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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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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점괘


BY 그림이 2004-09-15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계속 울리더니 휴대폰으로 옮겨왔다. 급히 나를 찾는 전화임에 틀림이 없다. 머리를 감기 위해 샴푸를 칠하는 순간이지만 받지않을 수 없다.
  '응 나다 뭣하나 전화 안 받고 둘째 놈 생일이 언제냐?
  생년은 알고 있는 모양이다. 결혼시킬 때 그토록 정성 드려 쓴 사주단자를 보내 놓고는 가족행사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남편, 해마다 다가오는 부모님 제사도  마누라 생일 30년이 훨씬 넘었지만  한 번도 챙겨준 적 없다. 그러면서도 외출 때 나의 옷 신 챙겨주면서 입고 신고 가란다. "제 물건은 제자리에"는 남편이 평소에 가족에게 강조하는 생활철학이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성격은 세상을 살면서 누구와도 타협을 싫어한다. 어느 누구의 조언도, 깜짝 놀랄 일을 혼자서 확 저질러 놓아 버린다. 부동산을 사고 팔때도 혼자서 처리해 적잖은 손해를 봐도 다음 다음도 마찬가지다. 퇴직도 예외없이 어느 날 갑자기 명퇴자 명단을 입수한 증권사서 퇴직금 유치하라는 홍보책자를 보고 남편이 칠 년 넘게 남겨두고 명퇴한 사실을 알았다.
 그러던 남편이 힘들고 어려운 세월을 퇴직 후 만났다. 언젠가 여동생에게 내 생일을 물어 철학관에 갔다왔다면서 당신과 나의 팔자고 운명이란다 팔자라니 생각하고 퇴직을 탓하지 마르라고 했다. 그만큼 남편은 약해졌다. 오늘도 어디에 들리려는 게 틀림이 없다.
 이런 성격 탓에 젊은 시절 갈등이 심했다. 돈버는 아내 입장을 전혀 생각을 해주지 않고 아내 자리를 빈틈없이 지키라고 했다. 언제든지 남편이 집에 있을 땐  집에 있기를 바라는 남편 방학 때면 싸움이 잦았다. 직장을 그만두라는 채근 남편 따라 합세하는 시어머님은 돈을 버는 며느리를 달갑잖게 여겨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밤 12시까지 가사일은 무척 나를 힘들게 했다.
 그 시절 나는 친구따라 철학관에 갔다. 함께 간 친구 보고는 남편도 잘만났고 재운도 있고 자식들도 잘될거란다. 그러면서 나를 보고는 지금 이혼하지 않어면 45세 되면 죽는단다. 하루라도 빠른게 좋다고 하면서. 아들만 둘인 나를 보고 뱃속에 있는 아이도 또 딸이란다. 예쁘장한 둘째놈이 딸인줄을 알았는지, 그 이후 나는 철학관도 점도 운명에 대해서는 내 복대로 살기로 하고 한번도 안갔다.
 "盡人事 待天命"이란 성현의 말씀은 그후 내가 가장 즐겨쓰는 글귀다.
곧 환갑을 맞을  남편은 무언가 불안한 모양이다 .나의 타박에도 옛날 남편의 모습을 찾아볼수 없다. 동료 교사가 교장 발령 난 신문을 보고는 자기 자리의 대한 아쉬움은 동료의 자리일 뿐이다. 퇴직후 5년째를 맞는 남편 지금은 이렇게 사는게 아내 덕이라고 종종 친구들께도 얘기하는 모양이다
 저녁시간에 남편이 돌아왔다. 예상은 적중했다. 당신 생일은 몰라 당신 것은 물어보지 않고 애들과 나를 넣어서 물었더니 당신을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 가정은 정말 큰일 날뻔 했다면서 정말 장가를 잘 갔다고 하더란다. 그말이 점쟁이던 철학관에서 한 말이든 상관치 않고싶다. 다만 남편은 점쟁이 말을 빌려서 힘들게 살아온 지난 세월에 대해서 무척도 감사하게 여긴다. 그 말이 점쟁이 말이 아닌 남편의 진심이라고 요즘은 믿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