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이 결혼 18주년 기념일.....
아이들에게 집 보라고 해 놓고 내외간이 간곳이 겨우(?) 극장.
명절이라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어서요.
그래도 좋았습니다.
손 꼭 잡고 본 영화가 "80일간의 세계일주"
음... 그저 웃고 즐기기에는 딱인 영화입니다.
성룡이 주연이고요, 적당한 코믹과 액션이 어우러진 ... 거기에 막판 약간의 감동 까지.
영화 본 후, 호숫가를 드라이브 했습니다.
우리 엄니가 결혼 날짜 한번 잘 잡았습니다.
거의 매년 추석 무렵이거든요.
"우리 시어머니, 머리 좋~~다. 며느리가 결혼기념 이라고 어디 놀러 못 가게 말야, 결혼 날짜를
하필 꼭 이 무렵으로 잡았냐?"
결혼 날짜는 대개 여자 집에서 정하는데 우리 엄니 성질 급하셔서 걍 일방적으로 정하셨다나요?
덕분에 해외근무중이던 제가 날짜에 맞춰 귀국하느라 애 먹었지요.
"여보, 그간 못난 남편과 사느라 고생했고....그러나 앞으론 잘해 줄게.
자꾸 이마에 잔주름만 늘어 나네.
엊그제는 안경까지?
왜, 글씨가 잘 안보이던가?
글씨가 흐릿해 보이지?
그게 노안이래.
손은 왜 그리도 거치누?
어지간 한 건 세탁기 돌려.
저 팔뚝 봐.
나보다도 더 굵네.
웬만하면 청소기로 해.
허리는 왜 매일 파스로 도배질이고?
그러게 병원에 꾸준히 다녀.
그깟 병원비 얼마 한다고.....
가슴은 또 왜 그리 새까맣노?
애들 땜에, 신랑 땜에 속이 바싹바싹 탔다고?
안 그래도 애들이 그러잖아.
이젠 엄마 맘 편히 해 드린다고.
사실 우리 애들만큼 착한 애들 나와 보라 해.
신랑은?
말이 났으니 말이지, 나만한 신랑 어딨누?
그래도 섭섭한 게 많다고? 그게 여자라고?
무슨 여자가 그 모양이냐?
그래, 여보... 무슨 말인지 알겠다.
한마디 말이라도 좀더 다정스레 건네고, 어깨 잘 주물러 주고, 설거지도 자주 해 주고
늦잠 자도 잔소리 안 하고 그럴게.
그러면 되지?
그러면 우리 오래 같이 사는 거지?
사랑해, 여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