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만 열면 마당에 가득 쌓인 가을
따뜻한 커피를 생각 하라고
바람은 나를 부추기고
발알갛게 익은 홍시는 준비 됐노라 하는데
감나무잎은 떨어지면 안된다고 고개를 가로젖는 마당 한켠에선
게으른 아줌마의 늦게 한 빨래가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슬프지 않아도 가슴이 싸아-- 하고
기쁘지 않아도 즐겁고
답답하지 않았어도 가슴 화아악 틔어주는
파아란 하늘에 흰 구름이 마냥 여유롭기만 합니다
색갈이 고운 강물을 바라보며 내 친구랑 소리내어 웃어도 보고
새초롬한 바람 하얀 갈대 속에 내려 앉은
잃어 버렸던 가을을 탁자 앞에 앉히고
향기 진한 커피를 권해야겠습니다
노란 햇살에 다 타버릴까 안타까운 단풍나무 터널
중년이라는 선물을 함께 받은
사랑 보다 더 푸근한
당신의 따뜻한 손을 꼬오옥 잡고 걸어가겠습니다
한동안 숨겨 두었던 우리의 가을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