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글쎄 여긴 제 자리라니까요....."
"아니!. 여기가 새악시 자리라는 증거 있수?"
콩나물 시루속 같이 버글 거리는 온천탕에서 칠순의 노인과 새파란 새댁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시비의 사연이 뭔고 하니.....
여탕은 남탕과 달리 더 시끄럽고 분주한건 아마 여탕 남탕 두루두루 다녀 본 사람은 알거다.......
(이렇게 떠 벌리고 보니 어째 이상타???..두루두루???)
내 옆자리의 이 새파란 새댁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왠 칠순 노인이 그 자리를 차고 앉았는데,
그 새댁이 자기 영역을 표시도 해 놓지 않은채 자리를 뜬거였다.
손바닥 만한 때밀이 타올이라든지 아니면 비누곽이라도 대야속에 담아놓고 갔던들 확실한 영역내지는 소유권을 주장 할수 있는데 달랑 큰대야 하나만 남겨 두고 갔으니 자기 자리라고 우길 명분이 없었다.
어느자리든 빈 대야는 즐비하게 늘어져 있으니.......
일찍 오지 않으면 샤워기 달린 자리를 차지하기 힘든다.
욕조 언저리는 왠지 불편하고 입맛대로 물을 골라 쓸수가 없기에 누구든 눈독 들이는 자리였다.
이 새파란 새댁은 칠순의 노인에게 삿대질까지 해 대며 성깔을 부렸다.
노인은 증거를 대라며 밀리거나 양보할 기색이 전혀 없었다.
입에 거품을 물던 새파란 새댁은 드디어 증인을 들이 대었다.
"아줌마..아줌마 분명히 여기 제자리 맞죠??"
마무리 비누칠을 하려던 나를 증인석으로 끌어 내려고 했다.
물론 이 새파란년의 자리는 맞는데.....앞가슴이 요강만 해서 안다.
"글쎄요.........마카 다 벗었으니...긴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어정쩡하고 미지근한 내 대답에 새파란 년이 왈칵 소리를 지른다.
"아까, 아줌마 저하고 얘기도 주고 받았잖아요......"
어미뻘 됨직한 노인에게 바락바락 대드는 꼬락서니에 은근히 배알이 틀렸는데 편을 들어 달라고?
여드레 삶은 호박에 이빨도 안들어갈 소리.....택두 없다.
"아까, 그 새댁은 이렇게 목청이 크지 않두만........."
가시물고 시쿤둥하게 내뱉는 나를 어이없이 쳐다 보더니 그자리에서 대야를 패대기 친다.
"씨.........발....재수가 없으려니까........"
뭐??............씨......발??
내 성깔에 기름을 쏟아붓는 새파란년을 불러 세웠다.
"당신, 지금 머라 그랬어?"
자칫 벌거벗고 쇼를 벌릴뻔한 이 사건은 주위의 만류로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새파란년은 요강단지 만한 젖가슴 출렁이며 그 자리를 떴다.
칠순의 노인은 나를보며 걱정스러이 물었다.
"이거, 나 때문에 미안하게 되었수......욕 밨니데이....."
그러면서 이 자리가 진짜 저 여자 자리 맞냐고 물었다.
나는 아무말 없이그냥 씽긋 웃었다.
노인도 나를 쳐다 보며 웃었다.
"그런데 왜 맞다고 그러지 않았수?"
"등기도 해 놓지 않았는데 누가 믿습니까?"
잘한짓인지 잘못한 짓인지 나도 햇갈리는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