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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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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잔치 벌려보자


BY 동해바다 2004-11-06


    찬서리 맞으며 의연한 모습으로 활짝 피어있다.
    이제 막 알에서 태어난 병아리처럼 티없이 고운 색 지닌 국화 꽃이...

    사계절 꽃을 보면서 산다는 것...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봄에 들여놓았던 꽃들은 모두 지고 
    베란다의 채송화가 줄기를 내리 뻗으며 형형색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그옆에 나란히 패랭이도 환하게 피어 철 모르는 화초들과 함께
    아침햇살 친구삼아 담소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는 듯하다.
    왕따당한 흰 패랭이가 아주작은 화분에 한 촉 심어져
    여름내내 죽을듯 말듯 하더니 찬바람 스미는 가을날 
    하얀 꽃 한송이 피어내고 있다.

    따뜻한 햇살 한줌 베란다로 스며들어 올 때쯤
    물을 흠뻑 적셔주는 일이 참으로 행복하다.
    초록냄새가 주는 상큼함이야말로 먹지않는 영양소요 엔돌핀이었다.

    

    오늘은 조금더 세세히 구석구석 들여다보며 내 손길 다독인다.
    아카시아 향이 온 시내를 점령할 즈음...
    그 향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던 낑깡에서 또 흰 꽃이 피기 시작한다.
    떨어진 꽃잎 자리엔 동글동글한 낑깡이 형태를 갖추며 열리기
    시작했는데 또 꽃이라니...

    이마저 계절을 잊어버린 것인가....
    어쨋든 늦가을 향내에 취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설렌다.
    아카시아 향처럼 달콤한 향기....
 
    쿠페아 작은 보랏빛 꽃도 몇달내내 거듭 피어나고 
    펠리오트러프 허브에서 꺽꽂이하여 손가락 길이정도 자라니
    진보라색 꽃이 몽글몽글.....이제 피려고 준비하고 있다.
    초록잎들에게 뻗었던 햇살 한줌을 조금 빼앗아 안아드니
    그 따뜻함이 행복감을 더욱 상승시켜준다.

    충분한 물로 목욕시킨 화초들은 흠뻑 머금은 물 만으로도
    제 몸 살찌우면서 우리가족 행복촉매제 역할을 할것이다.

    무척 차가워진 날씨...
    바깥마당에 서리맞으며 의연하게 잘 자라 피고있는 국화꽃 옆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시기를 적절히 맞추어서일까...
    진디가 서식하며 서서히 죽어갈 뻔 했던 국화에게 약을 쳐주며 
    반을 똑 부러뜨려 모래 위에 꺽꽂이를 해 두었다.

    그것이 이 늦가을 모체와 함께 활짝 피기 시작했던 것이다.
    요조숙녀처럼 밤이면 얌전히 포개 정절을 지키고 있는 듯한 채송화 등과는
    달리 별이 빛나는 밤도, 달도 보면서 환한 얼굴을 하늘향해 피어있는
    국화꽃..

    국화꽃말이 정조라는데 어찌하여 밤사이 환하게 피어 있을까...
    국화는 밤이, 별이, 달이 좋을까..
    계란 노른자처럼 동그란 원을 만들어놓고 꽃잎으로 테를 두른 소국...
    늦가을 정취에 딱 어울리는 국화 옆에서 서정주님의 싯귀를 떠올린다.

    오늘은 주말...
    며칠전 화원에서 얻은 국화화분 네개가 있다.
    비닐봉지에 담겨져 잎이 바싹말라 붙어 있었던 국화화분을
    남편은 화원에서 준것이라며 뿌리는 살아있으니 살려보자고 가져온 것이다.
    마른가지들을 모두 쳐주고 나니 새순들이 우후죽순 올라오고 있었다.
    뿌리가 빽빽한 것같아 아무래도 큰 작업을 해야 할것 같아 뒤로 미루었다.
    
    해서...
    화분 세개를 오후에 시부모님 묘 주변에 가져가 심기로 하였다.
    화분은 세개이지만 뿌리들을 나누어 주면 꽤 될 듯 싶었다.
    나머지 한개는 마당에 나누어 심으면 
    아마 내년 봄쯤 푸릇푸릇 싱싱한 색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을까 싶다.

    갑자기 국화꽃밭 위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지금 나의 보관함에는 꽃씨들이 명찰을 달고 내년 봄을 기약하고 있다.
    열심히 큰 화분들을 모으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국화꽃 뿐만 아니라 수많은 꽃들로 마당을 채울 생각이다.
    
    동향인 안방으로 차양 역할을 나팔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몇달내내 피고지고를 번복하면서 줄기 칭칭 감아 올라가는 속도나 모양새가
    햇빛차단 하는데는 제격일 것 같다.
    코스모스, 접시꽃, 백일홍, 채송화, 맨드라미, 돼지감자, 샤피니아 등등...
    이름도 모르는 꽃씨까지 길거리이든 이웃이든 손벌려 꽃씨를 받아놓은 것이다.
    이것 역시 마음의 부자....
    흙이 있는 마당넓은 집이 아님이 아쉽긴 하지만
    그나마 콘크리트 마당이 있어 다행이다...

    모아놓은 화분을 진열해서 꽃잔치를 벌일 내년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꽃들 잔치를 벌려보자....꽃들 잔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