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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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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몸의 양식- 국수잔치


BY Dream 2004-11-16

가을 은행나무는 노랑나무라고 부르고 싶다.
그 노랑 나무 옆 암초록 동백나무엔 분홍 동백꽃과 하얀동백꽃이
송송송 피어있다.
그뒤
잎새 다 떨군 감나무엔
볼이 빨간 감이 주렁 주렁 달려있다.
붉은팥모양 작고 빨간 열매가 오종종 달린 팥배나무
빨갛게 벌어진 껍질사이로 까만씨앗이 반짝반짝 빛을 내는 말오줌때나무 
불타는 당단풍. 엷은 주황색 무환자 나무...
넓은 잎사귀를 낭만적으로 흔드는 토란...
노란꽃을 조잘조잘 피워대는 털머위.
보라색 구절초. 
노랗게 눈뜨는 개나리 움.

휘루룽 바람이 한바탕 불면
갖가지 꽃잎과 나뭇잎이 뒤섞여 이리저리 팔랑팔랑 굴러가는

참으로 정신못차리게 아름다운 한라 수목원을 한바퀴 돌고 내려와
점심으로 칼국수를 끓였다.
들깨칼국수.

감자 한알을 껍질 벗겨 채썰어 냄비에 넣고
참기름으로 달달 볶은 다음
물을 붓고 소금간을 한다..
양송이 버섯 서너개를 썰어 넣은 다음
칼국수 면을 집어 넣고 한소큼 끓으면
들깨가루를 너뎃 숟가락을 집어넣는다.
숟가락으로 저어가며 면이 익을때 까지 끓이면
들깨가루가 국물에 풀어지며 걸죽하게 된다.
마늘과 파는 넣지 않는게 이 칼국수의 맛과 성격에 어울린다.

이렇게 끓여낸 칼국수 맛을 내식으로 표현하자면

깊은 산속 무공해 처녀를 대하는 느낌이 오기도 하고

기미낀 얼굴을 자신있게 내놓은채
단정한 단발머리로
무색옷을 편안하게 차려입으며
자신의 생각을 확실히 갖고 사는
고고하고 똑똑한 아줌마의 맛 같기도 하다.

또는
잘난체 하는 맛인것도 같고.

얼큰하고 활기 찬 시골 머슴맛, 헐랭이국수
우아한 올림머리에 고운 화장으로 단장한
교양미 넘치는 아줌마맛, 사골해물 칼국수
농촌 아줌마 처럼 단백한 맛은 멸치국수
우직하고 젊잖은 중년 남성의 맛으로는 닭칼국수
싱싱하고 젊고 상큼하고 칼칼한 아가씨 맛을 내는것은 쟁반 비빔국수
편안하고 정답지만 또 애처로운 친정엄마맛이라면 팥칼국수
시원하고 고소하고 깨끗한 콩국수 맛은
귀밑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막내아들을
바라보는 맛으로 느껴진다.

새로운 맛을 느껴보던 날

뱃속이 뿌듯하게 한그릇 먹고
혼자 생각했다.
아줌마라서 행복하다.
(작년 11월 중순, 팔자가 늘어지게 먹고 놀던날 일기입니다.)

오늘 점심은....

저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으니

라면이나 끓여먹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