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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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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


BY 루나 2004-10-06

기존의 나무들과 이제 막 물이 올라 푸릇푸릇 새싹이 난 나무들이 가득한 돌산 사이의 길을 따라 호수가 시작되는 곳까지 걸어 올라왔다.

중간  두어 군데선 다이빙을 하는 아이들의 환호가 풍덩거리는 물소리와 함께 산사에 흩어지고 있었다.

크고 작은 바위가 산과 산 사이를 다리 놓은채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병목처럼 바위가 끝나는 곳에서 흩어진 물은 커타란 병풍처럼 가려진 산의 색과 똑 같은 녹색으로 넓디 넓은 호수를 이루고 있는 것이 마치 포천의 산정호수 비슷했고 그곳과는 다른 것은 가장 아래쪽으로 아주 작은 다리아래로 물이 흘려 내려가고 있는 것이였다

 

오랜 가뭄 덕분에 물에 갈증이 심한 이 즈음,

쉴새 없이 콸콸 소리 내며 흘러내리는 물에 하나같이 신발과 양말을 벗고 차거운 물속으로 발을 담그며 동심으로 돌아가 나름대로 추억에 잠겨본다. 

 

중학교때 우이동으로 소풍가 아래쪽 넓은 계곡의 바위를 들치며 가재 잡던일. 그 때는 그곳에 가재들이 참 많이 살고 있었다.

한참을 지나 그곳에 갔을때는 물은 거의 말라 버리고 전날의 자취는 찿아볼수 없게 되었었지만.

우이동은 원체 아름다운 곳이라 4.19 탑을 거슬러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 물소리 나는 숲 안으로 들어서면 바위들 사이로 맑고 얼음처럼 차거운 물이 흐르고 있었고…  수유리에  살때는 간혹 산길을 올라 계곡에서 시간을 보내곤 하였었다. 이곳보다는 훨씬 좁았지만 양 옆으로 수풀이 우거진 것들이 그곳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월 들어 국군의 날과 개천절이 지난 다음 월요일.

이곳 호주는 “노동자의 날”로 모두가 공휴일이였다.

“노는날 이렇게 일찍 일어날 것이 뭐야” 짜증이 먼저하였다.

어젯밤 친구가 빌려준 “꽃으로도 때리지 마세요” 탤런트 김혜자의 아프리카 기행을 적은 책을 가슴아파하며 늦밤까지 읽다 잠든 탓이다.

자의로 태어나는 것은 아닌데. 어찌그리 세상사가 다를까? 참 마음아팠다.

 

공휴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밀릴 것을 감안하여 가장 이른 시간에 골프장을 북킹하여 일찍 나서야 하였다. 

집에서 1시간 가량 사우스로 내려왔나, 이전에 보지 못하였던 넓은 골프장이 얼마전의 내린 비로 초록의 잔디가 구름 한점 없이 맑은 하늘아래 더욱 진하게 반사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서울의 사치스러운 골프장보다는 훨씬 못하여도 적잖게 괜찮은 편인데 그래도 가격은 $35이니 이곳은 골프가 대중적인 운동일수 있지 않는가.

4팀으로 나뉘어 나가는데 골프하지 않는 나를 포함한 몇 아줌마들은 9홀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따라다니고 그 다음은 차로 와서 쭈그리고 앉아 잠을 청하였지만 ..  

7시에 시작하여 11시 반이 넘어 다 끝나고 B.B.Q 할 수 있는 공원으로 향하였다.

두서너개의  목장들이 지나갔을 뿐, 이곳은 비닐 하우스들과 야채가 재배되고 있는 곳이였다. 여러 곳으로 다녀보았어도 이렇게 가까이에서 채소밭을 대한적은 드물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재미있었다.

이름 모를 희귀한 작물들도 있었고 가장 쉽게 알수있는 것은 일자로 뻗는 파밭과 둥글둥글 줄지어 구르고 있는 양상추밭 정도.

잠깐을 지나니 국립공원 간판이 나왔다.

차한데당 $7을 받고 있었는데 오늘은 휴일이라 돈받는 사람이 없었다.

 

이곳 시드니는 근교로 여러 군데 군데 국립공원이 있다.

올림픽을 치룬 후에 돈맛을 알았는지 어디나 돈을 받는다고 우리는 말하고 있다. 아마 서울 근교에도 이렇게 정경이 좋은 곳에는 자리가 깔려있고 돈을 받아 불편했던 것이 오래 전일로 기억되고 있는데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구름한점 없이 맑고 좋았던 날.

오래전에 놀던 게임과 동요를 부르며, 두발 담그고 물장구치던,

구김살 없이 맑았던 어린시절로 잠깐 돌아갈수 있어 더욱 즐거웠던 날.

한동안은 콸콸거리며 흐르던 물소리가 나의 귓전에 남아 있어 가뭄의 짜증을 해소할수 있을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