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바람피는 무뚝뚝이 신랑...
무슨 무슨 질병으로 종합병원에 갔습니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잘생기고 귀티 나는 총각 의사 둘이서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잘생긴 의사 보니까 꼬마주부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어디가 아픈지도 제대로 못 말하고 있어요. 여차저차 해서 왔다고 하고 주사를 맞으려고 하는데 모처럼 병원 온 김에, 무슨 예방주사도 맞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접종비를 물으니 수만원이덥니다. 놀라서 항생제 주사나 맞혀 달라니까, 이 잘생긴 총각 의사가 버럭 화를 냅니다.
"예방접종 하시라니까요!!!"
옥신각신 하다 결국 예방주사는 안 맞았는데, 이 잘생긴 총각 의사 갑자기 냉냉해져서는 귀찮다는 듯 진료를 마칩니다. 약을 타러 간호사에게 갔더니, 간호사 역시 매우 차갑게 땍땍 거립니다. 성질이 나서 한바탕 싸우고 뒤를 돌았는데, 어머머! 아까 그 잘생긴 총각 의사보다 더 잘생긴 우리 무뚝뚝이 신랑이 웃으며 다가옵니다.
"어머?! 일 안해?"
"당신 여기 왔다는 소리 듣고 달려왔지^^"
그러고 보니, 우리 신랑 하얀가운 입고 단정하게 명찰달고 있습니다.
xx종합병원 의사 함무뚝뚝.
괜히 기분이 좋아서 눈웃음 살살치며 사랑의 정담을 나누고 있는데, 왠 여자 이 남자 옆에서 생글거리며 날 쳐다보고 있습니다.
하얀 가운을 입은 것 보니 이 여자 역시 이 병원 의사인가 봅니다.
이상하다 싶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집에 가려고 가방을 집으려고 신랑을 뒤로하고 돈 순간 뭔가 이상한 기운이 흐르는 겁니다. 이상타 싶어서 휙, 뒤를 돌아봤지요.
그런데, 이게 왠 일입니까, 세상에. 나를 보며 해보다 더 환하게 웃고 있는 우리 신랑과 생글생글 꽃처럼 웃고 있는 저 여자. 그 들의 등 뒤로 그 둘의 하얀 손이 꼭 맞잡힌 채 굳건히 있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가슴 속에서 불덩이가 하나 퍽 오르는 것을 느끼며 그 둘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몸을 날려 그 두 손을 주먹으로 쳐서 떼어놓고 신랑의 뺨을 향해 돌진해 있는 힘껏 주먹을 날렸습니다. 한 대 갖고 성이 차지 않아서 얼굴을 여러차례 강타했지요. 코피가 나고 상처가 났습니다. 하나도 안 불쌍했어요. 갑자기 어디서 생겼는지, 우리 신랑 옷더미가 수북히 쌓여있습니다. 옷가지들을 신랑 얼굴에 내 던지면서 소리칩니다. "오늘부터 집에 들어올 생각마!!!"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이 번엔 그 여자에게 달려 들었습니다. 역시 얼굴만 집중적으로 여러차례 주먹질을 했지요. 그래도 그 여자, 뭐가 좋은지 여전히 생글생글 웃고만 있더군요. 우리 신랑, 아무말도 없이 무뚝뚝하게 서 있습니다.
성질이 나서 그 여자 볼때기를 붙잡고 한 쪽으로 끌고 왔습니다.
머리를 툭툭 치면서 "언제부터 만났냐?!" 하니까 순순히, "일년쯤 ?獰楮?" 합니다. 뭐 일년쯤? 우리가 결혼한게 1년 10개월 되었는데, 뭐? 일년쯤? 이게 어디서! 마구 주먹질을 했지요.
"힘들대요...아내를 사랑하긴 하는데, 답답하대요. 같이 있으면 답답하대요. 그런데, 나랑 있으면, 편하다고....숲 속에 와 있는 것 처럼 마음이 편하대요...."
뭐야? 니가 숲 속이면 그럼 난 화력발전소냐? 이게 어디서 터진 입이라고 말을 함부로해? 너나한테 죽어볼래? 또 주먹질...
그래도 그 여자, 이렇게 맞아도 우리 신랑 마음이 안쓰러워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짓네요.
속이 있는대로 터져 버릴 것 같았습니다.
이 여자, 마치 자기가 우리 신랑의 전부를 알고나 있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어서 약이 오르고 분통이 터집니다.
몇차례 더 때리다가 그 여자 얼굴에 내 얼굴을 들이대고 폭풍처럼 소리쳤어요.
"야!!!! 난 다른 건 다 참을 수 있어도 우리 신랑이 나 말고 다른 여자 좋아하는 건 참을 수 없어!!!!!!!!!!"
부시럭.
"뭐야...왜 안깨웠어..."
멀리서 들리는 잠에서 깬 신랑의 목소리.
"어휴, 10시 다 되었잖아....어휴..."
신랑의 목소리를 들으니 서러움이 복받칩니다.
"여보...여보..."
"엉?"
흑흑흑흑....두 눈을 꼭 감고서 눈물을 질질 흘리는 꼬마주부.
"뭐야? 꿈 꿨어?" 하품하며 왜그러냐는 신랑의 목소리.
"여보가...여보가...엉엉엉엉..."
"왜, 내가 또 바람피는 꿈꿨어?"
"어...(더 서럽게) 엉엉엉엉."
"이그, 얼른 일어나. 바보같이 맨날 그런 꿈이나 꾸고."
간신히 눈을 뜨고 신랑을 바라보니, 우리 신랑 늦었다고 허둥댑니다.
빠르게 옷을 차려 입고 출근을 하며 우리 신랑, 큰 소리로 말합니다.
"나 바람 안 피워. 꼬마주부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그 때까지 눈물이 마르지 않은채, 저는 침대 위에서 멍하니 앉아있습니다....에구....저 왜 이럽니까^^
---아침부터 헛 꿈 꾸고 정신없는 꼬마주부임당.
참! 우리 신랑 의사냐구요? 킥킥, 의사는 무슨. 의사 친구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