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집을 치우고 머리를 곱게 빗고 국방색 어깨끈이 달린 가방을 메고 손 구르마를 끌고 나선다
붕어빵 장사
한판 돌리면 18개 붕어빵이 나온다
새우 모양 붕어 모양 그리고 국화모양 으로 세가지 다양한 모습으로 맛은 같지만 사람마다 성격이 달라 저마다 이거 저거 골라가는 재미와 골라 파는 나두 정신이 없다
붕어만 달라는 사람은 그것만 주고 새우도 그렇고 국화도 그렇다
그렇게 골라 주다보면 빵 진열대는 삐뚤 빼뚤 쓰러지고 구겨지고 주둥이 없는 붕어에 꼬리가 어디로 갓는지 찾을수 없는 새우도 잇고 국화는 꽃모양이 다 떨어져 구석에 나뒹굴고 빵틀은 계속 돌려야 빵이 나오는데 손님들 때문에 미처 돌리지 못해 꺼내지 못한 빵들은 시커멓게 타 버리고 난 그것들을 손님들이 볼까 두려워 꺼내지도 못하고 어느때는 얼른 꺼내서 비닐에 담아 발밑에 쑤셔 버린다
초코렛 색이 진한 타버린 빵들
햇빛은 하루종일 내 얼굴을 익어라 하고 땀은 얼굴에서 목 뒤로 어께와 등 뒤로 흘러 내리고 손님들은 기다리는동안 나가 있는다 포장 안이 너무 더워 잇질 못하는것이다
그러니 불 옆에 있는 난 얼마나 더운가
이쁘게 보이려 화장을 곱게 하고 나간 난 땀을 썩썩 비벼 닦앗음 좋겟는데 화장 지워질까 두려워 그렇게 못하고 살짝살짝 찍어낸다
길죽하고 꼬불한 오뎅은 내가 직접 부산서 택배비 내가면서 따로 받아 판다
첨서부터 그걸 로 해와서 손님들이 좋아한다
별 이득이 없지만 손님들 입에 맞고 나또한 좋은걸 제공한다는 자부심에 다른걸로 바꿀 생각은 전혀 없다
쫄깃하고 담백한 맛은 한번 맛 보면 다른 집 오뎅을 절대 먹질 않는다
여기저기 붕어빵과 오뎅이 많지만 항상 나 한테로 온다
반죽도 아침마다 신랑이 해서 판다
남는건 겨울이라 버리지 않아도 변하지 않지만 향기와 맛이 떨어진다는 신랑의 말에 항상 버린다
손님들이 그걸 알고 나 한테로 온다
그게 고마워서 재료와 신선하고 정성을 다한다
지금은 날이 더워서 별로 손님들이 없지만 한 겨울이 오면 정말 바쁠것이다
장사 하는 난 얼른 겨울이 왔으면 한다
장사 하느라 몸이 피곤하고 춥겟지만 그래도 추운날이 더 좋다고 말할것이다
훅훅 내 올라오는 오뎅 김과 간장 그리고 금방 나온 빵을 기다리다 먹는 손님들.............
다 내가 만드는 장면이다
다리를 동동 구르며 오뎅 솥에 손을 살짝 갓다 데고 좋아하는 손님
뒤에서 목도리를 더 감싸안고 어떻하면 안으로 더 들어갈까 눈을 더 크게 뜨고 안을 들여다 보는 손님
안쪽 구석에 꽉 박혀서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못 하는손님
먹을거 다 먹고 나가기 싫어서 오뎅 국만 조금씩 떠 먹으며 내눈치 살피는 손님
재잘재잘 떠들며 "아줌마 우리 여기잇다가 버스오면 나가도 되죠?"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며 애교 떠는 이쁜 학생들
잔술에 오뎅을 간장에 푹~눌러 찍는 할아버지
말없이 혼자 꾸역꾸역 먹는 총각
밖에서 날 부르며 "많이기다려아 하나요" 하면서 빵을 2000원어치 싸달라고 소리지르는 아줌마
'오뎅도 주세요 국묵도 많이요 "하면서 웃는 어저씨들
이쁘게 보이려 짧은 치마에 아가씨들은 모자를 더 푹눌러쓰고 '들어갈때 잇어요?"
하면서 다리를 꼬는 이쁜 아가씨들
이모두가 내가 만들는 절묘하고 정이 넘치는 장면이다
난 이들을 사랑하고 좋아한다
그리고 정이잇어 더 좋다
짧게 넘어가는 햇살에 내 웃음이 더 길어지고 한마디씩 하는 손님들의 말에 웃으며 답해주고 빵을 굽고 포장하고 오뎅을 끼어서 물에 넣고 불을 세게 하고 반죽을 주전자에 붓고 팥을 뭉게고 빵판을 뒤집고 이렇게 바쁘게 하루 장사를 해도 난 행복하다
돈도 벌고 사람도 만나고 할머니 할아버지 문제도 상담해주고 아주머니 시집살이에 눈물도 흘리고 어린 학생들의 철없는 말에 한숨도 내 뱉고 꼬마손님이 얼굴만 겨우 보일뿐 목소리가 더 큰 작은 손님들 내 모두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어느새 저물고 달이 떠올라오면 버스도 떨어지고 사람들 발길도 드물어지면 어느새 혼자 달을 처다볼 시간이 되고 다시 또 혼자가 되어 버스 정류장 차가운 나무 의자에 덩글허니 혼자 앉아 두팔을 감싸 안는다
차가운 바람이 회오리로 지나가면 어쩔수없이 난 둥글게 몸을 구부리고 고개를 숙인다
그럴땐 훤한 달도 원망스럽다
혼자가 싫다
기다란 나무의자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