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내가 김광섭의 (우애)라는 시를 친구에게 메일로 보냈을때
나의 친한 친구는 40살이 넘은 이 시점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답글을 보내왔다
쓸쓸했지만 인정해야만 했던...........
<이런 감정을
나이가 들어서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런 생각이 든다
점점 더 혼자라는 생각
어떤 생각을 혹은 감정을 누구와 남김없이 나눈다는 것이
너무나 힘겹고 버거운 일이 되어가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니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외롭다거나 쓸쓸하다거나 뭐 그런 감정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서늘한 어떤 상태인 것 같다.
텅 비어있는 상태
그래서 꽃도 더 아름답고
바람도 더 시원하고
사랑도 더 소중하고
그런 상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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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헬스를 다니고 얼마쯤 되었을 때 그녀를 작은 찜질방 안에서 만났다
그녀가 일상을 느린 목소리로 늘어 놓을 때
보통의 가정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 그려지곤 했는데
엄마의 운동 보따리를 고3 아들이 챙겨준다던가
심지어 생활 쓰레기를 버릴 때에도 아이들이 따라나선다는
그것도 아이들이 어려서 따라나서는 것이 아닌 대학에 다니는 딸이
혹은 고3의 아들이 ...
반신반의 하면서 뭔지 모를 때묻지 않은 순수성이 그녀에게서 느껴지곤 했었다
그녀는 늘 다른 사람의 몸매나 얼굴모습을 칭찬하곤 했는데
그것은 아주 편안한 부드러운 인사였고
그녀자체는 그걸 아주 인정하는 듯한 미소로 늘 사람들에게
인형 같다거나 혹은 몸짱 혹은 얼짱이라 칭했다
그녀가 하는 이야기는 반쯤 흘려듣고
때로 어떤 사람들은 그녀 집안에서 일어나는 따스한!! 이야기에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왜냐 하면 그녀의 아이들은 물론 이요
그녀의 남편조차도 그녀를 마치 요즘 연속극에 나오는 공주병 중증 환자를 대하는 듯한
인상을 그녀가 가끔씩 내 비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그녀의 집에 시가댁 식구들이 놀러오면
아침 일찍 일어난 그 고3짜리 아들이 베란다로 나가서 쌀을 떠나 씻어 밥을 앉힌단다
영문을 모르는 시어른은 손자가 당신에게 과일을 깍아주려고 베란다로 나가는 줄 알고 있다가 기절 초풍을 하고 뭐라 뭐라 역정을 내시면
그녀의 남편은 한 술 더 떠서
"아이고 어머니 제가 해야할 일은 아들이 했네요 ..서울서는 남편이나 아들이 밥을 안 하면 아침 먹고 가기 어렵십니더 ~~~"
라고 입막음을 하면 어머님은 기가 막혀서 아무 말씀도 못하신단다
설령 시어른이 역정을 내신다해도 그녀는 조금도 꿈쩍하거나 놀라지 않고 오리혀 어머님의 팔을 잡고 장보러 같이가자고 조르거나 우유하나를 사러 수퍼에 내려갈 때도 혼자서는 도저히 못간다고 시어른 팔을 잡아 끄는데야 도리가 없다는데 ..참으로 식구처럼 살갑게 구는 며느리를 미워할래야 할 수조차 없다고 전한다 누가 그리 할 수 있으랴 ~`가슴 속으로 부터 나오는 지혜라고 해야하나 사랑이라고 해야 하나 좌우간 뭐 그런 걸 그녀가 지니고 있었다
때로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으응 ~~그래서 내가 헬스장에 오면 입을 다물수 밖에 없어 ..왜들 그리 자랑할 것이 많은 거야 ㅎㅎㅎ..."
하면서 반쯤은 인정할 수 없다는 비웃음 석인 냉소적인 이야기를 내뱉는 사람 마저 있었다
어쨌거나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그녀가 없는 시간에 그녀를 반쯤 모자라는 푼수쯤으로 간주하고 인정해 버리려는 기색까지 있었다
그러나 ...
그녀를 만날 수록 그녀의 순수함에 가끔씩 내 가슴은 시려워진다
언젠가 상암동 하늘 공원에서 하는 억새풀 축제를 같이 간 적이 있다
소녀처럼 억새풀을 가다듬으며
"어머 ...사악사악 ~~~ 이 억새풀 소리 좀 봐요 ...."
"넘 너무 좋다아~~~"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그 모습은 아마 지금 사춘기 소녀들 조차도 갖지 못하는 그런
순수한 모습 그 자체다 감정을 투명한 그대로 내보이는 해맑은.. 그 누구도 그렇게 좋아하고 순수한 표정을 연출할 수 없다는 걸 보게된다 그리고 나는 가끔씩 놀린다 (그때 그 순수한 그녀의 모습을 재현하면서)
"어머 ..사악 사악 ..이 억새풀 소리 좀 봐요 바람소리 .."
"넘 너무 좋다아 ~~"
그녀는 살며시 눈을 흘기며 다시는 나와 어디도 안간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러나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어린이 대공원에 낙엽을 보러가자고 보챈다 ㅎㅎ
산을 유난히 좋아하는 그녀가 가끔씩 산에 오를 때면
어김없이 그녀의 아들이나 딸 혹은 그녀의 남편이 작은 메시지를 끊임 없이 보내온다
'다리는 안 아프냐 기온이 떨어지지 않았느냐 현재 어디쯤 올라가고 있느냐 '
맹숭 맹숭 우리 가족들은 나에게 아무런 관심의 흔적도 , 문자도, 연락조차도 없는데? 자꾸만 그녀의 핸드폰만 종을 쳐댄다 ^^;;
그녀는 늘 크게 웃는데
한번은 수락산 자락을 오르면서도 나의 작은 이야기에
코가 빠지도록 꼬부라져 배를 움켜쥐고 웃는다
지나가던 아저씨 어주머니가
"어머 어머 그래(그렇게의 경상도 사투리 ) 웃다가는 코가 돌에 찧어서 딸기코 된다 ..."
하고 놀려 줄 정도를 웃어재끼곤 한다
그녀는 늘 커피를 준비해서 누구에게도 그 커피를 나누어 주고 부어주는데
단 한번도 왜 나만 이 커피를 타오느냐는 불만의 기색 같은 건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저 늘 자기것을 나누어 주는 기쁨을 만끽하는 것 같은 내색이다
한번은 찜질방에서 저온 사우나를 즐기고 있을 때 그녀의 아들에게서
대학 수시 합격 소식이 전해진다
"어 그래 축하한다 @@ 오늘 친구들하고 너 좋아하는 거 다하고 노래방 가고 네 마음대로 해라~~~"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의 아들이 명문대를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다고 착각할 정도다
지방대 그것도 아주 전망 좋은과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진심으로 축하하고 좋아해주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녀보다도 오히려 그녀 옆에 앉아있는 내가
'과연 그렇게 기쁠까?'하는 의구심이 들정도다
그녀에게 정말 좋으냐고 묻자
그녀는 침착하고 느린 말투로 --안동식 사투리인지?모르겠는
"그래 지랄났다 ~!!"
이렇게 말할 수는 없지않느냐고 내게 반문한다
모든 생각과 배려가 상대의 자리에 서있다는 징후이다
그러니 늘 아이들은 엄마에게 아주 작고 사소한 것 까지 보고 하고 모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늘 이야기가 끝나질 않을 수 밖에 ..늘 관심과 사랑이 둥둥 떠다니는 것 처럼 보인다
한번의 시댁의 시동생에게 이혼 말이 오갔단다
그녀는 꾀를 내어 시동생의 아내 즉 그 아랫동서를 집으로 불러 들였댄다
그녀가 아파서 밥을 못지어 먹을 지경이니 며칠만 도와주기를 간청한다는 핑계로
착한 동서는 흔쾌히 올라오고 그녀는 서울 구경을 시켜주며 동서에게 맛난 것을 사주며
그 동서을 자기 식구로 만드는데 갖은 꾀를 동원하여 일종의 인생선배로서 삶의 진지한 단면을 보여주고 애를 쓴 흔적을 낱낱이 조곤 조곤 일러주었다 그것도 모자라
그리고는 동서에게 오직 자신만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을 조금 보내주겠다고 통장 번호를 알아내고는 당당 거금 150만원을 보낸 사람이다
이렇게 말하면그녀가 마치 돈푼이나 쓰는 부잣집 마나님으로 착각이 들지 모르지만
그녀는 25평의 아파트에서 늘 검소하게 살아가는 이시대의 평범한 아줌마일 뿐이다
그녀의 신랑은
"나에게는 늘 돈이 없다고 징징대면서 ????"
놀란 목소리로 그녀에게 묻는데 그녀는 대차게 대답한다
"가족이 헤어지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여여 가족의 평화와 사랑을 지키는데 그깟 150만원이 소중해요?"
나도 그녀 앞에서는 뭐 별로 불평을 해대고 싶은 기분도 아니들지만
그녀는 늘 내게 있는 소소하고 작은 행복을 치켜세우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아까 낮에도 이마트에서 싸게 파는 김치 냉장고가 있다고 하길래
같이 가 들여다보는데
직원의 입에서는 그야말로 입에서 단내가 날 지경으로 제품을 설명하고 또 설명하고 목이 터질 지경이다
그녀는 살며시 호주머니에서 홍삼이 든 사탕을 하나 까서 설명하는 직원의 입에 넣어준다
물론 나에게도 .....
마치 나의 수선할 부분을 넌지시 알려주고
아니 처음부터 재단도 되지 못한 나의 모습을 인식 시켜주는 감동 스러운 행동 하나 하나가
이 시대의 아름다운 순수라 칭할 수 있는 이쁜 아줌마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마땅히 제 귀여움은 제 등에 업는다고 사랑해 줄 수 밖에 없는 왕비? 아줌마 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딸은 엄마를 따라 왔을 때
정말로 기쁜 모습으로 엄마의 브래지어 호크를 껴주고 속옷을 찾아서 들고 있고
화장품을 차례로 챙긴다.
캬 ~~~~ 나도 객관적으로는 자식을 잘못 길렀다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그녀를 만나면서 어림도 없다는 생각에 꽁지를 내릴 수 밖에 없다
그 익숙한 친밀함
그 따스함 그 온기 그리고 그 순수하다 못해 천진난만한 그녀의 모습에 기가 질린다
그녀가 여태까지 쌓아온 그 꽃같은 울타리가 내게 전해지곤 한다 아 <<<<<<<<
그리고 조금 닮아보고 싶은 그녀의 따스함에 오직 고마운 인연이라는 생각이
나를 기쁘게 한다 누구에게든 내가 그녀를 설명할 때 '순수' 이 단어가 참으로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도 다정하게 사랑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못해 차고 넘치는 ..........
참고 --김광섭의 우애 ...
우리들은 낯선 나라 뜰에서 만난 비둘기같이
외로운 정으로 만나고 기다리며 자랐으니
그렇기에 어깨를 맞추고 어데로 갈지라도
말이 없고 웃음이 없어도 조금도 서글프지 않았다
어데라도 들어가면 낯설고 수줍지 않아
술잔을 들 때나 마주앉을 때라도
우리들은 지나온 길에서 포근한 鄕愁를 느끼며
멀리 바람에 불리는 별빛 같은 생각에 잠겼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무엇이나 서로 헤아릴 수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라도 함께 갈 수 있었고
울지 않아도 서로의 눈물을 볼 수 있었으니
우리들은 하나를 완성하는 둘같이 살아왔다
그러므로 낯선 곳 뭇사람 사이에 끼일지라도
또한 슬프거나 즐거우나 서로의 이름을 불렀으니
실로 우리들은 어머니를 떠난 외로운 나그네
서로의 길가는 마음 서로 만져주었다
세상은 차디차고 인생은 애처로울지라도
우리 사이에 얽힌 마음 수정같이 낡질 않고
푸른 바다 밑 산호같이 변칠 않았으니
우리들은 불행에 울고 영원성에 애정을 붙였다
그러나 보라 우리들은 세기의 어두운 등불 아래서
고달프고 초조하고 불안한 잠을 이루며
아침 어지러운 꿈자취를 헤치고 나아가는 자
언제까지나 여윈 손등에 눈물을 씻을 것인가
우리들은 모든 불행을 느낄 수 있는 마음으로
저 맑은 하늘 가로 가고 싶은 날이 있었고
저 푸른 초원에서 영혼을 쉬이고 싶은 날이 있어
나는 그대의 그늘에 눕고 그대는 나의 눈물 속에 살았다
아 외로운 세상 향기롭지 못한 하루의 인생
이 찌푸린 현실에서 久遠한 진리의 집을 찾아
저 부드러운 바람의 고향을 그리워하며
우리들은 항상 슬픔을 시로 변용하고자 하였다
서로 괴로움으로써 더욱 생각할 수 있는 우리들
서로 슬퍼함으로써 더욱 사랑할 수 있는 우리들
서로 외로움으로써 더욱 믿을 수 있는 우리들
우리들은 실로 시간을 타고 공간에 떨어진 눈물이었다
어느날 우리들에게 인생의 마지막 끝이 와서
지하에 자리를 달리하고 찾을 길이 없을지라도
우리들은 지상에서 만난 우연한 인연으로
지하의 체온에 사는 우정의 나무뿌리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