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수업이 끝나고 오는길에 농협에서 소금 한자루를 샀다.
요즘은 소금도 중국산이 많다기에 소금을 차에 얹어주는 농협 직원에게
"이거 국산 천일염이죠?" 했더니
"농협은 국산만 팝니다." 한다.
"피~~ 저번 뉴스에서 들었는데, 농협창고에 수입쌀이 잔뜩 쌓여 있었다던데요?"
불독을 닮은 아저씨 인상에 질려서 입안에서만 우물거리다 삼켜버린 내 말이다.
몇년전 아버님 어머님을 모시고 시누이네 가족들과 미국으로 여행을 간적이 있었다.
서부지역을 버스로 이동하면서 관광을 하는데 한개의 주가 우리나라 크기만하니
그 이동 시간이 여간 길고 지루한게 아니었다.
시차적응때문이기도 했지만 우리 일행만이 아니고 다른팀들도 거의 관광을 한다기보다는 잠광(?)을 하는셈이 되어 버렸으니 제법 수준있는( 노랠 부를때마다 크래식이나 가곡을 그럴싸하게 불렀으니 그리 느껴지더라구. 결국은 일행중 한분한테 따분하다고 혼났지만.) 가이드가 난감했는지 잠을 깨울겸 퀴즈 시간을 만들었다.
"여기 미국은 오리지날 미제가 두가지 있습니다. 그중 한가지를 퀴즈 맞추신분께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여기서 기념품을 사셔도 미국물건은 아닐겁니다."
수준있는 가이드답게 문제 역시 수준급이라 이십 육명중 두사람만이 주거니 받거니 문제를 맞추는데 여행까지 가서 시험보는 기분에다 답을 모르니 부끄럽기도 하고 가이드가 밉기도 했다.
퀴즈가 끝나고 상품을 주겠다며 꺼내는게 여러가지 모양의 쵸코렜이었다.
오리지날 미제라는 두가지중에서 쵸코렛이 그중 하나였고
다른 한가지는 전쟁할때나 쓰는 무기라 했다.
이두가지를 빼면 미국이라는 나라도 모두 다른나라에서 수입했거나 OEM방식의 상품이니 여행선물이면 그지역의 특산품이거나 특산물이어야 하는데 무기를 사갈수는 없을테니 쵸코렛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도 별의별 맛있는 쵸코렛이 많은데 굳이 미국에서 사들고 들어가기는 그러니 가볍게 그냥 여행이나 즐기고 가는게 좋을것이라 했다.
물건 살것을 부추기는 동남아쪽 가이드와는 다른데가 있어서 밉던 마음이 사라지고 신통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수준있어 보였다.
국산이 없어지고 있다.
내가 어릴적엔 미제라면 그 무엇도 좋다며 무조건 외제를 선호 했었다.
하지만 지금에와서는 혹시 외제일까봐서 소금을 사면서도 확인을 하는것이다.
곡식도 채소도 거의 수입품이고 생선도 고기도 태반이 수입품이다.
내눈으로는 식별을 할수가 없으니 그냥 사들고 왔다가 몇번 낭패를 보기도 했다.
마음같아서는 아예 모든걸 자급자족했으면 좋겠지만 그럴수도 없는일이다.
봄에 시골로 들어와서 처음으로 맞은 가을이다.
여러사람의 손을 빌고 방법을 빌어서 가꾼 것들을 수확했다.
고구마, 땅콩 토란, 들깨,감자, 서리밤콩....
많은 양은 아니지만,
여름동안 땀흘리며 허리 아파 절절매며
남편한테 신경질까지 내가며 거둔 결실을 앞에두고
나는 그동안의 모든 힘든것을 그새 잊고는, 또 내년봄에 심을 가짓수를 미리 세고 있다.
아주 아주 조금씩만 더 넓혀 심어야지.
한번씩만 더 풀을 뽑아 주어야지.
밑거름을 좀 더 해 줘야지......
프라스틱그릇에 담긴 까만콩이 그전에 봐왔던 콩과는 다른것같다.
그래도 이만큼이 어딘데..... 내가 했다는게 신기하다.
오늘 하루는 고추장 담그는 일로 다 보냈다.
너무 되직한것 같아서 엿기름물을 더 만드는 바람에 식혜를 끓였다.
생강을 듬뿍 넣었더니 생강내음이 온 집안에 퍼지면서 고추장 냄새를 쫓는다.
늘 힘들다고 하면서 일을 자꾸 만든다고 남편이 투털거린다.
어머님 말씀대로 성질이 이모양이라 고생을 사서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밤참 간식으로 홍시 한개를 가지고 왔다.
이젠 고인이 되신 낚시를 즐기시던 박동진 명창이 오래전 처음 우리 가게엘 들르셨었는데
사람보는데 눈이 어두운 내가 그 분을 몰라 보고 했던말이 갑자기 생각난다.
"아저씨, 어디서 많이 뵌 분 같아요~~!"
지금 생각해도 우습다.
그때는 그분이 텔레비젼엔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 여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이야 모든 사람들이 그분의 모습 보다는
그분이 하시던 말씀을 영원히 기억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