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247

(결혼이야기) 갓난애 들쳐 업고 칼들고 문 딴 처녀... 첫만남...


BY 사라 2004-09-14

전 나이 서른 꽉찬 노처녀..울 그이..역시 저보다 더 꽉꽉 눌러 채운 서른넷 나이에 처음

만났죠 . 그때만 생각하면 왜 이리 우습고 설레는지.. 다들 경험해 봐서 아실거예요.

저희들이 어떻게 만났냐구요?

전 제 부모님의 맞선 성화와 동네 어르신들의 의심과 측은한 눈초리가 싫기도 하고 또

제 전공을 따라 그 이쁜 천사들이 모여사는 보육원 보육교사로 들어갔드랬죠.

전 정말 보육원에 들어가서 생활을 하면 제 독신주의가 실현이 될줄 알았답니다.

하지만 저희 부모님..일주일에 하루되는 휴무를 깡그리 맞선을 보는데 반강제적으로

투입시키더군요. 그럴때마다 전 말도 안되는 이유로 전부 퇴짜를 놓곤 했죠.

그러던중..크리스마스 행사가 있어서 제 지금의 남편이 연극교사로 자원봉사를 오게

되었답니다. 그때 한참 인기리에 방송되던 드라마가 난 너를 사랑해..거기에 감우성을

조금은 닮은 탓에 보육원 애들이 자꾸 그이 얘기를 하더라구요. 제가 봤더니 아니던데..

하루는 연극 연습을 제가 있는 여원사 2층 강당에서 하는데 문이 잠겼드랬죠.

그이가 절 찾아오더군요. 문 좀 열어 달라구..그 강당 열쇠가 제게 없었거든요.

어떻게 해요. 문을 열어야 연습을 할테고..

하는수 없이 애를 시켜 식당에서 칼과 젓가락 한짝을 갖고 오라고 했죠..

가지고 온 칼과 젓가락으로 문을 당당히 자랑스럽게 열어드렸습니다.

그때 그이 제게 한마디 던지더군요.. 저기..선생님..전직이 의심스럽습니다.. 라고...

그때 제 모습은 오일장에서 삼천원 주고 산 몸빼형 츄리닝에 애까지 들쳐업고 거기에

칼과 젓가락 들고 문까지 땄으니.. 지금 생각만 해도 너무 웃기지 뭡니까..

제 바램은 다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했는데..너무 창피해서...

그러던 중..어느날..같이 근무하시는 간호사 선생님께서 남자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나중 알고 봤더니 그 사람인거 있죠..

전 극구 사양을 했드랬죠. 제 이상형과는 전혀 아니란 생각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협박에 가까운 성화에 못이겨 딱 한번만 만나기로 하고

제 휴무에 맞춰 날을 잡았답니다.

아뿔싸..그 디데이..바로 그날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려니..제 눈이 딱

붙어서 떠 지질 않더군요. 그 이름도 유명한 결막염에 걸렸던 것이었습니다.

한편으론 아싸!! 잘 됐다 싶더군요. 휴무여서 집으로 가는 길에 간호사선생님께

도저히 이눈으로 못갈것 같다고 말씀 드리고 집으로 갔죠.

집으로 가서 저희 엄마께 말씀드렸더니..괜찮다고 맘에도 없는데 뭐 어떠냐고

커피도 꽁짜일텐데 가서 한잔 들이키고 오라대요.

그 말씀을 듣고 보니.. 말이 되는것 같대요..

그래서 다시 약속을 잡고 나갔죠..한쪽 눈알이 뻘개고 팅팅 부은채..

전 사실 맘에 없다고 스스로 다짐에 다짐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사람 만나서 말을 하는데 얼굴은 못보겠고 얘기를 듣고 있자니..

음성이 참 착실하고 어딘가 모르게 끌리는 거 있죠.

그 전에는 얼굴에 여드름 자국하고..작은 눈이 영 맘에 걸리드니..

서서히 제 눈에 콩깍지가 끼면서 아! 이 정도면 괜..찮..다.. 싶더군요.

그래서 2차..식사..3차..내친김에 술 한잔까지..풀코스로 하루를 보냈드랬죠.

그 이후 이 사람 하루가 멀다하고 밤마다 보육원 담장 앞에서 폰을 때리더군요.

나오라고...

그러던 중 뭔가 속으로 안심이 안되더군요. 나이도 들고 이 사람을 시험하고 싶기도

하고..제가 아는 친구 둘..그것도 술이면 내노라하는 그런 친구들을 대동하고 한

세번 정도..소위 말하는 술이 떡이 되게 먹여봤더랬죠. 이 사람 술 못하더군요.

그래서 전 마음을 정했답니다. 이 정도에 성실함과 인간미와 ㅎㅎ 술이 약하면 딱

이다 싶더군요. 데리고 살기엔..나이도 들고 했으니 데리고 살기 편한 사람이 좋쟎아요.

아니나 다를까.. 그 긴장되던 그 날..

술을 좀 마시고 택시를 타고 그이 보육원 앞에서 전화가 왔더군요. 좀 나와보라고..

심각한 목소리로..좀 할 말이 있다나 뭐래나..

저 담 넘고 갔죠. 그랬더니..이 사람 왈.. 전 당신이 너무 맘에 드는데 제가

당신을 감히 사랑해도 되겠습니까?..세상에 감히 묻더군요..

전 눈물도 나올거 같고..너무 감격도 해도..고개만 살짝 끄덕여 주었죠..

사실..속으론 아싸! 좋아..하고 외치면서도 말이죠.

그 이후 저희 부모님들 만나고 일사천리로 결혼까지 눈 깜짝 할새에 골인이 되더군요.

저 그래서 서른해 간당간당한 10월에 결혼했답니다.

그리고 지금껏 후회한적 없이 다소 말은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자상하고 표현은

잘 못하는 편이지만 이 사람의 마음을 알기에 행복함을 느끼며 아들 딸 낳고 너무

너무 잘 살고 있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자신이 있구요.

제 글 읽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리고 모두모두 행복하세요.