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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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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타고 가을이 내려 옵니다.


BY jeongann 2004-09-17

오늘도 약하게 깔린 구름을 타고
가을이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레 내려 오고 있습니다.
귤빛 햇살도 아쉬움을 간직한채로
가을바람에 마지막 남은 열기를 실어
온누리를 비추고 있습니다.
나무들의 그림자들도 점점 길어만 갑니다.
약간 흐린 하늘엔 고추잠자리가 신나게 바람을 타고 있습니다.
배와 사과, 포도는 단물을 더해가고 있고
노오란 꽃을 피운 호박도 속살을 노랗게 만듭니다.
농촌들녘은 황금빛으로 자꾸만 익어가고,
농부들의 마음도 금빛으로 물들어 가네요.

고르지 못한 날씨속에서도
그래도 제법 소담한 열매를 맺어 가는
가을 과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지만
제 빈손이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올해처럼 이렇게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조그만 대추와 못 생긴 모과도,
가시투성이의 열매를 맺어 온 밤송이들도
꽃이 피고 진 자리에 아픈 상처를 이겨 내면서
튼실하게 열매를 맺어 왔지만
난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을까?

바람에 날리는 갈대처럼,
때론 한 두 번 갈팡질팡 걸어 온 걸음걸이가
너무나도 부끄러워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