 새로운 시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바울의 너그러움이 내게 아쉬움을 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