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한낮의 따가움 ... 그대로 붕어빵 틀에서 구워지는듯 온몸이 땀으로 저기시고 계속 흘러내리는 이마의 땀방울은 빵을 사러 들어온 손님들의 맘을 민망하게 한다 이렇게 더운데 내가 붕어빵을 사러오다니 이렇게 생각할까바 정말 난감하다
오뎅이 물에 불어 흐느적 거릴때 시내버스 기사의 한마디 "놀러갈래요 포장 닫고 더운데 힘쓰지 말고 갓다오면 저녁때라 시원하니 장사하기 그만일텐데 가요 속 태우지 말고"
'정말요 근데 조기 과일 아저씨가 봐 준다고 해야 가죠 어떻게 장사 나와서 문을 닫고 가요 그럼 안되지 아무리 더워도 난 붕어빵 아줌마고 날씬 그래도 가을인데 다른데도 장사가 생겨서 이젠 안되요 비워놓고 그러면"
기사아저씨와 난 씩~웃는다
얼른 뛰어가서 "아저씨 나 서원면에 갓다올께 내 장사좀 해줘 지금 시간이면 손님도 없구 해서 좋을텐데 응? "
'아유~어디가요 장사해야지 내가 혼자 어떻게 왓다갓다 해요~그냥 잇어요 여기 가지말고 맨날 기사아저씨하고 놀러가고 언제 장사해요 오늘은 여기 잇어요~"
"싫어 갈래 봐줘요 인수씨~응?:
말이 없는 과일 아저씨를 믿거라 웃으며 난 가방을 덜렁 들고 차에 올라탄다
"갔다올께 봐줘요 인수씨 사랑해~"
처다보지도 않는 과일아저씨에게 갖은 애교?를 다 떨고 손마저 흔들며 가볍게 흔들리는 차창에 눈길을 돌린다
"아유~아저씨 손님 없다 하더니 여기서 많이 타네 "
"아유 이거 갓고 되요 하루에 몇번을 가는데 이래갖고 기사 월급이 제대로 나오겟어요 아줌마가 처음타서 그러지 가면서 바요 얼마나 타나 손님이 없어 큰일이예요 요즘 가을걷이라 더 없어요 다밭에 나가고 사람이 있어야지 아유~"
기사 아저씨의 걱정을 뒤로 하고 난 시원히 뻗어낸 길에 양쪽 은행나무에 노오란 색이 눈안 가득 넘친다
굽이 굽이 도는 버스에 몸을 흔들며 휙~휙~지나가는 가로수와 가까운 산들이 빨리도 지나는 동안 내 눈은 현실의 어려움을 벗어나 어느새 입가엔 웃음이 번지고 먼데 산이 내눈에 스칠땐 어느새 난 다른 하늘 다른 산들의 색에 먼저 가있다
울긋불긋 어우러져 단풍든 산은 정말 유치원 아이들의 물감을 부린듯 얼키설키 엉켜 정말 아름다운 색을 넘어가는 해에 비처 눈이 부서진다
지나는 옆길에 작은 냇가는 어느새 끈어질듯 커지고 없어질듯 이어지고 가라앉은 낙엽은 굵은 갈색으로 몸을 적시고 돌돌돌 아기자기한 돌들은 반쯤 잠겨서 뽀얀 색이 어느새 가을색과 어울린다
넓게 펼처진 논들은 어느새 누런 우리집 장판처럼 펴져있고 그위로 단풍은 더 진하게 보인다
붉은색은 단풍나무일거고 노란색은 싸리나무당연하고 길옆은 은해9ㅇ나무가 노랗게 책임을 다 하고 전봇대에 휩싸여 자체가 나무이듯 엉켜서 올라간 이름 모를 담쟁이는 전봇대가 파리의 사탑인양 멋진 색으로 옷을 입히고 다시 넓직히 보여진 개울은 다시금 낙엽을 비추며 돌돌돌 흐른다
멀리 다시또 가깝게 보이는 산들에 비해 작은 이차선 길은 기사님의 속력에 쭉쭉 뻗어서 꺽어진 길도 곧게 보이고 싸리나무 대문응달에 몸을 피하고 앉아 맨발로 고추를 다듬는 할머니는 정말 귀엽다
고쟁이를 입고 치마는 귀찮은듯 어느새 허리춤에 구겨들어가있고 고무신은 어디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붉은 고추만이 해를 갈구하고 할머니손에 들어진 풋고추는 할머니와 함께 응달에서 시든다
가까이 논바닥에선 이름모를 아저씨가 혼자서 다리를 쭉 벋고 앉아 추수한 볏짚을 멀리서 봐도 뻗뻗해진 손바닥으로 무엇을 하는지 하루가 바쁜 해도 개의치 않는다
(집에 가서 하면 좋으련만 지금이면 배도 고플텐데 아마도 집에 가지고 가면 할일도 많은데 집 사람 바쁘게 볏짚 어지러진것 치우게 할까바 무뚝뚝하게 보이는 저 아저씨의 아줌마 사랑법일것이다 생각한다 그걸 아줌마가 알아줄까 생각해보니 웃음이 번지고 그렇게 무뚝뚝한 사랑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동화속 자연에 내가 속해있는듯 내가 저 자연과 함께 녹아있는듯 누구라도 날 보면 내가 지금 저 농부와 논과 할머니와 고추와 따가운 해가 아름답게 보이듯 나도 같이 저들과 어우러져 아름답게 보일까 싶다
저 이쁜 물속엔 머가 있을까 어느 물고기가 저 이쁜 물속에서 살고있을까 부러운 생각이 든다
삥~돌아 마을앞정류장
아무도 없지만 내리는 사람이 있어 정차를 한다
"할머니 담서부턴 정류장서 내려요 알았죠 오늘은 짐이 많아서 여기서 내려 드리는거예요 힘드실까바"
"아구 기사 양반 고마워 내 그러지 아고 원주가서 귀경하다 이것저것 샀더니 이렇게 많아서 기사양반 힘들게 하는만 고마워요 내 이거 하나 드리리다 먹고 가셔 응?"
하며 요구르트 하날 꺼내서 굽어진 손으로 내민다
"아녜요 할머니 그냥 가세요 얼른 가야해요 시간이 늦었어요"
"아고 그래도 먹고가요 누가 기다려 사람도 없는데 좀 늦으면 어때"
서너명 되는 버스 손님들이 소리없이 웃는다
가을 햇살에 하늘이 더 맑다
미화원 아저씨들이 청소하다 낮은 산 응달에 앉아 쉰다
그 모습도 아름답다
머리를 뻣뻣하게 세워서 여기저기 도깨비처럼 송긋송긋 만든 어느청년의 얼굴도 오늘따라 밉지 않다
뚱뚱한 아가씨의 굵은 다리에 짧은 미니도 이뻐보이고 나무지게에 사람이 보이지 않게 볏짚을 지고 앞서서 걷고 뒤따라 넓은 다라에 무엇인지 수북히 넣어서 머리에 이고 시커먼 양말에 허연 고무신을 신고 궁뎅이가 넓직한 몸빼를 입고 너브적 너브적 따라 걷는 부부의 모습이 그림같다
덜컹거리는 버스안에서 난 그 아름다운 모습들을 다 담아 올것인양 하나도 빼놓지 않고 기억하려 애쓴다
차라리 습작할것이나 마련해 올걸 하는 생각에 정말 내가 미련하다
가을의 잠깐의 외출을 이렇게 눈으로 머리로만 기억하려 하다니
언제나 작가다운 면모를 갖추려는지
동산같은 낮은 언덕에 매끄럽게 깍아논 어느산소에서 후손들의 얼굴이 궁금하다
(저 비석엔 무슨글이 있을까) 난 별게 다 궁금하다
아직도 추수를 하지 않는 논이 누렇게 바람을 잡아 돌린다
숨어 내려오는 끈어지지않은 또랑물맛이 궁금하다
간간히 지나는 김장밭에 묶어진 배추는 겉이 퍼럴수록 속이 노랗게 고소할것이다 그 옆에 고랑에 가을 한 낮의 햇볕이 뜨거운듯 씨래기가 척척 누워져 퍼져있고 밑으로 파랗게 올라온 무가 먹음직 스러워 얼른 버스에서 뛰 내려가 훔처서 입으로 한입 물어 탁 뺕어내고 손톱으로 껍질을 벗겨가며 무 맛을 알고싶다
작은 또랑 옆으로 누군가 태운 쓰레기재가 아름답다
회색빛으로 변한걸 봐선 아마도 땅에 이로운 것일거다 생각한다
어느새 다 내리고 기사와 내가 있다
버스안에 너무커서 오른쪽 왼쪽으로 두번에 돌아봐야 버스안이 다 보인다
어느새 종점 널직한 정류장은 서원면에 자리하고있다
개울을 도깨 공사해서 만든 곳이란다
앞으론 가을산에 작은 초등학교가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다
단풍든 산과 작은 학교 두명의 아이들이 크게 웃으며 그네를 타고있다
그 아이들이 동화속 왕자같고 요정같다
그 아이들은 알까 자기네들을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걸..............
운동장 가득 서 있는 나무는 아마도 몇십년족히 되어보인다
아래서 처다본 운동장은 아마도 그 나무들의 의해서 온종일 그늘일것이다
뒤로 단풍든 산은 교실서 다 보일거고 도시락으로 깁밥을 싸오면 정말 그럴싸한 소풍이 될것이다
"아저씨 정말 오는 길이 너무 이뻐요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산도 이쁘고 개울도 지나는 사람도 너무 이쁘구요 저 하늘도 곱고 파랗고 구름을 쫒는 바람도 정말 이쁘네요 바람을 어찌 보냐구요? ㅎㅎㅎ
구름이 흐르잖아요 그러니 바람을 볼수가 있죠 그리고 설악산이 부럽지 않네요 나 어떡해요 이거 모두 큰~그릇에 담아서 갖고 가고싶은데 얼마나 이쁜걸 봤는지 눈이 붉어져서 감겨질것 같지 않고 시집온새닥처럼 가슴이 설래고 고개 하나 지날때마다 어쩌나 ~하는 이상한 호기심에 가슴이 뛰었고 그가슴이 이내 눈으로 보일땐 그냥 노래만 나오고 내가 화가라면 여기서 그려낼것이고 시인이라면 차라리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
"아고 아줌마 글을쓴다더니 정말 말도 잘 하네요 갠히 내가 좋아지네요 난 맬 봐서 아무렇지도 않는데 아줌마 말들 듣고 보니 나두 갠히 이상해지네요 허허허허"
나두 같이 웃는다
가을하늘아래 바람속으로 웃음이 빨리고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이 오히려 내가 이상하듯 보인다
깊숙히 들어온 "서원면"
모두가 친척이고 친구인것같고 조용하고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는 "서원면"
이렇게 아름답게 가을을 닮아가고 있구나 울굿울굿하게 단풍든 산들은 마치 일년내내 푸른 소나무가 오히려 단풍들고 단풍든 나무들은 그저 일년내내 그런것처럼 푸른 소나무가 변한것 같다
마음도 눈도 붉어지고 모두가 편해보인다
가을햇살이 따뜻해서 장사가 안된 것도 잊어버리고 내가 하늘고 올라갔다 온것마냥 즐겁고 가볍다
되돌아 오는 길이 벌써 익었고 못내 아쉽다
햇살에 눈이 부셔 길게 실눈을 뜨고 가을을 다 봤다
돌아오는길이 너무 빠르고 아까본 그 산들이 벌써 변해버린것 같다
더 진해지고 아릅답게 보인다
아마도 나도 모르게 나도 거기에 묻혀버린것일게다
나두 가을에 자연처럼 말이다
어느 색으로 변했을까 생각하긴 싫다
아마도 내가 본 그 가을처럼 나도 어느색으로든 물들어 다른 사람눈에 아름답에 보였으면 한다
시들은 사루비아나 맨드라미 그리고 물속에 떨어져 갈색을 띈 낙엽처럼 그렇게 편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