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의 처음 만남을 어디서 부터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한마디로 남편이 저에게 텔레파시를 보내서 오늘날 결혼까지 한게 아닌지 무슨 이야기냐구요?
지금부터 천천히 이야기 해드릴께요.
2000년 봄 저는 전라도 광주에서 한 관공서에 계약직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있었지요.
관공서 일이라는 것이 따분하고 그날이 그날 매일 반복적인 일만 기계적으로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전 이대로 있어서는 안되겠다 싶어 좀더 나에게 맞고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이모가 전라도 순천에서 순천은 광주에서 한시간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여간 순천에서 이모와 이모부가 인쇄소를 운영하고 계셨지요. 인쇄가 편집과도 관련된 일이기에 편집일을 한 번 배워보라는 이모의 말에 그때 부터 순천으로 내려 가고만 싶어졌지요.
한번 순천으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나니 아무도 저를 말릴 수가 없었지요.
광주에서 태어나서 쭉 25년간을 광주 밖으로는 거의 나가지 않았던 제가 직장때문에 이모집에서 살아야 했지요,
지금생각하면 왜 그렇게 집을 떠나서 가고만 싶었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신랑은 지금 그런답니다. 자기가 순천에서 광주로 나한테 텔레파시를 보내서 그런거라고...
한편 우리 신랑도 서울 토박이 인데 제가 순천으로 오기 일년전 서울에서 PC방사업을 할 결심으로 지방까지 내려 왔습니다.
그런데 사업은 안하고 바로 제가 근무하게될 기획사로 그냥 취직을 하게 되었지요.
우연에 일치인지 몰라도...
우리 신랑도 이모가 (여기서 이모는 우리 남편의 친이모입니다.) 정보지(교차로 신문)를 보고 그 곳을 소개 시켜 주었답니다.
하여간 전 2000년 여름 드디어 순천에서 기획사로 첫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처음 우리 남편을 만났는데 사장님이 여기는 김과장이라고 명지씨를 앞으로 많이 도와 줄거야 하시는데 말그대로 첫눈에 확 가버렸어요 feel이 확 꽂혔다고나 할까...
근데 우리 신랑 아니 그때는 과장님 말도 잘 안하고 워낙 수줍은 성격이라서 입사후 몇 주가 지나도 저에게 제대로 말도 안했지요.
제가 하도 답답해서 하루는 과장님 오늘 끝나고 날씨도 비도 오고 동동주에 파전이나 먹으러 가요 그랬지요.
우리 신랑도 바로 오케이 하더라구요. 그래서 몇 주만에 동동주를 마시며 그동안에 살아온 이야기며 취미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지요.
그 뒤로도 가끔 그런 자리를 자주 만들어서 어느새 우리는 꽤 친한 사이가 되었지요.
처음에 말도 잘 못하더니 손도 잡아주지 않더군요.
그래서 밝히기는 창피하지만 제가 먼저 손을 확 잡아 버렸어요 저도 참 그것까지는 참을 걸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지는 지금 생각해도 저도 웃음이 나온답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제가 그 사람에게 아주 뽕간 사건이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토요일 근무를 마치고 전 2주에 한번 광주 집에 가는데 그날도 토요일이라서 한 3시쯤 일이 다 끝나서 전 터미널로 향했고 그 사람도 퇴근을 했지요
회사가 터미널과 가까웠고 전 광주행 고속버스를 타고 가는 중이었지요
창 밖에 글쎄 우리 남편 아니 그땐 과장님이 어디론가 걸어 가고 있는거예요
전 버스에서 내려 그 사람을 따라 가고만 싶었지요.
버스에서 내려 그 사람을 잡지 못하면 평생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터무니 없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전 결국 버스에서 내려 버렸습니다. 내려서 그 사람과 영화도 보구 저녁도 먹구 참 나쁜 딸이지요 집에 가는걸 팽개치고 남자를 따라 가다니 저희 친정 엄마는 지금 이 사실을 모르고 계신답니다.
그 뒤로 우리는 만난지 6개월만에 초스피드로 결혼까지 골인했답니다.
2001년 5월 5일 드디어 우리가 결혼을 하기로 날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결혼식날은 또 왜 하필 5월 5일로 잡아서 문제가 터져 버렸지요.
5월 5일 어린이날 아닙니까?
원래 결혼식 예식 시간이 1시 30분이었는데 2시간이나 늦은 3시 30분에 식을 올리게 되었답니다.
신랑측 하객이 서울에서 오는데 어린이날이라서 전국의 고속도로가 놀러가는 차량들로 막혀서 그렇게 되었지요.
그날 아침 일찍부터 신부 화장을 하고 있는데 우리 신랑이 따르릉 울리는 핸드폰을 받더니!!
예식시간을 연기해야겠다고 하더군요.
전 처음에 무슨 이사람이 날 놀리려고 거짓말을 하나 그렇게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 것은 거짓말이 아닌 사실이었습니다.
그 사람도 속이 타는지 얼굴이 하얗게 떠있더군요 전 화가 나서 그냥 서울에서 오는 하객분들 기다리지 말고 예정대로 한시 삼십분에 식을 올리자고 했지요.
제가 첫째딸이고 처음 결혼식을 하는 저희 친정집에서는 손님들이 엄청 많이 오셨는데 그 분들이 다 그냥 돌아 가실 참이었지요.
그래서 저는 신랑에게 어머니는 지금 식장에 계시니까 그냥 어머님만 모시고 예식을 예정대로 올리자고 했지요.
그런데 그것도 마음대로 안되었습니다.
어머님의 한복을 서울에서 관광버스 대절해서 친척분들과 같이 오신 아버님이 한복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혼식도 하기 전에 신랑은 우리 친정집에서 날짜를 하필 5월 5일로 잡아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고 전 또 왜 미리 서울에서 관광버스를 일찍 대기 시켜서 빨리 출발 하지 않으시고는 왜 날짜 가지고 그러냐구 하면서
서로 옥신 각신 싸웠지요.
결국 우리는 하객분들 거의 식사 하시고 떠나고 가까운 친척들 몇 분만 모시고 3시 30분 장장 2시간을 넘게 기다려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친척분들 우리 부부를 보시면 그때 결혼식장에서 기다리다 지친 것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평생에 한 번 뿐인 결혼식을 제가 영화에서나 나올 얘기 처럼 망치다니
너무 억울했지요.덕분에 기다리는 동안 대기실에서 전 친구들 언니 동생과 사진은 원없이 찍었습니다.
드디어 다음날 5월 6일 제주도로 허니문 여행을 가게 되었지요.
제주도에서 신나게 사진도 찍고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우리 신랑의 엉뚱한 면이 여기서 나옵니다.
여행후 대충 정리도 하고 시댁이나 친정에 다 인사 드리고 좀 여유가 있어서 신혼여행사진이랑 결혼식장에서 찍은 사진을 현상을 맡기고 찾은 순간 사진관 아저씨가 에그..
필름을 겹쳐서 찍어서 다 버렸구만 아이구 일을 어쩌나 중요한 사진 같은데 아까워서 어쩌나 그러시는게 아닙니까?
아니 왠 날벼락 같으신 말씀... 놀라서 사진을 보니
글쎄 결혼식장에서 친구 그리고 언니 동생들과 찍은 사진을 글쎄 우리 신랑이 제주도에서 새 필름인줄 알고 다시 그 위에 사진을 찍어 버렸답니다.
결혼식장에서 찍은 필름을 제 남동생이 제 핸드백에 잘 넣어두었는데
글쎄 우리 신랑 물어 보지도 않고 그 필름을 꺼내서 제주도 여행지내내
사진을 찍은 겁니다.
참 훌륭한 신랑 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신혼 여행 사진이 여행사에서 찍어 준 몇 장의 사진 밖에 없습니다.
그생각만 하면 전 지금도 자다가도 너무 억울합니다.
그 사건후 하도 제가 우리 신랑을 구박하니까 시댁에 다녀오는저희 신랑 제가 민속촌 구경 못했다니까 거기 가서 사진 찍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용인 민속촌에서 사진 실컷 찍었지만 그래도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만 하겠습니까?
그 사건후에도 우리 신랑의 엉뚱한 일은 계속 됩니다. 책장을 만든다고 밖에서 누가 버린 헌 판자를 주워와서 집을 어지럽히고, 또 제가 좋아한다며 장난감 베이비 인형을 비싸게 사가지고 들어오고 또 뭐 모으기는 무지 좋아해서 전화카드 수집, 우표수집, 영화 포스터 수집등 온갖 잡동사니들로 집안이 항상 어수선 합니다.
이밖에 또 언제 우리 신랑 엉뚱한 사건을 만들지 걱정입니다.
엉뚱한 우리 신랑 누가 좀 말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