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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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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야기)가을엔 사랑하세요.


BY 동석맘 2004-09-16

  지금 으로부터 10년전 내 나이 20살, 학교 가을 축제때 동아리 선배의 이끌림에 간 곳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큰 키에 마른체격, 소년처럼 수줍어 하던 모습이 그의 첫인상이다.

  1년전 학교행사때 우연히 처음 내모습을 보고 마음에 들었는데 나에 대해 아는게 없어서 수소문 끝에 동아리 선배의 주선으로 자리를 만들었다나...하지만 그때 난 남자를 사귀거나 만나는 것엔 관심도 없을 뿐더러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가정형편상 아르바이트를 해야했고  장학금없이는 학교를 다닐수 없었기에 항상 바빴다. 그가 마음에 들긴 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가는 곳마다 우연치고는 자주 부딪혔다. 학교 도서관에서, 구내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난 그런 그가 너무 부담스러웠지만 그는 날 동생처럼 그냥 옆에서 지켜주고 싶다고 했다. 어느날은 도서관에서 지친 내모습을 보고 대회의실에 있는 피아노를 직접연주를 하며 노래를 불러주고, 어느날은 내가 감기에 걸려서 콜록이면 벌꿀과 생강차를 가져다주고, 아르바이트가 끝나도록 매일 기다려주고, 자취를 하는 나에게 혹시나 끼니를 거를까봐 밥을 사주고, 나에 대한 그의 해바라기 사랑이 시작되었다. 그해 겨울 난 그의 한없는 관심이 부담스러워 우린 아직 인연이 아니며, 먼 훗날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날수 있을테니 이젠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했다.

 그후 그의 모습은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다. 학교에서 우연히라도 만날까 혹시나 기대했지만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그에 대한 작은 그리움을 간직한채 어느덧 2년이 흐르고, 졸업을 며칠 앞두고 학과사무실로 조그만 선물 상자가 배달되어 왔다. 그가 보낸 '졸업을 축하한다'는 작은 꽃무늬 옆서와 목걸이, 긴 장문의 편지글이었다.

 학교에서 종종 내 모습을 보았고,  2년 동안 나를 잊지 않았으며, 졸업후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며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등  아직 내 주위에 만나는 사람이 없으면 자기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는 내용이었다. 

 나역시 그가 떠난후 그에게 항상 받기만 하고 잘해 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가슴속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를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싶기도 했다. 이렇게 서로 잊지 않고 다시 만난건 인연이 아닌 서로의 운명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개인적인 상황과 감정에 얽매여 이제는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2년 만에 다시 만났고,  난 지방에서 그는 서울에서 우린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작은 사랑을 키웠다.

  그는 5시간 정도의 기차를 타고 나를 만나러 왔고,  2주에 1번씩 주말에 하루 만나는게 전부였다. 가끔씩 내가 토라져 있거나 심통을 부리면 다음에 만날때 까지 심심해 하지 말라며, CD를 사주거나 책을 사서 내 마음을 풀어 주었다. 주변 친구들도 '얼굴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있다며 자주 만나지 못하고 서로 사귄다는게 염려되어 항상 우리 사이를 걱정 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만난 사이인데......

 

  다시 4년 열애 끝에 2000년 10월 주위의 축복속에 우린 결혼했습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우린 첫사랑을 우여곡절이지만 예쁘게 키웠고 올 가을이면 결혼한지 네번

째해를 맞습니다.

  지금 내곁에는 사랑하는 그와 저를 쏙 빼닮은 24개월된 아들이 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저희 남편은 지금 어떠냐구요?

 여전히 '처음마음 그대로' 변함없이 저만 바라봐 주는게 너무너무 고맙구요.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