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혼 소송을 하고 있는 중 배우자의 동의 없이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임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38

진고개 넘어 노인봉과 소금강으로


BY 동해바다 2004-11-05


    11월 3일
    9시 진고개 출발 - 노인봉 (10시30분) - 낙영폭포 - 만물상 - 구룡폭포 - 
    금강사 - 소금강입구 (15시30분)


예측 못했던 기후였다. 혹여 날씨가 흐릿하기에 비옷을 챙겨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보면서 우중산행이 될 우리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기원했다. 진고개 휴게소에 하차하여 노인봉으로 오르는 구간은 초반부터 가파른 질퍽한 길이었다. 밖으로 튀어나온 뿌리들의 반란이 계단을 만들어주는 대신 곳곳 기름을 쳐놓은 듯한 미끄러움이 도사리고 있었다. 내 발의 현명한 선택으로 무사히 오름길을 오른다. 산행 한번씩 보태질때마다 단련되고 있는 나는 이미 내가 아니였다. 산의 일부.....자연이였다. 우비 위로 떨어지는 가느다란 빗방울이 변덕을 부린다. 나뭇잎 위에 군데군데 쌓여있는 얼음같은 눈이 1시간 30분 노인봉에 다다랐을때에는 육안으로 보여지는 눈으로 바뀌어 있다.
소금강의 주봉인 1338m의 노인봉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떨어지고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를 희뿌연 막이 앞을 가리운다. 금새 걷어지는 장막들....만추의 풍광이 우리들 눈앞에 펼쳐진다. 날만 화창하다면 강릉시내와 동해가 한눈에 보이고 광활한 초원에서 풀을 뜯어먹는 젖소들의 모습이 보일텐데 ..... 오전 10시 30분 노인봉에 도착하여 하산지점인 소금강까지는 내리막길이다. 국립공원답게 안전하게 꾸며놓은 계단따라 길따라 만추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초반페이스와 똑같은 속도로 내려온다. 온갖 형상을 다하고 있다는 만물상의 거대함이 계곡을 굽어보며 버티고 있었다. 몇년전 단체관광을 한답시고 소금강까지 왔다가 인파에 떠밀려 중도에 다시 내려갔던 곳.. 산행이든 관광이든.....사람물결은 더욱 지치게 하나보다. 주중에 산을 찾는 사람들... 정중동..... 망중한..... 고요함속에 육신의 움직임으로 산과 가까이 하며.... 바쁜 가운데에서도 잠시의 여유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친다. "안녕하세요" 오고가는 정겨운 한마디이다.
철교아래 흐르는 계곡물 위로 낙엽들이 둥둥 떠 있다. 물과 함께 흐르지 아니하고 구석진 곳에 모여있는 낙엽들과 물에 비친 하늘이 참으로 아름답다. 떠나 보내기 싫은 늦가을.... 하지만 가을은 가려고 한다.
손바닥만한 다람쥐가 오종종히 손을 모으고 뭔가를 열심히 먹고 있다. 아이....이뻐라 ^^ 인간이 만들어 놓은 습성일까... 흘깃 쳐다보고는 저대로 열심히 손을 놀린다. 낙영폭포 광폭포 구룡폭포..... 노인봉에서부터 흘러 내려오는 물줄기는 이름을 바꿔가며 가늘었다 굵었다... 14키로를 소리내어 흐르고 흐른다. 눈을 맞으며 으스러졌던 나뭇잎들이 내려갈수록 되살아나면서 색 고운 단풍으로 다시금 우리의 눈길을 잡아끌고 있다. 노랑색...진노랑.....주황....주홍.....빨강......갈색.... 짙어가는 색의 낙엽을 색색별로 주워 모으니 환상이 아닐수 없다.
바람이 풍경을 유혹하여 신음소리를 낸다. 청아한 그 신음소리에 귀 기울인다. 마음 어수선할때 더욱 골패이게 했던 지난날의 산사... 몸서리치며 울어댔던 풍경과는 대조를 이룬다. 떠나기 싫은 듯 아직 원색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남기고 있는 은행잎과 붉은 나뭇잎들이 산사를 지키고 있다.... 금강사를 뒤로 하고 절터의 물 한모금으로 하산 마무리를 한다. 비가 내리면서 눈을 조금 내려주었던 진고개와는 달리 소금강은 따뜻했다. 해가 서산으로 점점 기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