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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야기]커피가 만들어준 우리의 인연


BY 후찬맘 2004-09-21

저는 풍성함이 느껴지는 9월에 결혼기념일 6주년을 맞은 연년생 남매를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결혼하기까지 과정이 힘드신 분도 계실거고 순탄하신 분도 있었을거예요.

저도 남편과 결혼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평생 잊지못할 행복한 추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와 남편이 처음 만나서 결혼하기까지의 풀 스토리!  풀어놓을까 합니다

대학교를 4년간이나 다녔으니 남자라는 동물을 파악할 법도 한데 24살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게 전 너무도 남자라는 희귀동물을 모를 만큼 순수했습니다.

아니 '순수'하다 못해 '순진'했다라는 말이 맞았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여자는 두레박팔짜다'라는 결혼인생관을 가졌었기에 백마를 탄 멋진 기사님이 내 앞에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대학 졸업한 그 이듬 해, 공개채용에 합격한 저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에 턱 허니~ 들어가게 되었고 입사 첫 날! 자료실로 배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날이 제 '두레박 결혼인생관'을 뒤바꿔놓는 날이 될 줄 그 누가 알았을까요?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책상을 정리하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책을 들고 들어왔습니다.

170cm정도의 키에 하얀얼굴,그리고 우수에 찬 듯한 두 눈을 가진 남자가 저를 향해 웃음의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걸더군요.

남자:"안녕하세요? 처음 뵙네요."(웃으면서)

사서:"예 안녕하세요!무엇을 도와드릴까요?"(서먹한 표정으로)

남자:"저는 취업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인데요.신문 좀 복사할께요"(또 웃으면서)

사서:"그러세요.신문 여기 있습니다" (신문을 드리고 다른 일을했다)

이것이 저와 그 사람의 첫 운명적 만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그 남자는 자료실에 또 찾아왔습니다.

남자:"안녕하세요. 선생님!" (환한 웃음으로)

사서:"예 신문! 여기있어요" (신문 건넨다)

남자:"선생님!실례지만 성함과 나이는 어떻게 되세요?"

사서:"어머~ 어머~ 초면에! 무슨 그런 것을....."(화가 나서 고개를 팍 돌린다)


모르는 여자에게 이름과 나이를 거침없이 물어보는 그 남자가 어이가 없었지만 웬지 싫지가 않더라구요.

하지만 저는 화가 난 척, 관심이 없는 척 하며,그 남자에게 오뉴월 서리 내리듯 대했습니다.

그래도 그 남자는 신문복사를 핑계로 제가 있는 자료실을 하루에도 수차례씩 문턱이 닿토록 들락날락 거리며 저에게 눈도장을 찍어대더군요.


이렇게 눈이오나 비가오나 도서관에서 그 남자와 6개월간을 얼굴을 대하며 만나게 되니 아니 이게 왠일입니까?

어느새 제가 이 남자를 기다리는 신세가 되고 말더라구요.

가끔씩 그 남자가 보이지 않을 때는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저~~~ 커피 좀 드세요" 라며 나타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하고요.

도대체 일이 손에 잡히기 않는 겁니다. "아휴~~~~ 내가 왜 이러지 도대체.........."


그런데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주 오래간만에 나타난 그 남자!

두근두근거리는 이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른때와 변함없이 함박 미소를 머금은채 터벅터벅 걸어 제 옆으로 다가와서는

"저~ 선생님! 이것 좀 드세요"라며 또 저에게 커피를 쑤욱 내밀더군요.

저는 "아! 네~~~~" 하구선 커피를 받아 들었습니다.

근데 이 남자는 왜 커피만 놓고 가는거야? 식사를 하자든가? 아니면 어디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만나자던가? 뭐 이런게 있어야 뭔가 사건이 벌어질텐데....얌전한 이 남자는 끈질기게도 커피만 쑥쑥 내밀며 씨~익 웃기만 하니 괜히 심통이 나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샐죽한 표정으로 " 그래요.어찌됐건 잘 먹을게요" 그렇게 응대하고 그 남자 앞을 막 지나려하는데 어쭈! 신이 나를 도와 주려는지 그 남자는 두 다리를 앞으로 쭈욱 뻗고 앉아 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이때다 싶어 제 발을 그 남자의 발에다 정확한 각도로 탁!부딪혔지요. 그러면서 저는 "에그머머머니나~~~~"하면서 커피와 제가 그 남자의 몸 위로 '당신은 바다~! 나는 물고기~!' 하며 마음껏 넘어져주었지요.


갑자기 나의 기습에 놀란 그 남자는 "어이구~이거 죄송해서 어떡합니까?" 라며 벌떡 일어나 커피를 닦아준다며 휴지로 저의 몸 구석구석을 닦아주는데...... 그때 그 기분요.

옷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 남자의 손이 제 옷깃을 스칠 때 찌르르르~~~~~고압선이 제 몸속으로 흐르는 것을 감지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즐거움의 쾌재를 불렀더랬습니다."야~~호~~ 드디어 사건은 시작됐다. 이제 니는 내끼다"

속모르는 그 남자는 "저~~~ 이거 너무 미안해서 오늘 저녁 식사라도 좀 대접해 드리면 안될까요? " 하길래 제가 그랬지요"그래요. 굳이 사 주신다면야 먹어 드리죠 뭐"


그 후로 그 남자와 저는 점점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드디어 그 남자는 도서관이용자가 아닌 나의 연인으로 매일매일 도서관을 나와 공부하면서 저와 잔잔한 사랑의 눈길을 주고받았지요.

그리고 제가 사랑한 이 남자는 취직시험에서 덜커덩 붙어 주어 저를 너무도 행복하게 해주었답니다


백마 탄 멋진 기사님을 만날 거라는 꿈을 저는 저의 직장에서 이뤘으니 저의 평생소원,행복한 사랑을 성취한 셈이지요.


저와 남편이 연애할 적에 부모님과의 반대가 너무도 심해서 우리 두사람!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많은 아픔을 느꼈던 적도 많았지만 3년간의 열애끝에 서로가 그토록 원하던 결혼을 끝내 이루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정말 어렶고 힘들게 결혼해서 행복한 부부로 잘 살아가리라 굳게 다짐했건만 때로는 물건을 부수며 과격한 싸움도 벌이는 엽기적인(?) 부부로 살아가기도 합니다

"내가 눈이 삐었지 어휴~~"이렇게 이야기하면 저희 남편은 이렇게 응대합니다

"눈이 삐인 사람은 당신이 아닌 나라고~~ 당신 말이야! 나같이 멋진 남자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이렇게 연애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부부싸움을 일단락 끝냅니다

친정부모님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면서까지 행복한 결실을 맺고 부부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된 우리 두사람!

남편과 저를 똑같이 닮은 두 남매--건강한 아들과 딸을 하나님에게 선사받았으니 이 귀한 보물을 잘 키워내는 화평과 신의의 부부로 백년해로 하며 검은머리 팥뿌리 될때까지 행복하게 살아갈겁니다.

그리고 오늘도 전 두 아이의 천진난만한 재롱과 남편의 한결같은 사랑속에서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갈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