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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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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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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감.


BY 모모짱 2004-11-16

어제 아들이 와서 내게 드라마 이야기를 해주었다.
SBS 창사특집극이란다.
'역시 김수현이야...인생의 깊이를 아는 연륜이라 그런가...'
자식들을 조기유학보내고 아내를 미국에 보낸후에 자살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란다.
남자의 상실감은 죽음으로 몰고 갈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게 이야기 하는
아들의 취지는 무엇이었을까.
'우리 아버지처럼 사회생활에 한번도 좌절을 경험하지 않고 정년퇴직을
한신분은 상실감이 더 크실거야...젊을때부터 최고의 자리만 유지했으니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힘드시겠어....'
아버지를 이해해달라는 취지인것 같았다.
 
내가 일본 여행을 다녀온후에 아들이 부쩍 아버지를 챙긴다.
친구의 아버지가 산에서 목매어 자살했다는 소식은 아버지를 생각나게
했다고 한다.
동네 할아버지로 초라하게 늙어가게 할수는 없다는 말도 했다.
'나 어릴때 아버지가 스위스에서 사다주신 장난감들을 아이들이 얼마나
부러워했는데...우리집은 그런 장난감이 지천으로 깔렸었잖아...
난 아버지 덕분에 최고로 살아온거야...'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좋은 추억들을 들쳐냈다.
'그렇게 서로 사랑을 했으면서 왜 이렇게밖에는 못사는지...
둘다 개성이 너무 강해...엄마도 힘들지 물론...사랑따로 생활따로...
그런건가봐.'
 
여자의 상실감도 죽음으로 몰고 갈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아이가 딸이 아니기때문에...
 
가을이 깊었다.
낙엽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이 쓸쓸한 계절에 가슴에 몰아대는 바람은 어떻게 막을것인가...
다 각자의 상실감에 쩔쩔매고 각자 위로받을 길을 모색하기에 전전긍긍한다.
아..네가 그래서 그렇구나..하는 관용의 마음을 지니기에 너무 자신이 초라하다.
얼마나 더 시간이 흘러야 진실로 너그러운 자세로 돌아갈수 있을지...
자신의 아픔을 돌아보기에 급급해서 상대방의 아픔에 무디어지고 있는것은
아닌지...
서로를 가졌으면서도 서로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것은 아닌지...
우리의 욕심은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무엇이 덜 채워져 끊임없이 방황을 하는것인지...
이 가을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