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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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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야기] 지독하게도 추웠던날...


BY 최정남 2004-09-17

정말 지독하게도 춥다.

어쩌면 이리도 날씨가 변덕스러운지

며칠전 약속을 잡을때만 해도 따뜻했건만,

왜 내가 잘되는걸 다들 못보는거지...

 

올해 내나이 30이다.

이제 올해를 넘기면 난 진짜 노처녀소리를 들어야 될텐데...

키 170에 수려한 외모.. 쫙 빠진 몸매..

내가 뭐가 모자라서 아직도 솔로란 말인가..

이세상 모든 남자들 아마도 다 눈병에라도 걸린걸까???

 

그렇지만, 이제 오늘을 끝으로 난 솔로가 아니다.

오늘 만나는 남자야말로 꼭 내 운명의 그가 될것같은 예감이 들기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건 너무하다

이추위에 벌써 30분씩이나 기다리고 있다니...

예전같으면 벌써 가도 갔을것을...

내가 생각해도 내처지가 참 한심스럽니다.

중매쟁이 언니에게 전화라도 해봐야지..

 

전화를 걸려고 막 돌아서는데

저만치서 내이름을 부르고 있다.

중매언니 연신 미안하다며 말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나는 그저 네, 네만 말한뿐....

후미진 커피솦에서 그를 기다린다.

처음만남부터 지각이라니..

아무리 멋진 남자가 나온다해도 난 10분내로 딱지를 놀것이다.

 

드디어 그가 오고있다.

밀려오는 공기의 기운으로봐서 보통 덩치는 아닌듯 싶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거구였다.

나도 키가 큰편이었는데 그는 키가 크진않지만,

한 배둘레햄 했다.

정말 실망,  대실망이다.

겨우 이런사람을 나에게 소개하다니..

하지만, 집이 부자라니까 조금만 참아보기로 했다.

 

목소리는 들어줄만 하군...

맛있게 저녁도 먹고..(난 원래 때와 장소를 안가리고 먹성이 좋다.)

우아하게 커피도 한잔했다.

이제 집에 가야지..

바래다 주는 차안에서 그의 친구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왜 난 내떡보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걸까...

그의 친구가 더 맘에 들었다.

그치만, 임자있는 사람을 어찌해볼수도 없고...

입맛이 씁쓸하다.

 

그 순간.......

갑자기 내귓가에 들여오는 호탕한 웃음소리..

난 지금까지 이렇게 멋진 웃음소리를 들어본적이 없다.

사람은 이럴수도 있나보다.

그렇게 미련해보이고, 나이들어 보이고, 못생겨 보였던 그가

웃음소리 하나로 장동건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그가 바보온달이건. 얼굴에 큰점이 있는 사람이건

상관없다.

내마음은 어느새 그의 웃는 모습에 감전되어버렸으니까..

 

 

그를 만난지 6개월만에 우린 부부가 되었다.

어느새 아이도 둘이나 낳았고,

그아이들과 하루하루를 즐겁고, 행복하고,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가끔 잠을 잘때 그의 다리가 내몸위로 올라올때면 숨이 막힐때도 있지만,

그의 팔베개를 배고 잘때면 난 한없이 행복하다.

그리고 아주 추운날에도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그가있어 난 항상 따뜻하게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