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9년 이란 세월이 훌쩍 흘러버렸고 그와 함께 나의 20대도 흘러버렸다.
1995년 10월 29일 그날은 내게 너무나 중요하고 특별한 날이다.
바로 그와 나의 결혼식.
아무것도 모르는 21살 어린 나이에 나는 겁도 없이 그를 택했다.
너무나 사랑했고 또 너무나 간절히 원했었기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하여 처음 만난 그는 내 인생의 첫 남자였다.
특별히 잘생기지도 그렇다고 큰 키에 잘 빠진 몸매도 아닌 그가 내 마지막 남자가 될 줄이야.
처음 만난 그는 나에게 너무나도 부드럽고 인자한 선생님 같았다.
그리고 그런 설렘과 떨림으로 그를 만나기 시작했고 점점 그를 좋아하게 되는 나자신이 두려워지려 하는 순간 이미 그는 내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어있었다.
우린 서로의 마음을 너무나 잘 이해했고 먹는 것 노는 것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닮아있었다.
회사에서 매일 보고 또 저녁에 만나고......
그래도 봐도봐도 보고싶고 떨어져 있는 순간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렇게 2년을 보내고 드디어 결정의 순간.
어떻게 하다보니 부모님께서 알게 되셨고 엄청난 반대에 부딪쳤다.
9살의 나이차... 그건 생각보다 힘든 고난이었다.
헤어지자. 헤어지자. 를 수십번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그를 만났지만 그 앞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행복하게 웃는 내 모습뿐이었다.
95년 어느날 나는 굳은 결심을 하고 그를 만났다.
"이젠 진짜 안되겠어. 그만 두자 우리" 라는 나의 말에 그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고 나 역시도 아무말 없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내 인생을 확 잡아끄는 그의 한마디.
"그래 그럴 수 있어. 나는 나이가 있으니까 이겨낼수 있지만 너는 힘들거야. 만약 니가 힘들지 않다면 그럴께. 하지만 니가 돌아서서 운다면 널 잡을꺼야. 그리고 그럴 자신이 없다면 나와 같은 곳을 봐 주겠니? 그럼 내가 다 알아서 할께."
그말에 나는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고 그의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은 진짜 유치했어라며 혼자 웃지만....
그렇지만 그는 정말로 내 손을 잡고 모든 것을 해결하고 내게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혀주었다.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로 나의 남편으로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
물론 예전의 그 부드러움과 인자함, 그 멋진 말을 간직하고 있진 않지만 예전에 보지 못한 귀여움과 애교로 나를 또 한번 붙잡는다.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내 손을 잡아줄지 모르지만 언제까지나 나는 그손을 놓지않으려 한다.
사랑하는 우리의 아이들과 내가 그와 함께할수 있는 많은 시간들을 열심히 사랑하면서 살아가려 한다.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나의 남자를 포근하게 감싸줄수 있는 둥지가 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